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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01 14:07최종 업데이트 25.09.01 14:08

"성장의 지표는 행복" 히가시카와가 보여준 길

[농촌의 새로운 가능성! 자연, 문화, 청년이 만드는 미래(8)]

함양군은 총 인구 약 3만600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40%, 법에서 정하는 청년인구는 전체 9.5%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협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히가시카와는 일본 홋카이도 중앙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홋카이도 내에서도 인구가 적은 편에 속하는 지역이지만, 일본의 전반적인 지방 인구 감소와 달리 최근 몇 년간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히가시카와의 인구 증가 요인을 히가시카와의 자원, 그리고 도시문화, 청년 유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함양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또한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국내 다양한 로컬문화 사례를 분석하고 도시계획과 관계인구 유입 전략을 통해 함양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함양은 인구가 늘어날 수 있을까?
2. 함양을 거점으로 새로운 대안 연구
3. 히가시카와(1) 지역 자원
4. 히가시카와(2) 도시 문화
5. 히가시카와(3) 청년
6. 다양한 로컬문화 사례와 관계인구 형성
7. 지역을 살리는 시스템
8. 히가시카와에서 만난 사람들

 히가시카와에서 만난 사람들
히가시카와에서 만난 사람들 ⓒ 주간함양

일본 홋카이도 히가시카와는 10년 넘게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인근 도시에서 전입한 사례, 산이 좋아서 온 사례,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례, 한적한 삶을 선택한 사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한 사례 등. 귀촌 목적은 다양하지만 그 모두가 히가시카와를 선택했다. 히가시카와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히가시카와는 어떻게 다양한 이들을 품을 수 있었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귀촌인 유입의 실마리를 얻고 지역이 맞이해야 하는 변화를 고민해보자.

 식당 <노마드>의 사장, 오바타 고로 씨
식당 <노마드>의 사장, 오바타 고로 씨 ⓒ 주간함양

식당 <노마드>의 사장, 오바타 고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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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5편에서 소개된 식당<노마드>의 사장 오바타 고로 씨.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고로 씨가 수집한 책과 잡지, 빈티지 스키는 자연스럽게 가게 인테리어가 됐다. 식당에서 당일 쓸 쌀을 매일 아침 도정하는 것,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노마드>는 당장 금전적인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나만의 옳은 것'을 추구한다(관련기사: 일본 히가시카와의 성공 비결, 함양군의 미래 방향은? https://omn.kr/2esyx).

그런 연장선에서 '없는 감각'이 좋다는 고로 씨. 히가시카와는 큰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구할 수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훨씬 많다.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것을 덜어내고 나면 제대로 된 것들만 남는다는 게 고로 씨의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로 씨는 지금 히가시카와의 성장과 발전을 좋게 보기 어렵다.

"지금 히가시카와의 인기는 빈 상점이나 빈 집이 없을 정도로 많아요. 그래서 새로운 건물을 화려하게 신축해요. 그러면 시장 규모가 커지고 거대 자본이 들어오게 돼요. 그러면 돈은 없어도 재밌고 이상한 사람들의 기회는 없어지고 화려하고 팔리는 것들만 이 지역에 남을텐데 그게 이 지역의 개성을 죽인다고 생각해요."

고로 씨의 이야기는 지역 발전에서 중요한 주제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으로 설명되는 이 현상은 도심 인근의 낙후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걸 말한다. 자본으로 만들어진 임대료 상승 등 현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며 결국 원주민이 밀려나며 지역의 매력이 반감되는 결말을 맞이한다. 지역의 활력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지속가능함을 확보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의류 편집 브랜드 <니콘>의 청년창업자 이와모토 미사키 씨
의류 편집 브랜드 <니콘>의 청년창업자 이와모토 미사키 씨 ⓒ 주간함양

의류 편집 브랜드 <니콘>의 청년창업자 이와모토 미사키 씨

홋카이도의 작은 도시 키타미에서 어머니와 할머니가 재봉하는 것을 보면서 자랐던 이와모토 미사키 씨는 그런 영향으로 삿포로의 의류 전문 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마사키 씨는 완성될 옷 모양을 상상하며 원단의 단면을 만드는 패턴 작업, 의류 판매, 제작 등 의류 관련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며 현대 의류 산업의 그림자를 직면하게 됐다. 바로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다.

매년 생산되는 옷은 1000억 개, 같은 해 버려지는 옷은 330억 개, 1인당 연간 옷 구매량은 68개, 그 가운데 한 번도 입지 않고 버려지는 옷은 12% 다. 다양한 화학섬유가 뒤섞인 옷들은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어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진다. 세계 5위 헌옷 수출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옷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면서, 버려지는 헌옷에 대한 책임을 판매한다. 책임은 개발도상국이 질까? 태우고 묻고 바다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당장은 개발도상국에서 문제가 되겠지만 금방 지구 전역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미사키 씨는 의류 업계에서 일하면서 이러한 회의감을 느꼈다.

"일본은 기술력도 뛰어나고 감각도 섬세하고 훌륭한데 이걸 무자비하게 저렴한 자본으로 많이 만들고 다 폐기해버리는 상황이 좀 답답했어요.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미사키 씨가 선택한 길은 청년 창업이다. 일본의 지역재생협력대 사업비 도움을 받았다. 지역재생협력대 사업은 지역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청년을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재생협력대 지원 마지막날 마사키 씨는 유명 건축가 쿠마 겐고가 히가시카와에 지은 '가구의 집'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마사키 씨가 창업한 브랜드 <니콘>은 좋은 원단과 좋은 기술로 만들어진 옷을 소개하고, 로컬 의류 기술자와 생산지를 응원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싶긴 해요. 그런데 요즘은 가게에 손님이 오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손님에게 다가가야 하는 세상이니까. 어떤 방식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자가효모를 이용한 빵집 <마메야>의 미토베 도모코 씨
자가효모를 이용한 빵집 <마메야>의 미토베 도모코 씨 ⓒ 주간함양

자가효모를 이용한 빵집 <마메야>의 미토베 도모코 씨

히가시카와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다보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전반적으로 쉽게 보이는 지역이 됐다. 빵집 <마메야> 역시 미토베 도모코 씨가 2010년 자택을 개조하며 빵집을 차리게 됐다. 지인의 카페에 빵을 납품하기 시작한 게 마을의 거점까지 됐다.

빵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유를 도모코 씨에게 묻자 "이렇게 저렴하게 했을 때 내 생활이 유지가 되는 선에서 주변의 사람들이 행복하게 맛있는 빵을 사먹을 수 있어요"라고 답했다. 가게를 운영하지만 돈벌이보다는 나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행복이 더 우선되는 사회. 히가시카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모습들이 나타난다.

 치유키 내부 아이들의 서예작품 전시, 주제는 ‘봄’
치유키 내부 아이들의 서예작품 전시, 주제는 ‘봄’ ⓒ 주간함양

사누키우동 전문점 <치유키>의 아키히로 씨와 지유키 씨

히가시카와의 중심 '센토퓨아'에 인접한 사누키우동 전문점 <치유키>. 인기가 많아서 점심시간 줄 서는 이들까지도 가게의 풍경 같다. 우동집이 없던 히가시카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아키히로 씨였지만 2012년에는 '미슐랭 가이드 홋카이도'에 등재될 정도다.

부인 지유키 씨는 2013년부터는 이 지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예 교실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가게가 쉬는 날은 서예교실이 된다. 가게 내부에는 아이들의 서예 작품이 전시된 모습이 자연스럽다.

히가시카와로 모여든 사람들의 삶은 단순한 이주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마드> 고로 씨의 '없는 것의 가치'를 발견하는 태도, 미사키 씨의 <니콘>이 드러내는 지속가능한 의류 산업에 대한 문제의식, 도모코 씨의 <마메야>가 실천하는 공동체적 배려, 아키히로 씨의 <치유키>가 만들어내는 지역과 아이들의 연결은 모두 히가시카와가 가진 또 다른 풍경이다. '경제적 성장'보다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모습이다.

히가시카와의 오늘은 외부 인구 유입이 만들어낸 수치적 성과보다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 지를 묻는 개인들의 선택과 실천이 쌓여 만들어진다. 그러나 고로 씨의 우려처럼 자본 중심의 개발이 지역 고유의 감각을 희석시킨다면, 히가시카와가 지금껏 품어온 독창성은 빠르게 소멸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느냐'가 아니라 '어떤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어떻게 공존하느냐'에 있다.

이미 히가시카와는 그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히가시카와정 기획총무과 미츠히로 미시마 주간은 인구 증가를 위해 행정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인구 증가 문제는 지금 고민하고 있지 않다. 우리 행정은 지금 있는 지역민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가 줄고 늘어나는 통계를 넘어서 행복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생활 방식, 관계망, 그리고 다양한 가치들이야말로 지역의 미래를 지탱하는 힘이며 사람을 지역으로 모으는 힘이 된다고 히가시카와는 말해주고 있다. <연재 끝>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최학수PD)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주간함양#히가시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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