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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장희빈' 때문에 시작된 직장인의 이중생활

활쏘기를 취미로 즐기던 직장인이었다. 지난해 초, 소속되어 있는 협회로부터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세계유목민대회(World Nomad Games)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생각이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직장인에게는 평생 없을 기회라 생각했기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하겠습니다!"

물론 회사에 장기 휴가를 어떻게 신청할지 고민하는 것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국가대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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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목민대회(World Nomad Games)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 행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민족 스포츠를 포함해 21개 종목, 87개국 25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한국은 궁도, 씨름, 유도, 지적전략게임(보드게임) 등 총 4개 팀이 참가했다. 특히 전통 활쏘기에는 25개국 200여 명의 궁사들이 참여했는데, 경기장에 들어서서 자국의 전통 의상을 입은 선수들을 보는 것만으로 긴장감이 올라왔다.

단거리가 보편화된 해외 활쏘기 문화와 달리, 한국의 전통 활쏘기는 대한궁도협회 기준 145m의 장거리를 쏘기 때문에 연습 장소를 찾는 것부터 큰 도전이었다. 직장인들로 이루어진 팀이었기에 평일 연습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주말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넘어가서 연습해야 했다. 비행기 값, 장비, 한복까지 전부 개인 돈으로 준비했다.

친구들은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기도 했다.

"직장 다니면서 국가대표 되는 게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 아냐?"

스스로에게 답하며 다시 한번 굳게 마음먹었다. 다행히 회사에서 장기 휴가를 허락해 줬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카자흐스탄에서의 첫날

세계유목민대회 여성부 경기 대기 중
세계유목민대회여성부 경기 대기 중 ⓒ 양세희

지난해 9월, 막상 도착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는 한국의 1980년대, 한창 발전 중인 상업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실망이 컸다. 내가 생각한 카자흐스탄은 너른 들판으로 가득한 초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방 가득한 매연으로 첫날 밤 창문을 열고 잤다가 두통에 멀미까지 왔다.

내 양 옆으로 카자흐스탄 대표 선수들이 섰는데, 특히 오른쪽 선수는 경기 중 계속 눈치를 줬다. 나의 활쏘기 방법이 그들과 달라 활이 자꾸 자신의 쪽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그 선수들이 다 쏘고 나서야 활을 쏘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매번 마지막까지 남아 활을 쏘게 됐고, 의도치 않게 전광판에 자주 잡혔다고 한다.

하지만 성적은 냉정했다. 나는 초반에 탈락했지만, 셋째 날 여성부 개인전에서 한 분이 16강에 진출했다. 다 같이 환호했다. 첫 경기 만에 16강 진출이라니! 기적 같은 일이었다. 16강에 올라간 선수는 8강까지 올라갔지만, 우승 후보 튀르키예 선수와 맞붙어 아쉽게 1개 차이로 패배하고 말았다. 그래도 첫 출전에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얻었으니, 활 종주국에 먹칠은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온다는 소식에 많은 선수들의 이목을 끌어 어질어질할 정도였다. 특히 몇 년 전 카자흐스탄에 드라마 <주몽>이 인기리에 방영되어 한복 입은 우리를 보면 사진을 찍어 달라 하고 한국말로 말을 걸기도 해 30분이면 갈 숙소에 2시간이나 걸리는 일도 있었다.

다시, 울산에서 세계로

올해 울산시에서는 반구천 암각화 유내스코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2025 코리아 울산 세계궁도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35개국이 참여하는 이 대회에는 한국의 전통 활쏘기의 145m 원사 뿐 아니라 30m, 80m 등 다양한 근사 종목으로 세계 여러 궁사들을 초대할 예정이란다.

지난해 대회에서 "한국을 좋아한다"며 먼저 말을 걸어 주었던 튀르키예 선수,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모래 위에 화살을 그려가며 설명해주던 몽골 선수, 우리나라 각궁을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걸었던 인도네시아 선수, 이 모든 귀한 인연을 울산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에게 전통 활쏘기는 이제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세계와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귀중한 통로가 되었다. 어떠한가, 활쏘기를 취미 활동으로 해보는 것. 활꾼은 이수도 전승도 필요 없다. 당신도 전통 활쏘기 할 수 있다. 될 수 있다. 국가대표!

#직장인#취미#활쏘기#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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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직장에서 활터로, 두번째 삶

양세희 (jellytto) 내방

198n 년생,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인생이라지만, 멀리서 나 가까이서 나 희극인 인생을 살고 있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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