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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 해주길 바라며 하지만 아주 작고 소중한 욕심 하나는 잃지 않고 싶다. 나를 스쳐 간 아이들이 나를, 나와 보냈던 찰나의 순간을 인생에서 딱 한 번만 문득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한 톨만 더 나간다면 '그리워해줬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워 해주길 바라며하지만 아주 작고 소중한 욕심 하나는 잃지 않고 싶다. 나를 스쳐 간 아이들이 나를, 나와 보냈던 찰나의 순간을 인생에서 딱 한 번만 문득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한 톨만 더 나간다면 '그리워해줬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다. ⓒ 김정주

솔직하게 말해보자. 교습소 운영을 하며 가장 힘이 날 때는 새로운 아이가 등록할 때다. 반대로 가장 힘이 빠질 때는 다니던 아이가 그만둘 때다.

한 아이가 등록하고, 한 아이가 빠진다는 것은 그 만큼의 수입이 늘고 주는 것이다. 희비가 오가는 걸 부인할 생각은 없다. 현실이다.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새로운 아이가 등록한다는 것은, '아,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해석이 동반된다. 돈 밖에 있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준다.

반대로 다니던 아이가 그만둔다는 것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나'라는 해석을 동반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여러 가지 생각이 줄지어 따라온다. 혹시 내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어떤 실수를 했나, 여기서 받는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한 걸까.

내 머릿속을 맴도는 언어들 중 하나로 그만둠을 말한 학부모는 없었다. 이유는 다양하다. 진실은 영원히 미지수로 남을 뿐이다. 꽤 정성스럽게 괴로워한다. 왜 그만뒀을까를 생각하면서. 그러다 그중에 가장 적절한 속사정을 골라서 끝내 소화를 시킨다. 그래야 나도 그 아이를 잘 보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줬는데 어떻게 '쿨'하게 보내주겠는가. 뜨거운 안녕을 부를 뿐이다. 이건 수강료 얼마 빠진다의 차원은 분명 아니다. 사실 학원 하나쯤 그만두는 것은 대수가 아니다. 언제든 그만둬야 할 이유야 많은 편이다. 나도 학부모니까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주 작고 소중한 욕심 하나는 잃지 않고 싶다. 나를 스쳐 간 아이들이 나를, 나와 보냈던 찰나의 순간을 인생에서 딱 한 번만 문득 기억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여기서 한 톨만 더 나간다면 '그리워 해줬으면 한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브룩스는 보이는 감옥에서 가석방으로 출소는 했지만, 보이지 않는 감옥에 여전히 갇혀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후에 레드도 꼭 같은 절차를 밟지만 그는 '희망'을 발견하고 나아간다. 그 차이는 브룩스에게는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가 그 누구도 없었지만, 레드에게는 앤디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둘이 결국 재회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아니, 모든 영화 통틀어 가장 사랑한다.

낭만에 찌든 말일지 몰라도 내뱉어 본다. 내가 가르친 아이들 중 단 한 명에게라도 내가 그런 앤디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나와 함께 보냈던 시간이 1cm라도 '희망'이었으면 한다.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훗날 문득 나를 기억할 때, 그 순간이 앤디와 레드의 재회처럼 다정하길 바라며.

#교습소#글쓰기교습소#쇼생크탈출#희망#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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