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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소규모 전력망'으로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이 여전히 추진되면서 정책 엇박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전력 수요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정부의 구상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달 31일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소규모 전력망' 구축을 주문했다. 장거리 송전망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정책이 강행되고 있다. 동해안과 호남 지역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한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은 환영할 일이지만, 현재 추진 중인 동해안~동서울 HVDC와 호남~수도권 345kV 송전선 사업은 소규모 전력망 전환 방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사업은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계획된 것으로, 지역의 발전원을 수도권으로 집중시키는 기존의 '중앙 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한 것이다.

소규모 전력망이 성공하려면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9년까지 약 92%가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의 전력설비 용량은 2024년 1080MW에서 2029년 2370MW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의 전력난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차세대 분산형 전력망 ⓒ 산업통상자원부

가장 큰 쟁점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다. 이 클러스터는 2053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약 10기에 해당하는 10GW 이상의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한전은 이를 위해 73조 원 규모의 전력 공급 설비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경기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반환경적 정책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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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LNG 발전소 대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최대 30조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용인 시민 10명 중 7명은 반도체 산단을 재생에너지로 가동할 것을 요구하는 등 지역사회의 여론도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에너지 민주주의'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주민 의견 수렴 절차는 여전히 미흡하다. 해당 법률은 지자체장이 60일 이내에 주민 의견을 수렴해 회신하도록 하고 있지만, 의견을 제출하지 않으면 '의견을 들은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 주민 참여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 있다.

대전 기성동과 금산 지역에서 추진 중인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특히 금산에서는 주민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송전선로 입지 선정 과정의 절차상 하자를 인정했던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히며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민들은 "대형 로펌을 선임한 한전의 손을 들어준 무책임한 판결"이라며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주민 참여를 제도화하여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의 단 5%만이 거대 에너지 기업 소유이고, 나머지는 시민이 소유할 만큼 시민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덴마크는 풍력발전 시설 설치 시 지역 주민이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갖도록 의무화하여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소규모 전력망 전환' 구상이 선언적인 수준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수도권 중심주의를 극복하는 정의로운 정책 실행이 시급하다.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은 결국 이 전력 정책의 성패에 달려 있다.

#엇박자#에너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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