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5.8.23 ⓒ 연합뉴스
"어제의 한일 정상회담이 내일의 한미 정상회담에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주말 사이 이루어진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실용외교에 방점을 찍으며 호평을 내놨지만, 강제동원 단체와 평화의소녀상 지킴이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상회담 '실용' 강조에도 '낙제점' 평가 나온 이유
지난 23일 일본 현지에서 이시바 총리를 2시간 동안 만난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기존 관행을 과감히 탈피하여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실천하고 양국이 미래지향적 상생협력의 길을 함께 열어나가고자 하는 신념 위에 오늘 일본을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 과거 역사인식에 대한 계승 입장 외에 우리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통렬한 사과·반성 등은 발표문에 담기지 않았다. 언론에 공개된 문서에는 ▲정상 간 교류 및 전략적 인식 공유 강화 ▲미래산업 분야 협력 확대 및 공동 과제 대응 ▲ 인적교류 확대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협력 등이 두드러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방미를 앞둔 성과물로 받아들였다. '트럼프발' 미국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외교적 위험 요소를 줄이고, 타결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했단 것이다. 민주당 박지혜 대변인은 주말 브리핑에서 "한미일 협력강화를 위한 선결 조건을 이행했다"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일본과 극우단체의 공격 속에 소녀상·노동자상을 지켜온 여성·시민단체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단 분위기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을 찾아 수요시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장선화 부산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상당히 실망스럽다"라고 반응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부산시 동구 일본영사관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열리는 부산수요시위.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 일본의 사죄 배상 등을 내걸고 여성단체 주도로 수년째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 김보성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부산여성행동에 함께하는 장 대표는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한 배경을 벌써 잊은 게 아닌가. 당당하게 사죄배상 요구를 왜 하지 않느냐"라며 "실용 때문에 이 부분을 뒤로 미뤄선 안 된다. 과거를 놔두고 미래로 갈 순 없다"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극우단체가 의기양양해 있지 않을까, 화가 난다"라며 우려도 던졌다.
소녀상과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설립 운동에 주도적으로 힘을 보탰던 단체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허남호 부산평화너머 사무처장은 "현재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여섯 분밖에 남지 않았고, 강제동원 배상은 아직도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라며 "이 문제해결 측면에서 보면 회담은 낙제점에 가깝다"라고 낮은 점수를 매겼다.
한미정상회담, 미국의 통상 압박 대응 부각에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실용적·실리적 외교가 필요하다고 해서 전쟁범죄 피해자들을 덮어놓고 갈 수는 없다는 비판이다. 그는 "빛의 광장을 통해 당선한 대통령이라면 과거를 바로 잡고, 국민의 주권을 가장 우선시 해야한다"라고 대선의 약속을 강조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각각 성명으로 쟁점이 쏙 빠진 한일 회담에 우려를 표시했다. 부산시민행동은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반인도적 범죄이자 인권 문제"라며 "(대통령이)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피해자 편에 서서 정의로운 외교를 실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강제동원시민모임은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상대의 태도를 열거하며 "(정부가)왜 이런 문제에 입도 뻥끗하지 않았느냐"고 질타를 던졌다. 특히 일본을 향해선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따라 통절히 반성하겠다면, 즉시 배상하거나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으로부터 그 진실성을 보여야 한다"라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