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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준 수원시장이 지난 7일 수원시 입북동에서 열린 현장시장실에서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에 민원을 제기한 주민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지난 7일 수원시 입북동에서 열린 현장시장실에서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에 민원을 제기한 주민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 수원시

"입북동 796-35번지 일원에 가스·수도 시설을 설치해 주세요."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의 오래된 마을 '벌터'를 30년간 지켜온 주민 전상옥(71·여)씨. 지난 6월 12일 입북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전씨는 간절한 마음으로 가스와 수도 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신청서를 작성해 새로 생긴 민원함에 집어넣었다.

전씨의 집은 서수원 지역 들판 한가운데 '벌터'라는 마을 안에서도 외딴섬 같았다. 반경 1㎞ 이내에 대형마트가 두 곳이나 있었지만, 전씨의 집을 비롯한 일부 가구는 기본적인 도시 설비조차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짓던 넓은 들판에 축사가 생겼다가 사라지고 새 길이 나면서 수도와 가스가 연결되고 물류창고가 들어섰지만, 작은 골목을 꺾어 자리 잡은 전씨의 집 등 세 가구는 도시화의 혜택에서 여전히 제외됐다.

"가스·수도 설치해 주세요"... 71세 할머니 간절한 민원, '폭싹 민원함'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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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씨 등 주민들은 생활 불편을 고스란히 감내해 왔다. 상수도 대신 지하수를 연결해 사용하고, 도시가스 대신 LPG 가스통 여러 개를 한 번에 배달시켜 두고 생활을 이어갔다. 언제 가스가 떨어질지 몰라 불안한 마음으로 추운 겨울을 나기 일쑤였다.

가스와 수도 시설이 없어 불편을 겪었던 주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여러 경로로 불편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적재조사 정비사업으로 인한 토지 분할 지연, 토지 보상 협의 지연 등 다양한 기관과 토지주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해당 지역의 도로 개설 공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가스·수도관 설치도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전상옥씨는 수원시가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아래 '폭싹 민원함')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희망을 품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7일 입북동 벌터마을에 현장시장실을 열고 주민들과 민원 해결 과정을 듣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7일 입북동 벌터마을에 현장시장실을 열고 주민들과 민원 해결 과정을 듣고 있다. ⓒ 수원시

 이재준 수원시장이 7일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에 접수된 민원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7일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에 접수된 민원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 수원시

전씨의 민원을 접수한 수원시는 관련 부서와 함께 수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사업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았다. 마침, 지난 4월 토지 보상 관련 소송이 끝나고, 보상이 완료되면서 도로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수원시는 현재 진행 중인 입북동 벌터 3-1539호선 도로 개설 공사와 연계해 상수관로·가스관 신설 공사를 추진하는 등 일사천리로 민원 해결에 나섰다.

오는 9월 도로 개설 공사를 시작하고, 11월까지 상수도관, 도시가스관 매설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11월부터 상수도와 도시가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도로 공사는 올해 말 완료된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지난 7일 공사가 이뤄질 현장을 확인하고, 민원을 제기한 전상옥씨, 입북동 주민자치회장, 통장협의회장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수원시로부터 수도와 가스를 연결하는 공사를 시작한다는 설명을 들은 전씨는 "길에서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을 만큼 좋다"며 얼굴에 활짝 웃음꽃을 피웠다. 전씨는 이재준 시장에게 "상수도와 가스를 쓸 수 없어 오랫동안 불편했는데, 이렇게 해결해 주셔서 진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재준 시장은 전씨의 손을 맞잡고 "기본 생활과 직결된 불편을 오래 겪게 해 죄송하다"며 "올해 안에 공사가 마무리돼 편안히 생활하실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장은 또 "10년 넘게 풀리지 않던 생활 민원이 시민의 민원함을 통해 100일 만에 실마리를 찾게 됐다"며 "행정이 움직이면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한 시민이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 신청서’를 작성한 뒤 수원시청에 설치된 민원함에 넣고 있다.
한 시민이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 신청서’를 작성한 뒤 수원시청에 설치된 민원함에 넣고 있다. ⓒ 수원시

수원시 행정기관에 50개 민원함 설치, 100일간 1,658건 집중 접수·해결

수원시는 백성의 목소리의 귀 기울이며 어려움을 꼼꼼하게 살폈던 정조대왕의 애민 정신을 계승해 지난 5월 1일부터 8월 11일까지 수원시 전역에서 '폭싹 민원함'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조선시대 백성이 직접 민원을 청하는 '상언(上言)'과 '격쟁(擊錚)'이 모티브가 됐다.

'폭싹 민원함'은 수원시청(본관, 별관)과 각 구청은 물론 44개 동 행정복지센터 등 총 50곳에서 100일간 집중적으로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 접수에는 어떤 제한도 없었다. 사소한 생활 불편부터 고충, 건의 사항 등 시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플랫폼 새빛톡톡에도 접수 창구를 만들었다.

시민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8월 11일까지 100일간 '폭싹 민원함'에 총 1,658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주로 생활과 밀접한 안전교통과 도시환경에 민원이 집중됐다. 분야별로는 안전교통 501건, 도로건설 270건, 공원녹지 247건, 도시환경 346건, 문화체육교육 86건, 복지 51건, 행정 108건, 기타 49건 등이었다. 정성스러운 손 글씨와 자를 대고 곧게 도로를 그려 넣은 지도 등 신청서 하나하나에 시민의 진심이 담겼다.

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들은 수원시는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여러분의 작은 목소리가 수원의 일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삶의 질을 높이는 소중한 거름이 되고 있다'는 화답 메시지를 민원 접수 당일 바로 회신해 시민과 소통하는 출발점으로 삼았다.

민원 처리 과정도 남달랐다. '폭싹 민원함'에 일주일 동안 모인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매주 민원컨설팅TF 회의를 열고 우선으로 해결 방향을 논의했다. TF에서는 수원시 정책과 행정을 진두지휘하는 기획조정실장부터 베테랑 팀장까지 경륜이 있는 공직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민원을 시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 제반 사항을 함께 논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맞춤형 민원 처리 방법을 고민했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민원을 우선 처리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시민의 불편이 정책의 출발점이 되도록 노력했다.

 수원시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 민원컨설팅TF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민원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수원시 '폭싹 담았수다! 시민의 민원함' 민원컨설팅TF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민원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 수원시

끝까지 해법 찾으려고 노력... 접수부터 결과 납득까지 '소통'

수원시 '폭싹 민원함'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이 납득하고 수용할 때까지 행정이 동행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답변 회신에 그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시민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시간이 필요한 민원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사안들도 끝까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지난 6월 9일 새빛톡톡으로 접수된 민원이 대표적이다. 수인선 상부공원에 화장실과 개수대를 설치하고, 녹지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도 같은 내용이 담당 부서로 접수됐으나 반영이 어렵다고 회신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민원인이 '폭싹 민원함'으로 의견을 재접수하자 유관 부서와 민원컨설팅TF가 현장을 방문해 전체적으로 재검토했다. 조정을 거쳐 '탄소중립 그린도시 사업'과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뒤 민원인에게 추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수원시의 고유 업무 범위를 벗어난 민원도 시민을 대신해 처리하고, 결과를 알려 이해시켰다. 지난 5월 27일 영통구청 민원함에 접수된 혼인신고 간소화 민원이 그 사례다. 민원인은 혼인 신고서에 증인 서명과 등록기준지 작성이 불필요하고, 인터넷으로도 혼인신고가 가능하길 바라는 내용으로 신청서를 작성했다. 이에 수원시는 기존 현황과 문제점, 개선 방안과 효과를 일목요연하게 작성한 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 신문고를 통해 개선 과제를 건의했다. 중앙부처에게 건의해야 할 일이라고 미루지 않고 민원인에게 건의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

이재준 "정책의 씨앗 삼아 시민과 함께 해답 찾아가는 도시 만들 것"

신호등이나 횡단보도, 단속 카메라 등 교통시설 설치 요구 민원들은 관련 부서의 협업이 빛을 발했다. 시 교통정책과가 민원인을 직접 면담해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할 경찰서와의 협조를 이끌었다. 각 경찰서도 민원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 상정 등 민원 처리를 위해 힘을 보탰다.

또 쓰레기 무단 투기나 악취 같은 환경과 관련된 생활 민원도 환경위생과가 직접 현장 방문을 통해 상황을 확인하고, 민원인과 직접 소통하며 지속적인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각 구청에서도 다양한 민원을 처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며 실행과 변화를 만들었다.

수원시는 '폭싹 민원함'을 수원시정 변화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민원 접수부터 처리 과정과 결과까지 단계별로 소통하는 민원 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민원 내용을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동별로 민원의 분포와 유형 및 처리 결과 등을 자료화해 지역별 현안과 이슈를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정책 대응 방향을 마련하는 것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재준 시장은 "수원 시민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고 더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시민의 민원함을 운영했다"며 "민원을 처리하는 도시가 아닌 '정책의 씨앗' 삼아 시민과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또 "시민들이 바라는 건 거창한 사업을 하는 것보다 눈앞의 불편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정조대왕이 '상언(上言)'과 '격쟁(擊錚)' 제도로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것처럼 수원시도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시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민원은 바로바로 해결책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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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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