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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8.12 09:45최종 업데이트 25.08.12 09:45

'포스트 제국주의'로 트럼프 '관세게임'을 읽어보자

윈셋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지켜보는 시민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7월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지켜보는 시민들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7월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관세게임'은 현재진행형이며,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양국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반영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일부 외신, 예컨대 BBS나 NHK 등에서는 한국의 협상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이를 논외로 하더라도 국내외 상황과 협상 과정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제국주의>(인터북스) 시각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WTO 등 다자간 무역레짐을 통해 제국주의적 구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리스크를 관리하거나, 교섭 상대국이 겪게 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학지(學知)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지향의 투레벨게임에서 살아남기 : 윈셋의 크기가 협상 가능성을 결정한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타결의 핵심은 국내 정치와 국제 외교가 맞물려 작동하는 '윈셋(win-set)'의 크기와 관리에 있다. 윈셋이란 각국 협상 대표가 자국 내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모든 합의안의 집합을 의미하며, 윈셋이 넓을수록 타결 가능성이 커진다. 이 개념은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남(Robert Putnam)이 제시한 양면게임(Two-level Game) 이론의 핵심 개념으로, 국내정치(內政)와 국제협상(外交)이 분리되지 않고 동시에 진행되는 게임 전략임을 보여준다.

한국의 윈셋: '문화정치' 및 경로의존성(소고기수입 반대)의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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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교섭에서 윈셋은 국내 정치적 환경과 이해집단이 상호작용하는 '문화정치' 활용, 국회의 비준 절차 등의 변수에 의해 결정되었다. 한국은 2008년 대규모 '미국산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의 전례와 국민여론의 강력한 반발 가능성을 교섭카드로 적극 활용하며 윈셋을 좁히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협상팀은 미국 측에 당시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직접 제시하며 국내 민심의 마지노선을 강조해 설득했다.

이처럼 정부가 여론의 압력으로 대표되는 '좁은 윈셋(win-set)' 전략을 앞세운 결과, 쌀·소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민감 품목)에 대한 추가 시장개방 요구를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배경이 되었다. 2008년 5월의 촛불시위와 같은 집단행동이 실질적으로 교섭에 힘을 싣는 '협상 자산'이 되었음을 이번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점은 정치적 윈셋 관리의 한 방식으로 'K-문화콘텐츠'와 미디어(여론조사) 등을 활용해 국민의 정서를 조율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협상 대표가 국내 지지를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양보가 가능했을 것이다.

미국의 윈셋: 협상목표(결과) 지향 및 '관세재난(피해자) 무시 전략

한편, 미국 역시 강력한 농축산업 로비와 의회 승인 절차라는 정치적 제약 속에서 윈셋을 조절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협상대표는 농축산업계와 소비자, 무역확장론자 등 서로 다른 이해관계의 압력을 받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자국의 특정산업보호와 정치적 이득이라는 '결과' 지향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협상목표(결과)만을 지향하며 '관세피해자'는 소홀히 하는 전략을 고수하며, 이 기준에 따라 윈셋의 경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농축산업 이익단체의 적극적 압박과, 의회의 최종 비준이라는 정치적 마지노선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미국측은 한국 내 민감한 여론과 정치 환경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협상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려 노력했다.

그 결과, 관세재난(피해자) 논리—즉, 고율관세에 따른 미국 내 소비자 부담 증가, 기업 생산비 상승, 인플레이션 등 부정적 파장—은 실제 협상 과정에서 정책결정의 중심 요소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P글로벌과 연준 등은 관세로 인해 미국 소비자물가가 약 0.5~0.7% 상승하고, '내수(소비)위축'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는 '보복관세 기조유지'에 무게를 두고 강경 일변도의 전략을 고수했다.

게임이론으로 본 한미 관세협상: 윈셋은 어떻게 활용되었는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윈셋은 자동차 및 반도체 등 특정산업 보호와 정치적 승인권을 최우선 협상카드로 활용하면서도 국내 소비자 피해 및 비용 증가라는 메커니즘, 즉 '관세재난' 관리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전략에서 배제됐다는 점이 지적된다.

윈셋은 상대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안 범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므로, 협상 대표들은 윈셋의 크기와 한계를 지속 점검(감시)한다. 윈셋이 좁으면 타결이 어렵고, 넓으면 합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한미 협상에서 여러 합의안이 국내 정치 논란으로 부결된 사례가 많았고, 최근 '관세교섭' 결과에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기존 관세(0~25%)에 추가 상호 15% 관세가 더해져 특정 품목에서 40%에 달하는 부담이 발생해 국내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양국 윈셋 크기는 합의안 도출 및 정치 논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윈셋의 제약으로 합의는 어렵게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이해와 해석이 양국 내 다양한 정치적 반응과 논쟁을 초래했다. 한국은 이미 한미 FTA(2007년 체결)를 통해 대부분 상품에 0% 관세 혜택을 받고 있었으나, 이번 협상에서 추가 15% 관세 부과는 EU·일본과 유사한 맥락이다. 미국과 FTA 미체결국인 일본은 더 큰 부담을 안게 됐으며, 한국도 핵심 품목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두 나라 모두 경쟁력 약화 및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증대됐다. 반도체 등 민감 품목은 2030년 예정된 재협상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한국은 현 정치적 논란을 넘어 미래 리스크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정치·경제 속에서 한국 협상대표들은 상대국 윈셋의 크기와 한계를 면밀히 주시하여 합의 가능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국내 정치환경 및 여론의 지지확보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일본은 이번 관세 부담 증가에 강하게 반발하며, 한미 간 관세합의 해석 차이도 후속 마찰 가능성을 내포해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한미 관세협상 윈셋은 양국 협상전략·국내 정치·이해관계 조율에 의해 형성되며, 이는 결과적 혹은 장기적으로 복잡한 정치·경제적 갈등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이다. 한국은 미래 재협상을 대비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고 경제 리스크 관리와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안전한 한국형 '윈셋 관리'를 통해 '미래 리스크'를 예방하자

일본이 7.20 참의원선거 참패 이후 '미래 리스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안전한 윈셋 관리를 소홀히 한 과정은 우리에게 큰 교훈이 된다. 미국과의 농산물 관세 비공식 합의 과정에서 '윈셋 게임'에 국내 정치와 여론(선호)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자동차 관세의 경우, 15%로 알려져 왔지만 실제로는 기존 2.5%에 더해 17.5%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후 최고 15%로 수정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현재(8월 11일) 관세율은 27.5%이며 (15% 혹은 17.5%로 인하 시기는 미정) 이는 비공식 합의과정이 낳은 '외교적 재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섭 과정 및 결과를 반영한 공식 문서를 작성하지 않은 대가(비용)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일본의 민감성과 취약성만 부각시켜 교섭의 불투명성과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안전한 외교 차원의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 불신과 외교적 오해가 심화되고, 사후 대응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 외교, 실패의 교훈

일본 외교의 실패를 교훈 삼아 한국은 앞으로 국제협상에서 윈셋의 치밀한 분석과 '리스크 관리'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국내 정치 요인과 여론, 이해집단 입장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필수이며, 협상 대표자들은 이를 고려한 맞춤형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도 국제협상의 윈셋 개념과 그 영향력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정책의 투명성과 민주적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이처럼 '결과지향의 양면게임(Result-Oriented Two-Level Game)'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전한 윈셋 관리가 협상의 본질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포스트 제국주의> 공동저자입니다.


#관세협상#포스트제국주의#트럼프2기#보호무역#윈셋투레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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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ikimyg) 내방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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