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산시 등화동에 위치한 순국 경찰관 합동 묘역. 한국전쟁 당시 강경 전투에서 전사한 경찰관들이 안장되어 있으며, 매년 제헌절 추모식이 이곳에서 열린다. ⓒ 논산시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한 뒤 대전 전선마저 붕괴되자 국군은 금강을 마지막 방어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충남 논산시 강경읍, 그 금강 요충지에서 단 200여 명의 경찰이 정예 북한군을 상대로 이틀간 저항을 이어간 전투가 있었다. 역사의 무대 뒤로 밀렸던 이 전투는 낙동강 전선 구축에 결정적 기여를 한 '48시간의 기적'이었다.
그 주인공은 당시 강경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다. 이들은 고(故) 정성봉 서장의 지휘 아래, 일제시대 유산인 일본식 소총과 탄환 몇백 발을 쥔 채 북한군 제6사단을 맞아 싸웠다. 당시 6사단은 국공내전 실전 경험이 풍부한 중국 팔로군 출신 방호산(본명 이천부) 장군이 이끄는 전략전술의 정예 부대였다.
전투는 1950년 7월 17일부터 18일까지, 무려 이틀 동안 강경 일대에서 벌어졌다. 경찰 병력은 금강의 지형지물을 활용해 끝까지 저항했으나, 탄환이 떨어지며 결국 83명이 산화했다. 하지만 이들이 버틴 48시간은 미군이 낙동강 방어선 배치를 완료할 수 있게 한 결정적 시간을 벌어주며, 이후 부산 함락을 막고 국군 반격의 발판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9·28 서울 수복 이후, 강경경찰서 11대 서장인 이세환 총경과 지역 주민들은 논산천 인근 논밭에 흙에 묻혀 있던 전사자 시신을 수습해 지금의 논산시 등화동 언덕에 합동 안장했다. 그곳이 바로 '논산 순국 경찰관 합동 묘역'이다.
당시 제대로 된 무덤도 없이 흩어져 있던 전사자들은 지역 공동체의 노력으로 비로소 이름 없는 무명 영웅이 아닌, '국가의 이름'으로 기려지기 시작했다. 매년 제헌절인 7월 17일, 순국 경찰관을 추모하는 행사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유동하 논산경찰서장을 비롯한 내빈 및 유가족들이 지난 7월 17일 논산시 등화동에 위치한 순국 경찰관 합동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한국전쟁 당시 강경전투에서 산화한 경찰 83인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제공 논산경찰서) ⓒ 논산경찰서
그들의 희생이 다시 주목받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국가보훈부는 지난해 8월 이 묘역을 '국가관리묘역'으로 승격시켰다. 이에 따라 정기적인 보훈 예우와 철저한 유지·관리가 이뤄지며, 호국 영령들의 뜻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논산시는 국가관리묘역 지정과 맞물려 "지역에서 잊힌 전쟁 영웅들의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진정한 보훈의 출발점"이라며 묘역 정비와 역사교육 콘텐츠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논산포커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