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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9.01 11:53최종 업데이트 25.09.01 11:53

여성노동투쟁사를 기록하기

[젠더+노동+건강 ON] 싸우는 여성노동자의 이야기

 싸우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기록하는 ‘여성노동투쟁기록팀’ 계정이 지난 2025년 4월 3일 만들어졌다.
싸우는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기록하는 ‘여성노동투쟁기록팀’ 계정이 지난 2025년 4월 3일 만들어졌다. ⓒ X 캡쳐

한 해 동안 시범적으로 트위터(현 X)를 주 공간으로 삼는 투쟁사 기록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 회원들인 율, 솔솔 동지들과 함께 계정을 운영하면서 주 3회 업로드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트윗으로 작성할 아이템을 함께 선정하기도 하고, 자신이 관심 있는 사안들로 트윗을 구성하기도 하지만, 작성한 내용을 서로 점검하고 피드백을 주면서 기록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느덧 70명의 팔로워를 만들었습니다!

여성노동운동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

최근 금속노조 서울지부 주얼리분회 노숙농성장에서 전태일 평전을 돌아가며 읽는 낭송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재는 7월 24일자로, 주얼리 산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계획 발표 이후 농성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청계천 인근인 종로 주얼리 거리의 주얼리 노동자들은 여러 화학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특수건강검진이나 안전에 대한 교육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인 주얼리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의 건강권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노동권의 확보도 요원했기 때문에 분회는 노숙농성을 통해 근로감독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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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분회가 전태일 평전을 함께 읽는 낭송회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이 장면을 상상해 볼 때 노동의 역사 또는 노동운동의 역사가 어떻게 반복되어왔는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반복 속에서 노동건강권이 확장되고 있는 흐름 또한 존재하지만,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또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외침은 한편으로 정보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많은 경우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제도들을 활용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 자신의 권리들을 알기 위해서 선행적으로 교육이 필요하지만, 그 내용이 제대로 구성되고 있는지부터 교육이 의무가 아닌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라는 것까지 다양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이런 두 가지 의미가 있는 활동인 것 같습니다. 과거의 기록과 역사를 알게 됨으로써 우리는 현재와 과거가 연결되는 측면을 보게 됩니다. 가령 보다 본질적인 문제점의 반복을 파악하거나 혹은 이전의 사건과 투쟁에서 어떤 의의가 있었는지, 어떤 고민의 과정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하나의 투쟁은 언제나 다른 투쟁의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또 투쟁사의 (디지털) 기록은 정보의 차원에서도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의 역사는 끝없이 사라지면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곤 합니다. 공적 기록이나 역사에서 배제된 여성들의 이야기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성이 역사적/사회적으로 재현되더라도 어머니, 딸, 소녀와 같은 수사를 통해 재현된다는 점 또한 문제적입니다. 가령 올 한 해 탄핵광장을 청년여성들이 채운 것을 두고 주류 언론은 계속해서 '청년' '여성'을 새로운 세대로 '발견'하고자 했지만, 한국 사회의 굵직한 투쟁들을 구성해 온 여성이 늘 새로운 얼굴로 언론에 재등장하는 것은 역으로 투쟁 이후에 그 결과가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여성이 사라지고 잊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크고 작은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노동투쟁기록팀' 계정이 만들어졌습니다!

'여성노동투쟁기록팀' 트위터 계정은 올해 4.3을 기점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저희 팀은 앞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역사를 기록하고자 하는데요. 그동안 다뤘던 주제들은 제주 해녀의 항일운동을 시작으로, YH무역과 김경숙 열사, 반도체 노동, 현대자동차 구내식당 급식노동자들의 투쟁처럼 20세기나 2000년대에 주로 발생한 사건부터, 파리바게뜨지회의 투쟁이나 아리셀 참사와 같이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노동재해의 문제들까지 다양한 투쟁과 사건들을 다뤄오고 있습니다.

트위터 활동을 통해서 당장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기록들이 퍼지는 것보다는 향후 누군가가 관련 내용을 검색했을 때, 이 기록들을 통해서 또 다른 공간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운동사와 담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미디어의 변화로 사람들이 종이책을 읽지 않는다거나 간단히 요약된 정보들이 단편적으로 난립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문제로 접근하는 비판도 필요하겠으나 이러한 미디어 환경을 전제하는 활동 역시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보와 기록의 접근 가능성이라는 주제는 미디어 환경 변화와 맞물려서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PC통신 시절부터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온라인을 주된 교류의 공간이자 담론의 장소로 삼아 왔습니다. 또 올해 탄핵광장에서 청년여성이 결집할 수 있었던 배경에 트위터의 역할을 빼놓고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2008년, 2016년 촛불집회에서 여성들은 디지털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집회를 구성하는 주체로 싸워 왔습니다.

물론 이렇게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복잡한 사안이나 중요한 내용들을 140자 한정인 트윗들로 요약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이 들기도 합니다. 정보의 요약은 배제를 포함할 수밖에 없고, 어떤 정보들을 선별하거나 부각할 것인지는 작성자의 선택과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사건의 어떤 부분을 중심으로 기록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무언가를 기록하는 활동에서 반드시 필요하고 점검되어야 하는 선행 활동입니다.

올 한 해 '여성노동투쟁기록팀'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해 보고, 다른 경로로 더 많은 동지들이 유입되고 함께 활동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트위터를 이용하는 회원이 있다면 계정을 검색해 주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8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김지안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젠더와노동건강권센터 회원입니다.


#주얼리분회#전태일평전#여성노동투쟁기록팀#싸우는여성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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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안 (kils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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