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오는 날, 큰뒷부리도요새 모형이 젖지 않게 ⓒ 새사람행진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언제 그렇게 무더웠냐는 듯이 새벽부터 천둥번개에 폭우가 쏟아졌다. 오늘(26일) 행진을 무사히 시작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새,사람행진단(아래 행진단)에게는 비마저도 무색했다. 비가 오든 안 오든 행진은 시작될 것이었다.
국토부 앞, 다행히 큰 비는 잦아들었고 행진단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함께 모여 인사를 나누고 잘 걷기 위한 스트레칭을 했다. 오늘 수라의 외침은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는 한국에서 번식하는데 이 시기에 머리 부분이 검게 변해 검은머리갈매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멸종위기종이지만 한국 서해안 갯벌의 대규모 매립, 개발로 이들의 서식지는 파괴되고 있다. 행진단은 매일 매일 새로운 생명들이 새만금신공항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해있고, 사람 또한 그 처지가 다르지 않을 것임을 확인하며 행진을 시작했다.

▲장계성당 아이들이 직접 만든 몸자보 ⓒ 새사람행진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꿀잠에서 준비해주신 점심식사 ⓒ 새사람행진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
전북 장수군의 장계성당에서는 성당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하라'는 문구가 적힌 초록색 조끼를 입고 참여해 행진단의 환영을 받았다. 또 작은 물떼새 등이 앉은 깃발, 검은머리갈매기 모자와 장난감 등 행진단과 참가자가 제작해 온 다양한 물품을 들고 행진했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소품들이 행진에 나서고, 또 새로운 사람들이 먹거리를 준비해온다. 오늘의 점심은 비정규노동자의 쉼터 꿀잠에서 준비해줬다. 식사와 과일, 커피를 비롯한 여러 음료, 떡까지 행진단은 맛있고 푸짐한 점심을 먹고 기분 좋은 휴식 시간을 가졌다.
오는 31일은 새,사람행진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아래 공동행동)에서 준비하고 있는 '세계 연대의 날'이다. 새만금신공항 건설을 반대하고 수라갯벌을 보존에 연대하는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의 연대 메시지를 모으고 있는 공동행동의 홍보국장 김나희는 세계 연대의 날의 의미를 이야기해줬다.
"도요새는 전 지구를 집으로 삼기 때문에 지구의 모든 곳을 전부 다 느낄 수가 있어요. 그래서 도요새는 서해안 갯벌, 알래스카, 뉴질랜드 어느 한 곳이 파괴되면 안 돼요. 전 지구가 하나의 집인 위대한 존재거든요. 이런 존재가 '우리의 개발로 죽어가고 있다, 이 하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 지구를 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으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고 새,사람행진도 도요새와 같은 관점에서 시작되었어요.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큰뒷부리도요를 자신들의 조상으로 여기고, 실제로 지금도 큰뒷부리도요가 서해안 갯벌로 떠나가는 날에 의례를 치러요. 새의 관점에서 행성을 본다면 국제적인 시야가 열리는데요, 그래서 새,사람행진이 국제적인 행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8월 31일에 국제 연대의 날을 기획하게 되었어요."(김나희 새마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홍보국장)

▲조치원역에 도착하다 ⓒ 새사람행진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이들의 '공항 건설이 아닌 갯벌을 살리기 위한 메시지를 달라'는 요청에 전 세계 곳곳에서 응답을 보내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메시지를 받고 있는데 저의 편협한 생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일 먼저 메시지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우간다에서 가장 먼저 메시지가 왔어요. 우간다의 어린이들이 메시지를 보내줬는데 어린이들이'Save our sura, Save our shore birds'라고 구호를 외치는 영상을 보고 마음이 찡했어요. 그 뒤로 독일, 호주, 미국, 아일랜드, 르완다 등 갯벌을 생각하고 공항을 반대하는 전 세계의 시민들이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이걸 모아서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 공유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스테이그라운디드(Stay Grounded)라는 전 세계 200개 단체가 연합한 항공 반대 단체가 있어요. 이곳에서 새만금신공항 부동의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전북지방환경청에 발송했어요. 이것도 8월 31일 세계 연대의 날에 함께 발표할 예정입니다."
벌써 15일 차 행진을 진행하고 있는 행진단은 멈추지 않고 춤추고 노래하며 서울로 향하고 있다. 내일은 조치원역에서 전의역까지 15Km가 넘게 행진한다. 27일 일정 후 행진단은 긴급연대 활동으로 구미로 간다. 고용승계, 먹튀기업방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한국옵티칼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서다. 이렇게도 뜨거운 여름을 두 해나 견디며 불탄 공장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 박정혜를 응원하는 문화제에 참여한다. 행진단도 뜨거운 아스팔트를 걷느라 힘들지만 노동자의 절박하고 절실한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힘을 보태겠다 나섰다.
새,사람행진단은 새와 노동자 모두 같이 살자는 행진이다.

▲조치원역에 도착하다 ⓒ 새사람행진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27일 옵티컬 연대가다 ⓒ 새사람행진단

▲8.31 세계연대의날 행진문화제 ⓒ 새사람행진단
수라의 외침, 8월 26일 검은머리갈매기의 날
우리는 전북지방환경청을 출발해 서울까지 향하는 발걸음 앞에 수라의 뭇 생명을 기억하고 그들이 끝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수라의 외침>을 전합니다. 오늘은 검은머리갈매기의 날 입니다
4월의 어느날
수라갯벌 남쪽에 있는 방수제를 걷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삑! 삑! 하고 경고음이 귓전을 때렸습니다. 소리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니 검은머리갈매기 한 쌍이 위협하며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수라갯벌의 후미진 방수제 어딘가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것이 분명했습니다. 한참을 발걸음을 옮기니 소리가 잦아들었습니다. 한숨을 돌릴 때쯤 또다시 어디선가 두 쌍의 검은머리갈매기가 경고음을 내뱉습니다. 겨우 몇발짝 더 가다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맹렬히 우는 검은머리갈매기들을 도대체 이겨낼 수가 없었습니다.
검은머리갈매기는 번식을 하러 한국을 찾습니다. 번식기에는 머리부분이 검게 변해 검은머리갈매기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되었지만 한국 서해안 갯벌의 대규모 매립과 개발은 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수라에는 많은 갈매기가 살고 있습니다. 괭이갈매기, 쇠제비갈매기, 재갈매기… 갈매기 종류도 이름도 이렇게 다양한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이름을 알게 되니 서로의 차이가 눈에 들어 옵니다. 이름을 모를땐 그저 새와 풀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름을 알게 되면 갯벌 또한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생명이 있는 존재는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인간의 세계에서는 존재가 갖는 차이와 다양성이 온전히 존중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라갯벌에 서면 다양한 생명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우리도 서로를 알아가고 또 차이를 배우며 우리의 연대를 가꿔 나갑시다.
그리고 이 발걸음들이 모여 자본의 이윤보다 생명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정의로운 판결이 내려지도록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