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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이 공개됐다. 내년(2026년도) 나라 살림에 쓸 돈은 728조 원이다. 금액만 보면 지난 윤석열 정부의 마지막 예산보다 54조7000억 원이나 많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성장의 기틀을 만들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 분야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연구개발 등에 집중 투자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저출생 고령화, 민생 안정을 위해 쓰인다.

특히 이번 예산은 지난 22일 발표된 정부의 경제성장전략을 뒷받침하게 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정부의) 경제정책과 연계해서 예산안을 마련한 최초의 사례"라고 했다. 이어 "향후 5년 국정 방향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정책과 예산의 경제 선순환 구조'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이재명 정부는 AI-혁신경제와 복지포용이 결합된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만들수 있다.

물론 전년도보다 늘어난 지출에 맞춰, 낭비성 예산도 크게 줄인다. 이 금액만 27조 원에 달한다. 정부는 철저하게 성과 중심으로 재정을 전략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역시 재정 혁신의 또 다른 실험이다. 재정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나라 빚 규모 역시 50%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70%를 넘어서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에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정건전성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예산안은 'AI를 통한 성장 잠재력 회복과 민생·포용을 통한 사회적 지지'라는 두가지 목표를 두고 있다. '진짜 성장'을 위한 이재명노믹스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최악 상황 넘긴 경기 회복, 재정으로…'성장과 복지' 두마리 토끼 잡을까

 2026 이재명정부 예산안
2026 이재명정부 예산안 ⓒ 기획재정부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728조 원에 달한다. '슈퍼 예산'이라 할 정도다. 이같은 나라 살림의 배경에는 최악의 경기 침체와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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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부총리는 지난 28일 예산안 사전 설명회에서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위축된 경기와 민생에 활기를 넣어야 하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나 코로나 등의 대형 이슈도 없음에도 이같은 침체 상황을 경험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 들어 성장률과 소비가 간신히 플러스로 돌아섰다"면서 "적극적인 재정을 통해 어렵게 되살린 회복의 불씨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AI 대전환의 초혁신경제를 준비하고 제대로 된 경제성장의 틀을 만들어 놓는 것이 저의 꿈"이라고 했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 축은 크게 세가지다. AI와 연구개발(R&D) 분야의 대규모 투자다. 또 하나는 민생안정과 포용사회를 위한 균형발전 실험이다. 마지막으로 안전과 외교 등 국익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구 부총리의 설명대로 내년 예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AI 투자의 대폭 확대다. AI 예산은 전년에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10조 1000억 원이다. 'AI 3대 강국'이라는 정책 목표에 맞춰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과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추진한다. 5년 동안 6조원이 들어간다.

AI와 R&D, 이재명노믹스의 심장…국민 필수 제품 300개에 AI 도입

 2026 이재명정부 예산 중점 투자 방향
2026 이재명정부 예산 중점 투자 방향 ⓒ 기획재정부

국민들이 피부에 와 닿을수 있는 300개 제품에 AI를 적용시키는데 9000억 원을 투입한다. 예를 들어 자동음향조절 마이크, 피부분석 등 국민들의 활용도가 크고, 향후 시장 파급력이 큰 상품을 개발하는데 지원한다. 고급 인재 양성과 맞춤형 교육 뿐 아니라 고성능 GPU 1만5000장 추가 구매, 공공부문 AI 전면 도입 등이 추진된다.

과학기술의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보다 19.3% 늘었다. 35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는데 10조6000억원이 투입되고, 첨단인력 3만3000명 확보 사업 등도 추진한다.

이들 미래전략산업 투자를 위해 추진중인 국민성장펀드(5년간 민관합동 100조 원 조성 목표)에도 초기 1조 원이 투입된다. 유망한 중소벤처 기업 지원을 위한 모태펀드 출자액도 2조 원으로 늘어난다. K-컬처 등 문화 분야도 지원 규모가 4조 2000억 원에서 5조 7000억 원으로 확대되고, 케이팝을 시작으로 관광과 푸드, 뷰티 등을 묶은 산업 정책도 본격화 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도 확대된다. 7조9000억 원이 투입되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9000억 원이 지원된다. 전기차 전환 지원금도 3조7000억 원 배정됐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를 바꿔 타려는 소비자에게 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아동수당 늘고 청년미래적금, 대중교통 정액패스, 전기차 전환 최대 100만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및 '25~'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열 재정관리관, 임기근 2차관, 구윤철 부총리, 유병서 예산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앙동에서 열린 '2026년 예산안 및 '25~'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상열 재정관리관, 임기근 2차관, 구윤철 부총리, 유병서 예산실장. ⓒ 기획재정부

두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민생안정과 포용사회를 위한 실험이다. '모두의 성장'이라는 정부의 경제성장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방의 성장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29조2000억 원을 투입한다. 거점 국립대 혁신( 9000억 원)을 비롯해, 지역 의료기관 장비 보강에 1조 1000억 원, 광역철도망 구축에 1조 7000억 원이 투자된다. 농어촌 인구감소 지역에는 월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도 한다.

연령 세대별 지원도 크게 늘어난다. 매달 10~12만원씩 지원하는 아동수당 지급 나이가 만 8세까지 늘어난다. 이를 위해 35조8000억 원이 배정됐다. 아이 돌봄 소득 기준도 중위소득 250%까지 확대되고, 청년을 위한 청년미래적금은 월 50만 원 한도로, 정부가 6~12%를 매칭 지원한다. 노인 일자리는 115만 개로 확대된다. 이같은 저출생, 고령화에 맞춘 예산만 70조4000억 원이 들어간다.

또 대중교통 정액패스도 새롭게 도입된다. 월 5~6만 원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최대 20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저소득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햇살론 6조원을 지원하고, 서민층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도 19만4000호를 제공한다. 이 쪽에만 들어가는 예산은 23조7000억 원 규모다.

인구감소 농어촌지역에 월 15만원 기본소득 실험…국방 초급 간부 보수도 올린다

 2026 이재명정부 예산안관련 계층별 지원내용
2026 이재명정부 예산안관련 계층별 지원내용 ⓒ 기획재정부

고용 안정에도 예산이 늘어난다. 실업자의 구직 촉진 수당도 현재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올린다. 또 주4.5일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게 장려금(월 20~50만원)을 주고, 육아기에 10시에 출근하는 제도를 도입한 회사에도 정부가 해당 임금 100%를 지원한다. 산재사고 예방을 위해 영세 사업장에 안전시설 장비와 기술지원에도 나선다. 1조5000억 원이 배정됐다.

마지막 예산의 핵심은 국민 안전과 외교안보 분야다. 정부는 AI와 드론을 활용해서 재난을 예측하는 등의 재난 시스템 정비에 5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또 200억 원 규모의 국민안전펀드도 따로 만든다. 경찰 인력도 전년 대비 1600명이나 늘린 6400명을 뽑는다.

국방 분야에서는 초급 간부의 보수도 최대 6.6% 올리고, 3년동안 동결됐던 군 장병의 급식 단가도 인상된다. 또 AI·드론·전투기 등 첨단 무기 개발에 3조 2000억 원을 투입한다. 대외적으로는 ODA 예산을 조정하는 대신, 남북협력기금도 2000억 원 늘려 1조 원으로 확대한다.

이재명 대통령,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라재정 절약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은 29일 국무회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여야간 본격적인 예산전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특히 728조 원에 달하는 총지출 확대는 재정건전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국가채무비율은51.6%다. 정부가 내놓은 국가채무관리 전망치를 보면 향후 5년동안 국가채무비율은 2029년 58%까지 오를 것으로 돼 있다.

'성과 중심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인공지능과 연구개발분야의 투자와 민생안정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는 것을 감안한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건전재정을 약속하고 추진했던 지난 정부에서도 재정수지 적자는 계속돼 왔다"면서 "AI 대전환 시대에 초혁신 선도경제를 위한 재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적극적인 재정을 통한 핵심 미래산업의 투자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지속가능한 재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예산과 정책의 선순환 구조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AI를 통한 혁신경제와 포용복지가 결합된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이재명노믹스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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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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