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과 대화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지난 8월 12일 개최된 '청년 평화미래대화'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통일부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 이재명 대통령이 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한반도 미래 비전이다. 여전히 꽉 막힌 남북관계에 멀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망가뜨린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분명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뭐 하나 제대로 시작된 것도 없는 남북관계지만, 분명 다른 기회가 열리고 있다. 12.3 계엄을 이겨낸 국민주권의 정부,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정권의 깊은 곳에서 독점돼 왔던 정책 권한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정말이라면, 어떻게 이 권한을 행사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전에 없던 제안,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
지금까지 대북·통일정책은 정부, 아니 대통령실(청와대)이 독점해 왔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극단적인 사례였지만, 문재인 정부 또한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12.3 계엄을 일으킨 내란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낸, 우리 국민이 선택한 정부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 또한 정책 독점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관련 기사:
이재명 정부, '정책 독점'의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면, https://omn.kr/2e8jt).
관련하여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세 가지 정책 비전을 강조했는데, 그중 하나가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이다. 전에 없던 제안이었다. 정동영 장관은 "국민주권정부란, 평화와 통일문제에 주권자가 폭넓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 말했다. 또한, "주권자인 국민이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서 국정기획위원회는 대북·통일정책 국정과제에서 '대북·통일정책에 대한 국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고 제도화하는 사회적 대화 추진체계를 구축,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민간이 주도적·안정적으로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제시했다. 또한, "민간이 평화·통일 담론의 생산과 확산을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한반도 미래를 그려갈 국민, 그 국민주권의 주체는 누구인가?
미래세대 빠진 한반도 미래 구상은 이제 그만
지금까지 대북·통일정책은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지혜를 얻은 바 크다. 특히 지금까지 수립된 민주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과거 남북관계의 황금기를 만들었던 경험을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구축되었다. 과거는 분명 우리에게 소중한 경험을 제공해 주었으며 새로운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의 미래세대는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미래세대를 그저 통일에 관심 없는,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객체로 취급한 것은 아닐까?
이제 미래세대가 그들의 미래를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지금까지 대북·통일정책을 논의하는 공간에서 미래세대의 자리는 없었다. 주로 50~60대 남성, 전문가(전직 관료)들이 그 자리를 채워왔다. 진심으로 이들의 경험과 지식은 앞으로도 한반도 미래 구상을 위해 꼭 필요한 자산이다. 다만 이제는 세대와 성, 연구와 현장의 지혜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획과 관행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 2024년 9월, 통일부가 주최한 '2024 국제한반도포럼(Global Korea Forum)' 개회식에서 포럼 연사로 초청된 콜린 크룩스 영국 대사가 '패널 구성이 성평등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석을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관련 기사:
한반도 문제는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1158520.html).
안타깝게도, 낯 뜨거운 이 사건이 있은 후로도 대규모 컨퍼런스에서 여성은 늘 한, 두 명 자리를 채우는 기획이 반복돼왔다. 미래세대의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노력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일례로 올해 9월 18일과 19일 양일간 개최되는 '2025 국제한반도포럼' 또한 시민사회 세션을 제외하면 여성 패널은 세션별로 1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세대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세대와 성, 현장과 연구가 어우러진 정책 참여 이뤄져야
이제 시작이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은 세대와 성, 연구와 현장의 지혜가 함께 어우러진 구성을 기본으로 국민주권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만들어갈 한반도 미래는 무엇보다도 미래세대와 함께할 때 성공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청년들이 전직 장관, 원로 연구자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한반도 평화를,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획의 전환을 과감하게 추진해 보자. 앞으로 구성될 정부의 각종 위원회와 자문기구도 기획 단계에서 성평등과 세대 구성, 전문가와 활동가의 참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의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미래세대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저 어른들의 지혜를 배우는 학습자가 아닌, 스스로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일영씨는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으로,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등을 집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