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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닌 현재의 재난입니다. 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 태풍이 일상이 되었고 에너지 위기와 환경 불평등은 우리 사회 곳곳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원전과 석탄 대신 어떤 에너지를 선택해야 하는지, 에너지 정책과 정의로운 전환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합니다.
 서울 시내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폭염이 이어진 1일 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한 시민이 상의를 벗은 채 달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폭염이 이어진 1일 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한 시민이 상의를 벗은 채 달리고 있다. ⓒ 연합뉴스

"올여름이 가장 시원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여름이면 자조와 두려움 속에 회자하는 말이다. 더위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는 현실에서, 이 표현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무서운 예언처럼 들린다.

실제로 2023년 지구 평균기온 14.98℃, 2024년에는 15.09℃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했다. 2025년에도 또다시 기록을 넘어섰다. 북반구 평균기온이 22℃를 웃도는 날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기후학자들이 경고했던 '끓는 지구(boiling Earth)'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이 드러났다.

대한민국도 이 거대한 변화의 전초에 서 있다. 1912년 이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무려 3.6℃ 상승했는데, 이는 지구 평균 상승 폭의 두 배 넘는 수치다. 2024년에 14.5℃라는 사상 최고 평균기온을 기록했고, 2025년 여름 역시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학계가 제시한 4가지 공통사회경제경로(SSP)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전혀 없는 고탄소 시나리오(SSP5-8.5)에 따른 한반도의 전망은 충격적이다. 지금처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구조를 유지한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훨씬 더 가혹할 것이다.

기후 불평등, 생존권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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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 특히 저소득층과 고령층,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훨씬 더 가혹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4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4033명, 추정 사망자는 26명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환자 수가 315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3배 증가한 것이다.

연령별로는 50대(19.6%)와 60대(19.0%)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 30대(13.2%), 40대(12.9%), 80대 이상(11.2%), 70대(11.0%) 순이었다. 직업별 통계를 보면 단순 노무 종사자가 26.5%로 가장 많았고, 무직(13.7%),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7.5%)가 뒤를 이었다. 즉, 경제적 취약성과 노동 환경의 열악함이 기후위기와 결합하면서 피해를 키우고 있다.

노동자에게 기후위기는 곧 생존권의 문제다. 지난 7월에도 아파트 공사 현장, 제초 작업장, 배관 수심 측량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폭염으로 쓰러져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4월까지 온열질환 관련 산재 사망사고는 17건이었으며, 그중 82%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46%는 건설현장에서였다.

이는 규모가 작은 영세사업장에서 하청 노동을 하는 이들이 폭염의 재난을 가장 먼저, 가장 무겁게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산재로 승인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에 따르면 2050년에는 8월 한 달 내내 중등 노동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순히 노동시간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과 노동소득 보전 대책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후위기의 또 다른 그림자는 돌봄 위기다.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아이, 노인, 장애인, 병약자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공공 돌봄 체계는 거의 없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같은 주요 정책 문서에서도 돌봄은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재난 대응은 가정, 그중에서도 여성의 몫으로 전가된다. 폭염과 홍수, 미세먼지 같은 환경 재난은 돌봄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지만, 이를 감당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은 불안정한 고용, 낮은 임금, 과중한 노동에 시달리면서 기후위기 최전선에 서 있다.

여성은 기후위기 속에서 다층적인 취약성에 놓인다. 열악한 냉난방 환경은 주거·건강·생계 전반에 불평등하게 작용한다. 더구나 재난 상황에서 여성은 가족을 돌보는 주요 역할을 떠맡으며, 돌봄 부담이 고스란히 여성에게 집중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이 폭증했음을 국제기구 연구들이 보여준다. 한국 역시 학교 개학 연기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여성에게 돌봄과 가사 부담이 집중된 바 있다.

나아가 기후위기 심화는 성폭력·가정폭력 위험을 키운다. 남아시아에서는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가정폭력이 6.3% 증가했고, 스페인 마드리드 연구에서는 폭염이 닥칠 경우 친밀한 관계에서 여성 살해 위험이 4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케냐에서는 폭염 등 악천후가 발생했을 때 여성이 파트너 폭력을 당했다고 보고할 확률이 60% 더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별 기반 영향은 한국의 기후 정책 어디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다.

정의로운 전환, 지금 필요한 원칙

 7월 29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폭염 실태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7월 29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폭염 실태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현재진행형 생존 위기다. 폭염, 홍수, 대기오염, 식량과 물 위기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사회·경제적 비용은 사회적 약자에게 불공정하게 전가된다. 특히 여성 노동자는 노동환경 악화, 일자리 불안정, 돌봄 부담 증가라는 삼중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여전히 기술·자본 중심의 '녹색성장'에 치우쳐 있다.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불평등은 외면되고, 탄소세 인상 같은 정책은 복지·세제 보완 없이 시행될 경우 저소득층 여성 노동자의 생계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

기후정의란 단순히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모든 노동자와 시민이 공정하게 전환에 참여하고 혜택을 나누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 성인지적 기후정책, 돌봄과 생계의 지속 가능성 보장, 노동자 참여가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획·집행·평가 전 과정에서 성별 영향평가가 실시되어야 하며,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필요가 반영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과제도 명확하다. 폭염과 한파에 대응할 산업안전 기준 강화, 재난 시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기후재난 휴가제' 도입,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돌봄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를 위한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 탈탄소 산업전환 과정에서는 여성 고용을 유지하고 재교육·재배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며, 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돌봄·지역 회복력 분야에서 공공주도의 기후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의 에너지 효율화, 커뮤니티 냉난방 공간 운영, 재생에너지 설비 지원, 냉난방비 지원, 누진제 완화 등 에너지 복지도 확대되어야 한다. 지역화폐와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한 기후적응 네트워크 확충, 모든 기후·에너지 예산 사업의 성별 영향평가 의무화, 돌봄·복지·안전 부문 투자 확대도 필수적이다. 정부, 지자체, 노동계, 여성단체,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기후정의 협의체를 설치해 여성 노동자의 대표성을 보장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단순히 에너지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다. 특히 핵발전은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 핵발전 건설에는 최소 수년에서 10년 이상이 소요되며,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다. 또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으며, 그 부담은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 폭염과 가뭄, 홍수 같은 기후재난은 원전 가동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실제로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냉각수 부족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핵발전은 중앙집중형 구조와 소수 자본·권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분산형·지역기반·시민참여형 기후정의의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미 태양광, 풍력, 에너지 효율화, 지역 순환경제 등 검증된 대안이 존재한다. 진정한 녹색 전환은 경제성장률이 아니라 모든 이의 삶의 질 향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의 해법은 단순히 지구 평균기온을 낮추는 데 있지 않다. 가장 취약한 사람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끓는 지구를 건너는 유일한 길이다. 기후정의는 기술적 문제 해결을 넘어 생존·돌봄·노동·평등의 문제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불평등 해소를 핵심 축으로 삼는 정의로운 전환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끓는 지구 앞에서,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기술과 자본의 논리가 아닌, 사람과 돌봄, 생존권과 평등의 원칙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진정한 녹색 전환은 모두의 삶의 질 향상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노동자#여성#기후위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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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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