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 주 월요일 오전 7시. 라이프플러스팀 에디터가 힐링 가득한 글로 당신의 아침을 고속 충전합니다.

▲가기 싫은 출근길, 힐링을 배달합니다. ⓒ ai 제작
안부를 먼저 묻게 되는 9월 첫날, 월요일입니다. 어김없이 가장 유난스러웠던 여름,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슬슬 아침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걸 보니 정말 가을이 오긴 오나 봅니다. 곡식이 영글고, 과일은 알알이 차오르는 사계절 중 가장 맛있는 계절.
이 풍성한 계절을 앞두고 돌아보는 지난 여름은 어느 때보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먹을 것'에서 그랬는데요. 지난 8월 한 달, 가장 눈에 띄는 사는이야기 속 낱말은 다름 아닌 '반찬'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며 만든 짭쪼름한 밑반찬들을 보고 있노라면 몸 속에도 기운이 뻗치는 기분입니다. 천고마비가 시작되는 9월. 새로 다가오는 계절에 필요한 영양소를 전하는 마음으로 맛있는 이야기부터 담아보겠습니다.
미각

▲동순 엄마가 만들어온 반찬들. ⓒ 차유진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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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조림, 콩조림, 깻잎 김치, 오이 김치, 멸치볶음, 계란장, 부침개, 진미채볶음... 글자만 읽어도 밥 한공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이 반찬들은 "베란다에 널부러진 쌀 자루까지 다 실어 보내고 싶은 엄마 마음"부터 "무력하게 꺾여 있던 자신을 다시 일으키는 시간"까지, 사랑스럽고 뭉클한 기억으로 간을 맞췄습니다.
[관련기사] : 반찬 받아먹던 아기새가 채우는 치매 엄마의 냉장고 https://omn.kr/2eu7n/
젊은 날 엄마의 반찬을 열심히 받아 먹던 딸이 이제 치매 환자가 된 부모님을 위해 네 칸 반찬통에 골고루 음식을 담습니다. "부디 맛있게 드시고 냉장고에 잊지 않고 넣으시길" 바라는 마지막 문장까지 다다르면, 나도 모르게 함께 바라게 됩니다. 건강하시길, 꼭 잊지 말고 잘 챙겨 드시길.

▲음식 사진플라스틱 반찬통에 담았던 사진입니다. ⓒ 현재연
청각
정성 가득한 음식으로 기력을 보충했다면, 이제 마음까지 든든히 채울 시간입니다. 9월을 여는 오늘, 우리가 가장 듣고 싶어할 말을 이 글에서 만났습니다.
[관련기사] : "다 좋아요" 진심 없는 칭찬이 불러온 결과 https://omn.kr/2et7w
"사람들은 따끔한 비평을 바란다고 하지만, 정작 기대하는 건 칭찬이다."
기사에서 인용한 부분은 서머싯몸의 <인간의 굴레> 중 한 문장입니다. "약처럼" 정성껏 달여 전하는 칭찬 한 마디. 기사는 "다 좋아요"라는 헐거운 말보다, "구체적이고 진실한" 칭찬이 주는 효과를 설명합니다. 소중한 누군가를 일으킬 진실한 한 마디, 지금 한 번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촉각
어떨 땐 말보다 무언가의 온기, 감촉, 분위기에서 힘을 얻을 때도 있습니다. 쌀쌀해지기 시작하는 가을날 휴가를 내고 본가에 가면, 일하러 나가신 부모님은 빈 집에 혼자 도착할 딸을 위해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으셨습니다. 냉장고 홈바에는 '딸기', 식탁보 위에는 '고구마'... 그리고 방문 앞에는 '매트 켜서 따뜻하게 한숨 자라'는 메모 한 장.

▲엄마의 메모. ⓒ 조혜지
이내 온기 가득한 전기매트 위에서 뒹굴 거리며 가을 한낮의 여유를 즐깁니다. '따뜻함'이라는 감촉 아래에는 사랑이 서려 있습니다.
[관련기사] : 한 마디도 못 알아들은 기도에서 시작할 힘을 얻었다 https://omn.kr/2eu6r
이 기사를 보는데 더운 날씨임에도 기분 좋은 훈기가 차올랐습니다. 먼 이국땅 순례길을 걷다 만난 작은 성당, 지친 여행자를 가만히 안아주신 수녀님. 사진 한 장을 보며 가만가만, 함께 마음을 다독입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메세타의 기도 ⓒ 김상희
시각
좀 든든해지셨나요? 8월 말이면 벌써 김장을 위한 배추를 심는다고 합니다. 배추가 가을과 겨우내 속을 채워가듯 우리의 몸과 마음도 잘 영글길 바라면서 유기농으로 푸르게 배추 밭을 일구고 계신 농부 기자님의 글을 공유합니다. 눈에 좋다는 초록빛이 싱그럽게 들어옵니다.

▲배추가 영하 2~3도 정도의 추운 날씨를 견딘 후에 수확하면 달고 저장도 오래된다. ⓒ 조계환
[관련기사] : 유기농사꾼이 알려주는 '극악 기후' 대비 김장 배추 농사 https://omn.kr/2etaw
기후 위기로 여러 고충을 겪고 계시지만, "최대한 노력하고 부지런히 농사지어" 너른 밭을 채우시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보는 사람까지 힘이 납니다.
최근 서평을 보고 구미가 당겨 읽은 책 속에선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 매사 시큰둥했던 남편을 확 바꾼 3평짜리 공간).
"원하는 씨앗을 심고 매일 그 성장을 지켜보며 열심히 가꾸는 동안 나 또한 같은 공기를 맡고 같은 태양을 쬔다. 시간이 흘러 씨앗이 열매를 맺고 무르익으면 제철이 오고 나는 수확한다. 그 채소를 먹는다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누군가가 기른 채소 안에는 그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있다고 한다."
- <시인의 텃밭> 긴이로 나쓰오
오늘 여러분을 감싸는 모든 공기와 바람, 햇볕, 그리고 끼니 때마다 먹는 음식. 그 모든 순간 사이사이에 가을을 여는 필요한 영양분이 가득 담겨 있길 바랍니다. 든든한 하루 보내시길! 저는 10월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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