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2016년 4월 21일 민변 변호사들의 공익인권변론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월간변론 편집팀의 '시선'은 민변 회원들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는 '월간변론'에 편집위원들이 기고하는 글입니다. '시선'은 최근 판례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한 편집위원들의 단상을 담고 있습니다.

▲제1심 판결 선고 후 원고들과 대리인 (2024. 12. 19.)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 사건의 경위
위 판결은 원고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를 피고로 하여 원고들에 대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처분의 무효 확인 등을 청구하여 승소한 제1심판결(서울행정법원 2024. 12. 19. 선고 2023구합80883 판결)에 대하여 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국토부장관은 미합중국군대의 반환부지 중 일부를 임시 개방하기로 하고 서울 용산구 일대 약 30만㎡ 토지에 이른바 '용산어린이정원'을 조성하였고, 2023. 5. 경부터 이를 일반에 개방하였는데, 당시에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용산공원법)에 의거한 용산공원정비구역의 지정에 따라 종합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그 변경계획을 고시한 바 있으나, 아직 공원시설의 종류, 위치 및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원고들은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의 대표(용산시민회의 대표) 등 용산구 주민들과 대학생연합 환경동아리 소속의 대학생이다. 일부 원고는 2023. 7. 5. 용산어린이정원 홈페이지에서 방문일자를 2023. 7. 11.로 한 방문예약신청을 하였으나, 2023. 7. 10. 피고로부터 '관련기관 요청에 의해 용산어린이정원 입장이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관람규정 안내(링크 첨부)'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동 규정은 입장 불가를 통지한 바로 그날인 2023. 7. 10.에 "관련 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예약신청 또는 현장접수를 받은 대상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추가되어 개정된 것이었다. 나머지 원고들은 2023. 8. 2. 현장접수 방식으로 용산어린이정원 입장을 시도하였으나 '예약신청이 불가합니다.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라는 팝업메시지가 휴대전화에 뜨거나, 홈페이지에서 방문예약신청을 하였으나, '예약신청이 불가합니다. 관리자에게 문의하세요'라는 팝업창이 뜨면서 모두 입장이 거부되었다.
위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2023. 8. 출입이 거부되기 전 2023. 5. ~ 2023. 7. 기간에 수차례 용산어린이정원에 방문하였다가 그곳의 미술전시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발견해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린 바가 있는데, 언론은 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보도하였다. 일부 원고 또한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등에 항의하는 활동을 한 바 있어, 원고들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활동 때문에 용산어린이정원의 출입이 거부된 것으로 생각하였다.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이 사안이 원고들의 표현의 자유에 관련될 수 있다고 보고 공익변론을 맡아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출입거부행위의 무효 등 청구의 소를 수행하게 되었다.
용산어린이정원에 관련된 법령으로, 용산공원법은 국가의 책임하에 대한민국에 반환되는 미합중국군대의 용산부지 등을 최대한 보전하고 민족성·역사성 및 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 휴식 공간 및 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용산공원을 조성하여 국민이 다양한 혜택을 널리 향유할 수 있게 함을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1조, 제2조). 국토교통부장관은 용산공원의 체계적인 조성을 위하여 반환부지를 효율적으로 유지·관리 및 운영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용산공원법 제20조의2),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공기관에 위탁할 수 있으며(같은법 제57조의3 제4항),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 고시로써 반환부지의 유지·관리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피고에 위탁하였다. 피고는 용산어린이정원을 일반에 전면 개방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삼고 개방시간, 관람신청 및 입장 절차, 준수사항 등의 세부적인 사항을 담은 '용산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등에 관한 규정'(관람규정)을 제정하여 용산어린이정원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2. 판결의 내용
원고들은 피고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 거부처분이 법률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고, 거부처분을 하면서 그 근거와 사유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있으며 실체적으로도 비례원칙에 위반되어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들에 대한 출입거부와 관련하여 그 거부를 요청한 관련 기관이 어디인지, 그 구체적인 사유나 근거는 무엇인지 전혀 밝히지 않은 채 원고들의 청구가 부적법하다고만 다투었다. 구체적으로 피고는 용산 어린이정원이 용산공원법에 의거한 용산공원이 조성되기 이전에 반환부지 중 일부를 임시개방한 것에 불과하여 국유재산법상 행정재산이 아닌 일반재산에 해당하므로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입장 거부는 일반재산의 관리행위로서 사경제주체의 지위에서 행한 사(私)법상 법률행위로서 공권력 작용이 아니고, 원고들에게는 용산 어린이정원을 출입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조리상 신청권이 없고 국민들이 용산어린이정원에 출입할 수 있는 것은 반환부지 중 일부를 임시 개방하기로 한 피고의 조치에 따른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여 원고들에 대한 자신의 거부행위는 처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토교통부장관이 2023. 5. 경 용산공원법에 따른 공원의 정식 조성에 앞서 반환부지 중 일부에 조성한 용산 어린이정원을 개방한 것은 용산공원법의 기본이념에 입각한 반환부지의 효율적인 유지·관리 및 운영을 위한 조치라고 이해할 수 있고, 피고는 국토교통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아 반환부지를 유지·관리 및 운영하면서 관람규정을 제정하여 용산 어린이정원을 관리·운영하고 있으며, 실제로 용산 어린이정원은 일반 공중의 사용을 위하여 제공되고 있는 점을 보면, 용산 어린이정원은 용산공원조성계획 수립, 고시 이전이라도 행정재산으로 실제로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또한, 관람규정에는 입장의 거부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 절차규정이 없으며, 원고들에게도 입장거부에 관하여 다툴 수 있는 절차 등에 대한 메시지가 제시된 바 없어, 원고들이 피고의 입장 거부행위에 대하여 별도로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이상, 그 거부행위에 대하여 처분성을 인정하여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으며, 피고가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용산 어린이정원에 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행위는 관련 법령에 따라 부여된 책무와 권한에 따른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재판부는 용산 어린이정원이 행정재산이 아니어서 피고의 출입거부처분은 사경제적 행위로 보아야 한다거나, 국민들이 용산 어린이정원에 출입하는 것은 어린이정원의 개방에 따른 반사적 이익이라고 하는 피고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피고의 용산 어린이정원 출입 거부처분이 법률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고, 거부처분의 근거와 사유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있으며,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졌다.
3. 판결의 의의
원고들이 용산 어린이정원에 이유도 모른 채 출입하지 못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의하면 용산 어린이정원은 개방한 지 1년 안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였다고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개방한지 2년이 넘은 현재에는 4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을 터다. 원고들은 타의에 의해서 그 40만 명에 들 수 없었고, 자신이 왜 그렇게 제외되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그러한 소외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위 판결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원고들에게는 드디어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의 결정대로 용산 어린이정원에 출입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고 희망적이다. 공권력으로부터 일개 시민이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투명한 창살 속에 있듯 자신의 의사와 행동을 제한당하는 것은 그러한 상황을 벗어나거나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 자체를 부정당한다는 점에서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또 드물게 엄청난 노력으로써만 마침내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비인도적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동안 큰 용기와 인내로써 법적인 다툼을 감당해온 원고들에게 축하를 드리고 싶다. 물론 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같이 해나갈 것이다.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용산 어린이정원 출입 거부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라고 시원하게 판결된 점과 달리 도대체 누가 원고들의 출입거부를 무슨 이유로 요청하였는지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은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원고들이 느끼듯이 만일 자신들의 일상적인 생활 속 활동이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에 출입거부를 당한 것이라면 보통의 평범한 시민에게 씌워진 블랙리스트의 멍에가 너무나 무거웠으리라. 거부처분의 이유를 여전히 알지 못하니, 원고들의 생각이 틀렸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법한 처분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공권력 작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한 노력은 여전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 : 신미용 변호사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