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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13 10:41최종 업데이트 25.08.14 08:32

'움직임 속에 담긴 치유'... 작가 최인엽을 만나다

물감과 실, 색과 선의 조화로 내면의 풍경을 담아내다

최인엽 작가 작품 앞에서
최인엽 작가작품 앞에서 ⓒ 최인엽

지난 7월 25일, 예술의전당 청년 미술상점에서 강원도 출신 최인엽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동국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드레스덴 조형예술대학에서 마이스터슐러 과정을 마쳤으며, 현재 서울과 강원도를 오가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유의 색감으로 미세한 감정부터 사회의 큰 흐름까지 다양한 '움직임'(die Bewegung)을 포착해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 그녀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최인엽 작가의 그림은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마주했을 때 물감의 흐름이 만들어낸 형상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색감과 자수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찰나의 것, 캔버스 위 아크릴과 자수, 72.7 x 60.6cm 2024,
찰나의 것,캔버스 위 아크릴과 자수, 72.7 x 60.6cm 2024, ⓒ 최인엽

- 작가님의 작품을 떠올리면 '움직임'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이 주제에 천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몸의 움직임을 활용한 퍼포먼스 작업을 해왔습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변하는 감정처럼 우리 역시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죠. 저는 이러한 작은 움직임부터 감정의 변화까지 모두 관심사로 확장했습니다. 특히 단어에서 영감을 얻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회가 움직인다'는 표현처럼 저도 '움직임' 속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이 주제에 깊이 천착하게 되었습니다."

Metal House Gallery 에서 전시중인 《지나간 시간에 남은》 의 전시 전경
Metal House Gallery에서 전시중인 《지나간 시간에 남은》 의 전시 전경 ⓒ 최인엽

- 최근 작품은 '움직임'에 대한 퍼포먼스보다는 회화에 더 집중된 느낌이에요. '움직임'을 회화로 표현하는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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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움직이는 선이 내가 받아들이는 세계를 연결한다'고 생각했고, 선을 그리는 동작 자체가 움직임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여겼죠. 그런데 회화 작업을 깊이 하다 보니 물감 자체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물감이 흘러내린 자국이 촘촘히 겹쳐지거나 속도감 있게 번져나가는 모습이요. 여기에 자수라는 또 다른 움직임을 더하면서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노트에는 '움직임'을 물리적 동작뿐 아니라 제가 느끼는 공기, 흐름, 변화까지 모두 포함하는 의미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화면 속에 담기 위해 지금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움직임 자체가 예술이네요.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아름답죠. 다만 그 움직임을 작업에 담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에요."

- 말씀하신 노력의 과정이 때로는 부정적인 감정도 동반하는 걸까요? 항상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긴 어렵다는 의미일까요?

"네, 맞아요. 예전에는 주로 흑백 작업을 했는데, 제 작품을 본 관객들이 자신의 힘든 기억이나 어두운 감정을 떠올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곤 했어요. 저도 한때 제 부정적인 면을 더 어둡게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고요. 그래서 한동안 '내가 가진 색 중에서 검은색을 최대한 배제해 보자'는 시도를 했고, 그때는 검은색 대신 회색 정도까지만 사용하며 작업했어요."

청년 미술상점 에서 관객과 만났던 최인엽 작가의 부스 전경
청년 미술상점에서 관객과 만났던 최인엽 작가의 부스 전경 ⓒ 최인엽

-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작품에 담아내려고 하셨던 거군요.

"맞아요. 특히 색감에는 사람들이 즉흥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나 긍정적인 분위기가 담기잖아요. 그 부분을 더 극대화하고 싶어서 색감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작가는 과거 흑백 작업을 주로 했지만, 작품을 바라보며 힘들어하는 관객들과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더 어둡게 바라보던 자신을 떠올리며 검은색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그런 변화 때문인지, 이전에는 '움직임'을 퍼포먼스로 표현했다면 지금은 색을 통해 그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Metal House Gallery 에서 전시중인 《지나간 시간에 남은》 의 전시 전경 2
Metal House Gallery에서 전시중인 《지나간 시간에 남은》 의 전시 전경 2 ⓒ 최인엽

- 흑백 작업만 하다가 더 많은 색을 쓰게 되었을 때, 작가님의 내면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나요?

"있었어요. '나의 부정적인 면도 조금 더 밝게 바꿔보자, 밝은 쪽으로 변화시켜보자'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밤이라고 해서 꼭 검은색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푸른 기운이 감돌기도 하고, 그 속에 반짝이는 부분들도 있죠. 그런 식으로 생각하며 작업을 하다 보니, 예쁜 부분들을 극대화하고 그 안에 긍정적인 색감을 담으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 그런데도 조화가 정말 잘 맞아요. 추상화는 사실 그게 제일 어렵잖아요.

"그렇긴 해요. 저는 형상을 만들어가면서 스케치 없이 바로 작업에 들어가요. 여러 겹이 쌓이면서 물감 색이 좀 더 조화롭게 보이도록 감각적으로 끌어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자세히 보면, 물감 색과 거의 비슷한 실을 골라 사용하거든요. 처음에는 관객분들이 그게 자수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안에 자수가 있다고 말씀드리면, 가까이에서 보시면서 색감이 미세하게 다른 걸 발견하시고 '어머, 여기 자수가 있네'라고 하시곤 해요. 이런 부분이 물감 색을 고를 때보다 오히려 실 색을 고를 때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감각적으로요."

이처럼 세심한 감각과 반복적인 작업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작가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 작가님께서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작업을 통해 어떤 점에서 치유를 경험하셨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인생에는 누구나 드라마 같은 순간들이 있죠.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겉으로 보기에는 사소해 보여도 제 인생이라는 역사책 속에 중요한 장면이 되기도 합니다. 그 사건들은 때로 무겁게, 또 때로는 가볍게 느껴지는데, 그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감정의 변화를 다시 떠올리며 작업에 옮기는데, 그러다 보면 지금 보시는 작품처럼 자연스러운 형상이 나타납니다. 작업하는 과정에서 그 사건들이 제 안에서 정리되기도 하고, 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가 작품 제목으로 결정되기도 하죠. 시간이 지나 제목을 붙일 때는 '그때는 그랬지', '그 작업을 할 때는 이런 마음이었지' 하며 다시 기록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큰 치유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마주하는 마음, 캔버스 위 아크릴과 자수, 25.8 x 17.9cm, 2024
마주하는 마음,캔버스 위 아크릴과 자수, 25.8 x 17.9cm, 2024 ⓒ 최인엽

- 작업을 하면서 다시 그 감정이 떠올렸을 때는, 이전처럼 나쁘지 않았나요?

"나빴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그 감정을 편집자처럼,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돼요. 작품이라는 세계 안에서는 전지적 작가 시점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런 입장에서 보면, 감정을 조금 더 관망하며 풀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작품은 제 삶이나 경험에서 끌어낸 것들로 만들어지니깐요. 그렇게 보면, 힘든 기억도 창작 과정의 일부일 뿐이고, 오히려 괜찮다고 느껴집니다. 저는 특정 사물을 그대로 그리지 않기 때문에, 겪었던 것을 새롭게 창조하게 되거든요. 그 과정 자체가 제 작업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작가는 자신에게 힘들었던 어떤 사건을 다시 마주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감정을 편집자처럼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과정을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치유를 느낀다고 한다.

우리 역시 그러하지 않을까. 자신에게 큰 사건으로 다가왔던 순간을 제3자의 입장에서 관망하듯 바라본다면, 그것은 결국 삶의 한 부분일 뿐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처럼 그녀의 작업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고, 감정을 객관화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치유의 시간이 된다. 그녀의 작품이 보는 이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낭만 혹은 겉으로 드러나는, 캔버스 위 아크릴, 130.3 x 89.4cm, 2024
낭만혹은 겉으로 드러나는, 캔버스 위 아크릴, 130.3 x 89.4cm, 2024 ⓒ 최인엽

덧붙이는 글 | 화이팅!


#청년미술상점#청년작가#미술작가#미술작품#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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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온유 (dkti1998) 내방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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