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도약 황금기를 선도한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취임 이후 IT를 대한민국 경제 회생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와 정보화 정책을 펼쳤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벤처기업 육성에 주력하여, IMF 위기로 침체된 경제를 IT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취임 직후부터 초고속망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여 전국 단위로 광케이블망을 구축하고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했다.
그 결과 1998년 약 1만4천 명 수준이던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2002년 6월에는 전체 가구의 64%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같은 기간 이동전화 가입자 역시 2002년 무렵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당시 5년은 대한민국을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으로 도약시킨 기간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IT 인프라 확충 정책은 제조업 위주의 당시 경제 구조를 지식정보 산업 중심으로 재편하는 구심점이 되었고, 훗날 네이버 및 카카오와 같은 굴지의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했다.
동시에 김 대통령은 벤처기업 정책을 통해 IT 산업의 혁신 성장을 촉발했다.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을 과감히 병행하여 민간의 IT분야 투자를 적극 이끌어냈고, 창업 활성화 정책으로 수많은 신생 기업이 등장하도록 장려했다. 이는 IT 산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당시 정부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와 벤처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으로 벤처 붐을 견인했고, 이를 통해 탄생한 여러 IT 기업들은 이후에도 대한민국 디지털 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해갔다. 아울러 전자정부 구축에도 힘써 행정 분야의 IT 혁신을 이루었으며, 대통령 자문기구 산하에 전자정부특위를 설치하고 전자정부법 제정 및 11대 중점 과제를 선정하는 등 체계적으로 전자정부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각종 민원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아져 정부 부문의 디지털 혁신과 전자민주주의의 초석이 마련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김 대통령의 "정보격차 해소" 노력이다.
김 대통령은 21세기 국가경영의 핵심을 정보화에 두겠다는 비전 아래, 모두가 정보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대대적인 국민 정보화교육을 추진했다. 취임 후 전국적인 정보화 능력 배양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컴퓨터와 인터넷 접촉 기회가 적었던 주부, 농어민, 군인, 교도소 재소자 등에 이르기까지 약 1000만 명에게 정보화 교육을 제공했다.
농어촌 등 소외 지역에는 민간 통신사와 협력하여 초고속망 구축을 확대하는 등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병행했다. 이러한 사람 중심의 정보화 정책에 힘입어, 당시 계층ㆍ지역 간 정보격차 축소와 IT 인력 저변 확대가 크게 진전되었다.
IT 정책으로 인한 당시 사회의 변화와 영향
이러한 정책들은 국내 산업 구조와 민생에도 지대한 변화를 초래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은 단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을 달성하며 명실상부한 인터넷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특히, 2001년경 세계 1위의 인터넷 보급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초고속망의 전국적 확산은 IT 산업 내부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수많은 국민이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활용하게 되면서, 전자상거래, 온라인 게임 등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산업이 개화했다. 예컨대 1999년 탄생한 네이버 및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 리니지로 대표되는 온라인 게임의 대두, 지금도 여전한 다음ㆍ네이버 카페 문화, 싸이월드 감성 등은 모두 인터넷 인프라의 급속한 보급이 낳은 신문화 현상이었다.
또한 인터넷 기반의 전자상거래와 벤처 창업 붐이 일어나 전통 산업 구조에 도전했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열풍이 불면서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이 쏟아졌다. 이처럼 IT 인프라와 벤처 육성 정책은 대한민국 경제를 지식정보 시대에 부합하는 신경제 구조로 전환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다만 급격한 IT 산업 성장 과정에서 부작용도 있었다. 예를 들어 2000년 전후로 벤처 거품 현상이 나타나면서, 과열된 투자 열기로 인한 벤처기업 부실과 일부 투기적 폐해가 드러나기도 했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벤처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는 등 부정적 여파도 있었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는 이후 벤처 생태계의 성숙을 위한 교훈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필연적 성장통을 경험한 과정으로 평가되며,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기틀을 놓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전반적으로 김 대통령의 IT 정책은 5년이라는 짧은 재임 기간 동안 대한민국을 IT 강국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IMF 위기 극복과 동시에 정보화에 박차를 가한 결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Golden"을 주도하였고, 이는 김 대통령의 선견지명과 추진력이 만들어낸 현대사의 한 획이라 할 수 있다.
모두의 AI 시대, 계승해야 할 "사람 중심" 철학
김 대통령이 남긴 가장 큰 유산 중 하나는 정책 및 기술 개발의 궁극적 목표를 "사람"에 두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IT 정책을 추진하며 "정보화 능력 확대 정책과 정보격차 해소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고, 기술 발전의 혜택이 일부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함을 역설했다. 이러한 포용적 기술관은 오늘날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AI 기술이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하였지만, 한편으로는 AI를 활용할 줄 모르는 계층이 뒤처지는 새로운 디지털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어르신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키오스크 결제나 스마트폰 활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고도화된 AI 서비스와는 거리가 먼 현실이다. 이대로 두면 AI 기술이 사회적 약자의 불리함을 가중시켜 기술에 의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결국 AI 시대에도 "사람 중심" 원칙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과거 사례가 시사하듯, 교육과 역량 강화가 해법의 출발점이다. 당시 정부가 정보화 교육을 전국민 운동으로 전개하여 디지털 문해력을 높였듯이, 오늘날도 AI 리터러시(AI 활용역량)를 갖추게 하는 평생교육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ㆍAI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하며,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AI 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작년말 제정된 디지털 포용법도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디지털 기술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분명한 내용이 명시되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자체별 어르신 전용 AI 체험시설 운영이나, 농어촌 지역 AI 인프라 확충 등 생활밀착형 정책 등이 반영되어야 한다. 과거 정부가 농어촌마을 PC방을 설치하고 이동인터넷버스를 운영했던 선례를 참고하여, AI 시대에도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AI"를 구현하는 데에도 "김대중 리더십"이 요구된다. AI 기술은 편리함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프라이버시 침해나 차별적 의사결정 등 부작용 우려도 크다. 따라서 기술 개발 단계부터 윤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보호하는 원칙이 중요하다. 이는 한마디로 기술을 인간의 통제 아래 두고, 인간을 위해 활용한다는 것이다.
AI 전문가와 정책결정권자는 인간 중심 설계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국민 누구나 AI 혜택을 누리면서도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제도를 갖춰야 한다. 나아가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AI 거버넌스를 정립하고, AI 기술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사람 중심의 기술 철학은 결국 "기술은 수단이고 우리 삶의 질 향상이 목표"라는 명제를 잊지 않는 데 있다. 경쟁에만 매몰되지 말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 것, 기술 정책에 포용과 공동체 가치를 반영할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기술을 길들일 것, 이러한 것들은 김대중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에게 남긴 과제다.
오늘의 국민주권정부가 추구하는 "AI 3대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 역시 기술 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 전략이 함께 갈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인간 중심의 혁신을 이룰 때, 비로소 김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을 위한 기술 강국"의 이상이 모두의 AI로서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저자는 극동대학교 해킹보안학과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