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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공익활동가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전국 단위의 행사입니다. 2025년에는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를 응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대의 장이 열렸습니다.

공익활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조명하는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일과 삶 이야기를 기록하는 공모 프로젝트입니다.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이음이 함께 기획,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그를 소개해야 할까. 노래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경복궁 옆 고즈넉한 서촌에 사는 사람. 이것저것 배우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 만나면 유쾌한 사람. 헤어지고 나면 자꾸 떠오르는 사람. 그래서 오래 보고 싶은 사람.

한마디로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 마침 계절마다 열리는 정기 '싱어롱'(singalong, 노래를 함께 부른다)이 6월에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싱어롱에도 참석하고 인터뷰도 하면 딱이다' 싶었다. 함께 노래하다 보면 그를 더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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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두 시간 남짓 4곡을 불렀다.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간디학교 교가 '꿈꾸지 않으면, 이소라 '청혼', 여유와 설빈 '생각은 자유' 등. 가사를 곱씹으며 육성으로 또박또박 노래한 게 언제였던가. 내가 쓰지도 않은 가사에 힘을 받아 주문처럼 외운 적이 있었던가. 그 가사가 내 말인냥 세상을 향해 말했던 적 언제였나.

싱어롱을 마치고 그의 집에 들러 장비를 정리했다.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인터뷰하기 좋은 타이밍을 살폈다. 싱어롱할 때 놓아두었던 꽃이 방을 환히 밝힌다. 꽃을 바라보던 그가 불쑥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런 꽃도 처음에는 하나씩 줄 수 있게 준비했어요. 봄이면 봄에 어울리는 튤립. 20명이 온다고 하면 튤립 스무 개를 산 거죠. 꽃병에 꽂았다가 마지막엔 포장지에 가져갈 수 있게."

사람들은 모르는 경복궁 옆 우리만의 공간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저자 이한나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저자 이한나 ⓒ 이한나 제공
- 돈도 안 받는다던데 후원금은 있나요?

"지금 하는 공간이 서울시에서 조성한 문화공간이라 규정상 참가비를 못 받아요. 영리적인 활동은 안 된대요. 대관료는 있지만, 저렴한 편이에요. 그 안에 음향, 화장실 등 시설도 다 있고, 쾌적하고 교통편도 좋죠. 그런데 참가비를 받지 않고 지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다른 곳에서 대관을 20만 원인가 30만 원 내고 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는 참가비를 좀 받았죠. 그런데 한 번 해보니까 안 되겠더라고요. 장비도 만족스럽지 않고 대관료도 비싸고. 그리고 저는 '누구나 와도 되는' 공공적인 성격을 띠고 싶었어요. 너무 작고 폐쇄적인 공간을 빌려서 하게 되면, 자칫 사적인 모임으로 설정될 것 같았어요. 공간이 말해주는 게 있잖아요."

- 공간의 힘이 있군요. 오늘 노래한 서울생활문화센터 체부는 층고도 높고, 노래가 잘 울리는 곳이더라고요.

"소리가 잘 퍼지지 않는 공간에서 해보니까 확실히 힘이 들어요. 여긴 오래된 건물이라 역사성도 있고, 건축 자체가 함께 노래 부르기에 좋죠. 교회 공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더라고요. 한 곳에서 계속하니까 단골들도 편하게 오시고요."

서울생활문화센터 체부는 1931년에 건축된 체부동 성결교회를 서울시가 매입해 리모델링한 후 2018년에 개관했다. '생활 음악 동아리를 위한 거점 공간이자 지역 주민을 위한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 경복궁 옆이라 사람도 많은데, 여기에 들어오면 딱 '우리만의 공간' 같아요. 조용히 노래 부르고 나면 다른 세계로 가는 느낌도 있고요.

"맞아요. 바로 나가면 주점이랑 먹거리 시장이잖아요. 사람들은 우리가 노래하고 왔는지 모르겠죠(웃음). 지난해 12월 조하문의 '눈 오는 밤'을 불렀어요. '옹기종기 모여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창 밖엔 조그만 눈송이' 이런 가사였는데, 노래 부르고 나갔더니 진짜 눈이 오는 거예요! 가로등 불빛 아래 눈이 정말 예쁘게 내리고 있었어요. 사람들 다 '와, 눈이다!' 이랬죠."

- 뭔가 다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있죠.

"그러면 사람들이 더 운명적으로 느끼죠. 그럴 때마다 참가비를 받지 않고 싶은 유혹이 강해져요(웃음). '이런 시간이 계속되길 원하신다면 후원을 해주세요' 이렇게 말해요. 저는 감사의 뜻으로 차를 내려요. 계절에 맞는 좋은 차를 골라서 정성껏 내려요. 오늘은 루이보스였어요. 카페인도 없고, 여름엔 시원한 게 좋으니까요."

-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군요.

"이제 공간도 익숙해져서 제가 리허설하는 동안 '팀얼롱'(Team Along, 함께 노래하고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 친구들이 전부 준비해요. 누군가는 컵을 다 씻어놓고, 누구가는 의자를 놓고. 제 역할을 하죠. 손수 구운 쿠키를 가져와 나누는 친구도 있고요. 그전에는 제가 일을 나누지 못해서 뒤에서 하는 게 많았다면, 지금은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요. 그런 것들이 정돈되기까지 1년 반이 걸렸어요."

함께 노래 부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기타와 피아노로 노래의 풍성함을 더하며, 처음과 끝에 마음을 적을 수 있도록 방명록까지 준비한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노래 부르는 중간중간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이도 있었던 것 같다. 팀얼롱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그보다 먼저 싱어롱은 언제 시작됐을까?

싱어롱의 시작과 진화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라는 책을 2022년에 열린 독립 출판 행사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처음 소개했어요. 그때 북페어 관계자분이 노래 부르는 프로그램을 진행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북서울미술관에 무작위로 찾아온 사람들과 함께 처음으로 싱어롱을 했어요.

그때는 덴마크 노래를 불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굳이 덴마크 노래를 부를 필요가 없어졌어요. 노래 부르는 즐거움을 알게 된 단골들이 생겼기 때문이죠. 친구들이 저를 '덴마크 문화 대사'라고 부를 정도로 초반에는 덴마크 이야기에만 좀 갇혀 있었어요. (웃음)"

이한나 작가는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에서 덴마크의 성인 교육 기관인 '호이스콜레'에서 사계절을 보내며 경험한 '펠레상(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힘)'을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그는 덴마크의 노래 문화와 공동체 노래 부르기 전통에서 영감을 받아, 노래가 어떻게 사람들을 연결하고 행복감을 높이는지 이야기한다. 특히 덴마크식 싱어롱 문화를 소개하며, 노래가 개인의 심리적 안정뿐 아니라 사회적 유대감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출발은 덴마크였지만, 출판하고 나니 마치 생물처럼 변하는군요.

"북서울미술관 워크숍에서 마스크 끼고 울면서 노래를 부르던 두 분이 있었어요. '이런 거 또 해주세요'라며 나중에 메시지도 보내주셨어요. 다음 북토크에도 그분들이 와서 제 책을 또 사가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이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그 마음에 힘입어 용기를 내 정기 싱어롱을 시작했어요. 2023년은 한 달에 한 번씩, 총 10번 했어요. 울면서 노래 부른 그 친구들이 한 번도 안 빠지고 다 왔어요. 그 친구들에게 송가이드(싱어롱 노래 중 한 곡을 선정하는 역할)를 해달라고 제안했어요. 노래를 가져와 선정 이유를 설명하는데, 이미 제가 의도한 걸 훌쩍 넘는 해석을 해 주더라고요. 그때부터 송가이드 코너를 만들었어요. 계속 오는 분들도 선곡에 참여할 수 있게 했어요."

- 조금씩 진화했군요!

"저는 똑같은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니까요. 1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하면서 많이 다듬어졌어요. 2년 차가 됐을 때는 쫄지 않게 됐어요. 왜냐하면 이미 저장된 게 있으니까 밑천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느슨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서 단골들도 생겼어요. '저도 뭔가 도와주고 싶어요. 이러다 지치면 안 되니까 뭐라도 할래요' 하는 분들이요. 자연스럽게 팀얼롱이 만들어졌어요. 4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8명이 됐어요."

- 회의도 하나요?

"회의는 안 해요. 그냥 놀면서 저의 대화 파트너가 되어줘요(웃음). 카톡방에서 상의하고, 싱어롱에는 시간 되는 사람이 와요. 선곡이나 모임 방향 설정은 팀얼롱 친구들이 늘 좋은 의견을 줘요. 처음 1년 넘게는 뒤풀이도 안 했어요. 부담 주기 싫어서 담백하게 노래만 부르고 헤어졌어요.

그런데 다들 궁금했나 봐요. 그러다 한번 확 친해진 계기가 있었어요. 그때 밥도 먹고, 막걸리도 마시고. 왜 노래 모임에 오게 됐냐는 이런 말도 오갔죠. 통적인 얘기는 우리 생활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거예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노래 부르자고 했을 때 오는 사람이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 싱어롱 시작할 때 사람들 얼굴을 봤는데 다 해사하더라고요.

"순수하고 맑아요. 나누는 말도 마치 시 같고요. 애초에 '노래하러 갈래' 했을 때 흔쾌히 응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이쪽에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자석처럼 서로 붙는 거죠. 처음엔 걱정했어요. 불특정 다수에게 열어놔도 될까 하고요. 그런데 한 번도 불편함을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팀얼롱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 주니까 오는 분들도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것 같아요."

- 사람들이 생글생글 웃고 있길래 저는 다 아는 사이인 줄 알았어요.

"서로 다 몰라요(웃음)."

"학교는 주말을 빼고는 단 하루도 어김없이 두 곡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두 곡을 연이어 부르고 나면, 어느새 잠이 깨고, 정신이 명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중략) 학교 선생님 중 그 누구도 우리가 왜 노래를 부르는지,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구태여 설명하지는 않았다." -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p.34 중에서

"활동가? 그냥 하고싶은 걸 하는 사람"

 책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책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 이한나 제공

- 한나는 자신을 활동가라고 생각하나요? 싱어롱이 한나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규정을 내려본 적은 없어요. '나는 활동가다'라고 말한 적도 없고, '활동가는 이래야만 한다'는 틀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냥 저는 하고 싶은 걸 하는 중이에요(웃음).

이걸 교육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상에 이런 음악이 들어오는 게 굉장히 좋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느꼈으면 좋겠어요. 노래가 꼭 감상하거나 잘해야 하는 경연 같은 성격이 아니라도 좋은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걸, 작지만 꾸준히 실천해 보고 싶어요."

- 싱어롱하며 어려웠던 적도 있겠죠?

"싱어롱은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거잖아요. 그래서 사람이 너무 적으면 걱정이 되죠. '몇 명이나 올까' 하면서 불안했던 때가 있었어요. 한 번은 참가자가 8명 정도 모였던 적이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적어서 아쉬워하던 저에게 반주하는 친구들이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우리가 너무 좋잖아, 행복하잖아. 3명이 와도 싱어롱은 되는 거잖아'라고요.

하지만 기획하는 입장인 저는 원래 취지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나를 도와주려고, 돈도 안 받고 반주해 주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최근에는 참가자 모으는 건 문제가 없어요. 제가 꾸준히 하니까 친구들도 '한 번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나 봐요. 또 5명이 모이면 그 중 2명은 다음 공연에 친구를 데리고 와요."

- 친구 데리고 오기 좋긴 해요. 만나면 다들 비슷하잖아요. 카페 가거나 전시 보거나 결국 다 소비하는 건데, 이건 새로운 경험이잖아요.

"자꾸 색다르게 해보고 싶어서인지 저도 돈을 안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페스티벌이나 영화 보러 갈래' 하면 보통 '참가비 얼마야', '티켓 얼마야'부터 묻잖아요. 돈 내고 즐기는 게 당연한 문화인 거죠. 그런데 저는 거기에 의외성을 주고 싶은 거예요. 순수한 의도와 자발적인 참여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운 장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개별 참가비를 받는 것도 괜찮지만, 좀 더 안정적인 기금을 지원받아 정기 싱어롱을 꾸준히 운영해 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원 사업에 공모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저는 미술 전공이에요. 교육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고, 기관에서 일하면서 수업도 해보고,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덴마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단순한 구조의 싱어롱이에요.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 집중한다'는 것. 내가 이곳에 속해 있음을 느끼는 그 감각 자체요.

'화성 나누고 음정·박자를 따지고, 이 부분을 이렇게 불러야 더 잘 들려요' 하는 식으로 덧붙이면 본질에서 멀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빼고, 더 빼고, 다 뺐어요. 근데 그걸 서류로 쓰면 잘 전달이 안 되더라고요."

- 서류는 증명해야만 하니까요.

"'이걸 영리하게 잘 써야지'라는 마음과 '서류 작업에 소진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 돈을 투입해서 이걸 끌어왔고, 덕분에 의도와 방향을 지킬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의도에 공감해 준 사람들이 팀얼롱이 되었던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수익 구조부터 짰다면 팀얼롱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그냥 사업처럼 역할을 나누고 운영했겠죠. 물론 그것도 나름의 성과를 만들었을 테지만, 저는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았어요. 그 대신 좀 더 가난해졌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했고, 커뮤니티로서의 성격이 생겼고, 후원금도 조금씩 모이게 됐어요."

- 스태프의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더 오겠죠. 아까 송가이드 한 여리가 남자친구를 데려왔는데, 그 자리에서 친구에게 청혼했어요. 그러다 정말 결혼식에 저를 초대할 수도 있겠죠. 누군가한테는 저를 '노래하러 가서 알게 된 친구야' 이렇게 소개할 수도 있어요. 그런 우연과, 약간의 낭만이 섞인 인연이 저는 너무 달콤하고 좋아요. 그래서 이런 재미난 관계가 피어날 수 있는 소규모 모임이 더 좋은 것 같아요.

힘든 건 반주자들이에요. 이들은 돈을 받지 않으면서도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만들자'는 선의와, '팀얼롱'이라는 소속감 하나로 함께하고 있어요. 그 마음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해요.

스태프뿐 아니라 전문 반주자들도 있는데, 이 친구들이 지치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게 참여하려면 어떤 방식이 좋을까 생각해요. 사실 아마추어도 충분히 반주할 수 있고, 전문 연주자도 마음만 맞으면 함께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반주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해요. 그래야 한 명이 무리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반주자 친구들과 리허설하고, 서로의 생각과 고민을 나누며 밥 한 끼 대접하는 게 전부예요. 그 밥값은 후원해 준 분들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고요. 다들 본업이 있다 보니 일정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요. 기타는 기타대로, 피아노는 피아노대로 따로 만나요. 그만큼 소통에 드는 품이 많아요."

예전에 노래책 맨 앞장에 붙은 목차를 읽으며 덴마크인 친구에게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친구는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다르지"라고 대답했다. -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p.45

"스토리텔링이 중요, 시국 상황에 맞는 선곡도 필요"

- 싱어롱하기 좋은 노래가 있나요?

"단순한 노래요. 복잡한 기교를 부려야 하는 노래 말고요. 주로 포크가 많아요."

- 그래서 가사가 더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멜로디를 금방 습득할 수 있으니까.

"싱어롱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만드는 게 포크 음악이에요. 가곡이나 동요도 부르곤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노래가 쉬워야 한다는 점이에요. 모두가 금방 익혀서 함께 부를 수 있어야 하거든요.

또 하나는 시국 상황에 맞는 선곡이에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과 어울리는 곡을 부르고 싶어요. 그래서 4월엔 늘 추모할 수 있는 노래를 골라요. 작년에는 선과영의 '슬픔의 자리'를 불렀어요.

우리가 부르는 네 곡 중 한 곡은 꼭 사회와 연결할 수 있는 노래를 넣어요. 사람들에겐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소화하기 어려웠던 감정도, 다 함께 노래하면서 조금은 해소할 수 자리가 되는 것 같아요."

- 12.3 계엄 때는 무슨 노래를 불렀나요?

"밥 딜런의 'Blowing in the Wind'였어요. 탄핵 이후에는 시인과 촌장의 '풍경'을 불렀어요.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란 가사가 인상 깊었어요. 지금까지 한 대략 60~70곡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노래로 열고, 위로하고, 사랑하다

 늘 준비하는 계절꽃
늘 준비하는 계절꽃 ⓒ 이한나 제공

- '행복'을 보고 온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첫해 북페어에서 한 작가분을 만났어요. 그분은 깊은 우울 끝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은 그 부스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어요. 저와 나이가 비슷해서 3일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노래 모임에 한 번 오세요'라고 권했어요.

그분이 그날 두 개의 모임에 참석했는데, 하나는 생존자 모임이었고, 그다음이 싱어롱 모임이었어요. 그날 부른 노래 중 가사에 '나는 살아있다, 나는 노래한다'(권진원 x 2ONE의 '산, 들, 바람, 숲')라는 구절이 있었어요.

그날 부른 노래가 살짝 울적한 느낌이었는데도, 묘하게 힘이 되는 분위기였어요. 그분이 마지막에 '왜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는 모임에 갔다 왔는데, 여기에서는 어떻게 살고 싶니 라고 묻네요' 하더라고요.

고립되었거나 자신도 모르는 불안에 잠식된 사람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노래를 사람들과 안전하고 다정하게 함께 부르면서 마음이 후련해졌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다들 눈치 보면서 노래를 부르다가 마지막에는 마사지 받은 것처럼 얼굴이 뽀얘져서 나가요. (웃음). '치유'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거죠. 저를 음악 치료사라고 하며 제 책을 사는 분도 있었어요."

- 종교가 전부였던 시절에는일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가 함께 노래 부르며 자연스럽게 마음을 정화했어요.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그런데 이제는 종교도 없고 학교도 안 다니니까 노래 부를 일 자체가 없어졌어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허전한 느낌이 있어요.

"그게 퍼즐 조각처럼 하나가 채워지는 경험일 수도 있겠네요. 함께 무언가를 하는 행위, 예술적·정신적·문화적 행위를 소비와 연결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우리는 보통 '경험'을 돈 주고 사는 시대에 살잖아요. 비싼 콘서트 가야 '문화적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그러려면 돈도 벌고 남들보다 잘나야 하고,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죠.

꼭 노래가 아니더라도 낯선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경험, 특히 소비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경험 자체가 점점 귀해진 것 같아요. 농촌 사회에서는 농번기 때 서로 일을 돕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호혜가 있었는데, 도시로 갈수록, 젊은 세대일수록 그런 경험을 하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런데 싱어롱은 돈도 안 냈는데 차도 주고 같이 이야기도 나눠요.강요나 부담감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죠. 그게 노래의 힘인 것 같아요. 영혼을 채워주는 힘이요. 오래된 노래, 포크, 월드뮤직 등 이미 많은 사람이 증명한 노래를 부르면서 저는 그 힘에 기대어 가고 있어요.

굳이 창작하지 않아도 되고, 그때그때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포인트를 잡는 게 제 역할이죠. 기획자이자 매개자로서 팀얼롱이 저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잇어요. 지금 잘하고 있고, 꼭 필요하다고."

"나도 노래 부르기 문화가 한국에 알려지는 것이 정말 좋아. 모든 나라에 이런 노래책이 존재한다면 좋겠어." -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p.64

노래의 힘은 강하다

 싱어롱 끝나고 적은 소감
싱어롱 끝나고 적은 소감 ⓒ 이한나 제공

한나는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 당연히 있을 것 같다. 이미 인터뷰하는 와중에도 몇 개 떠오르지 않았을까.

"제 명함에 '만나기 위해 그리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어요. 작가나 활동가라는 타이틀 대신에요. 상황을 연출하고 기획하는 것도 결국 '그림을 그리는 거'잖아요.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고요.

제가 그리고 있는 장면이 몇 개 있어요. 동네 사람들과 노래 부르는 모습인데요, 동네 어린이들, 주인집 아저씨, 아래층에 사는 분, 욕쟁이 할머니 같은 분들과 함께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얼마 전에 수성동 계곡에서 실제로 이루어졌죠(인터뷰 이틀 전, 한나씨는 서촌 수성동 계곡에서 동네 주민들과 싱어롱을 했는데, 무려 30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또 하나는 암 환자들과 함께하는 장면이에요. 회복 중이거나 치료받는 분들과 편안하게 모여서 때로는 죽음을 다룬 노래도 부를 수 있겠죠. 요양원이나 실버타운에서 그런 모임을 열어보는 것도 생각해 봤어요. 그리고 어린이 싱어롱도요. 근데 어린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많이 부르겠죠? 인생에서 가장 많이 노래하는 시기니까요. (웃음) 그런 장면을 그리고 있어요, 그런 풍경을요."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그와 가까워진 계기는 세 가지였다. 처음은 그림이었고, 두 번째는 서촌이었다. 지금은 산청에 살지만 나는 학창 시절을 서촌에서 보냈다. 세 번째는 암이었다. 최근 유방암 판정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그였다.

2018년 한나씨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집중 치료를 받고 회복 중에 <낫고, 낳고, 나아가기>라는 책을 펴냈다. 인터뷰 모집 소식을 듣고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에 그에게 연락했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싱어롱도, 인터뷰도 그저 매개에 불과했다. 이번 기회에 그를 깊이 알고 싶었다.

요즘은 알 수 없는 불안이 전 세계를 감돈다. 기후 위기, 팬데믹, 남녀·세대·인종 간 양극화, 계엄, 전쟁, 산불, AI까지. 도대체 무엇이 시급한 문제인지, 이 거대한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 하나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마치 공기처럼 온몸을 감싼 시대다.

어딘가에서 본 짧은 문구가 떠오른다. '우울할 땐 내 방부터 정리하세요.'모든 것이 뒤죽박죽일 때 출발점을 '나'로 잡아보면 어떨까. 그리고 옆에 누군가 있다면 그의 손도 꼭 잡아보자. 앞으로 나는 그의 말을 마치 노래 가사처럼 떠들고 다닐지도 모른다. 노래는 힘이 세다고.

글쓴이 : 김효림
어쩌다 흘러 들어온 산청에 10년째 거주 중. 생긴 대로 살기 위해 어떻게 생겼는지 날마다 관찰하며 산다. 그림은 자주 그리고, 종종 글도 쓰며, 가끔 인터뷰도 한다. 세 개의 빈도가 뒤바뀌기도 한다.

 '2025 공익활동가 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렸다.
'2025 공익활동가 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렸다. ⓒ 공익활동가주간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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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변화를만드는사람들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공익활동가주간#공익활동가#싱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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