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코스피 PBR이 얼만지 아시냐"고 묻자, 구 장관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JTV뉴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부총리님, 지금 저희 코스피 3200정도라고 하는데, 소위 PBR이라고 하죠 '주가순자산비율'이 우리나라 얼만 지 아십니까?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잠시 침묵 뒤 주변 이야기를 듣고) 10정도 안 됩니까.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1.0입니다... 대만이 2.4, 일본이 1.6, 브라질·태국도 1.6·1.7. 신흥국 평균이 1.8입니다.
구윤철 부총리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코스피 PBR을 '10'이라고 답해 논란이다.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우리말로 주가장부가치비율이라고 부르는 PBR은 Price-To-Book Ratio의 약자로, 주가와 장부가치를 비교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율이다. 해당 종목의 단위 주가가 1주당 장부가치 대비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 가를 보여준다. PBR이 1인 종목은 해당종목의 단위 주가가 1주당 장부가치와 같다는 뜻이다. PBR이 1보다 큰 종목은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높아서 고평가됐다고 해석한다. 1 미만인 종목은 주가가 장부가치보다 낮기 때문에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PER과 더불어 주식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지표이기에 주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지표가 바로 PBR이다.
미국 증시의 PBR은 현재 5가 넘는다. 반면 우리 증시는 신흥국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데, 이에 심각성을 느끼고 개선해야 할 경제 수장이 기획재정부 사전에 나와 있는 개념조차 제대로 몰랐던 것이다. 구 장관뿐 아니라 주변에 있던 인물들도 그가 답변을 망설이자 '10'이라고 오답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업무보고에 그대로 생중계됐다.
만약 구 장관의 말대로 코스피의 PBR이 10이라면 현재 우리나라의 주가지수는 3만을 훌쩍 넘어야 한다. 그러나 19일 장마감 기준 코스피 지수는 3151로 심각한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도 PBR 1에 계속 도달하지 못하다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가 상승으로 겨우 1을 달성했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저평가를 벗어나 일본의 PBR인 1.6에만 도달해도 5100으로,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코스피 5000'을 달성할 수 있다.
구 장관의 황당한 답변에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튜브 채널 오마이TV에서 <최경영의 경제오도독>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던 최경영 기자는 페이스북에 "믿기지 않아 찾아봤다"고 적었다. 유튜브 채널 < 주식왕 채국장의 코스피5000 >을 운영하는 채상욱 전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정몽준 버스비 80원 이후 최고 충격적 발언"이라고 평했다.
차명계좌·선행매매 의혹으로 물러난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제사법위원장에서 물러난 이춘석 의원부터 구 장관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코스피 5000' 목표에 발맞춰야 할 정부·여당 인사들이 도리어 걸림돌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