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자 휴대폰을 꺼내 든 할머니가 전화를 받는다.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리. "지금 따님이 경찰서에 있는데 1000만 원을 송금하지 않으면 교도소로 갑니다."
전화를 건 쪽에서 전화를 끊자 놀란 할머니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받지 않으니 불안해진다. 다시 걸려 온 전화 속 목소리는 "딸을 구하고 싶으면 빨리 가르쳐준 계좌로 입금하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아니면 통장 번호를 알려주세요"라고 한다.
할머니는 "정말로 내가 돈이 없어요. 그래서요. 제가 적금을 깨야 합니다. 제가 빨리 보내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사정한다. 그 사이에 딸에게 전화가 와서 '병원에서 물리치료 받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는 말에 할머니는 깜짝 놀라 털썩 주저앉는다.

▲‘여주실버드림극단’의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의 한 장면 ⓒ 이장호
이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지난 11일 여주시 흥천면 율극1리 마을 경로당에서 공연한 '여주실버드림극단'의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의 한 장면으로 관객은 이 마을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었다.
여주실버드림극단 배우들의 평균 나이는 75세. 여주시 어르신들이 모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로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세대 간의 소통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경로당을 찾아가 공연하는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은 배우와 관객의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가끔은 대본에 없는 돌발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관객이나 배우가 서로 편하게 말도 섞는 재미도 있다.

▲‘여주실버드림극단’의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의 한 장면 ⓒ 이장호
여주실버드림극단 배우들은 지난 2024년 여주시 평생학습센터의 '시니어 복화술 인형극단 양성 과정'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이 양성 과정은 어르신들의 사회 참여와 활력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의 하나로 운영되어 그 해에 여주시 평생학습·주민자치축제에서 어린이 대상 인형극, 주인공 판돌이와 그의 가족, 그리고 숲속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판돌아 놀자'를 성황리에 공연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여주시 평생교육과가 여주시니어클럽과 협력해 극단 운영을 지원하면서 취미를 넘어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고 지난 2월 19명으로 구성된 여주실버드림극단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올해 처음 여주도자기축제와 여주남한강벚꽃축제 등에서 선을 보이며 인기몰이를 한 '춤추는 여주쌀'에 이은 작품이 이날 율극1리에서 공연된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이다.

▲여주실버드림극단의 '춤추는 여주쌀' 공연 ⓒ 이장호
본 공연에 앞서 하모니카 연주로 흥을 돋우고, 연극이 시작되면 관객이 배우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는 풍경이 벌어지는 것이 다반사인 여주실버드림극단의 공연. 이 극단의 연출과 감독을 맡은 김수영 동화작가는 2019년 여주로 내려와 지역사회에 활발한 문학 및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본업인 동화작가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한편 여주시 홍보대사로서 여주 알리기에도 앞장서고 있어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김 작가는 지역 사회 맞춤형 이야기로 대본을 쓰고, 연기 지도는 물론 연출과 감독, 공연 전 사회까지 도맡아 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다. "각 마을을 다니면서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분들이 아주 많이 계시더라고요. 이런 사례들이 많아서 이 연극을 만들게 되었고, 여주시 마을 경로당은 물론 다른 지역의 초대도 받아 공연하는 등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연극을 보며 웃다 보면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대처법까지 자연스럽게 배우는 공연이 끝나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어르신들인 배우들과 관객이 한바탕 춤판으로 공연은 즐겁게 마무리된다.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 공연을 마친 후 배우들과 관객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 이장호
흥천면 율극1리 이존수 노인회장은 "우리 노인회뿐 아니라 주민을 위해서 이렇게 공연을 나오셨는데 정말 저도 재미있게 보았고 또 여기 계시는 분들 너무 수고가 많으셨습니다"라며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은 정말 많은 분을 모시고 여러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감사를 전했다.
한편 김수영 동화작가는 "여주실버드림극단은 내년에 '치매예방'을 주제로 한 연극을 만들어 공연할 예정"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여주실버드림극단’의 '보이스피싱 예방 연극' 이장호
덧붙이는 글 | 여주실버드림극단 공연신청은 여주시 평생교육과 평생학습팀으로 하면 된다. 031-887-3321
이 기사는 여주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