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년간 방송으로 말하던 사람이 이제 글로 아이에게 말을 겁니다. 전환의 길목에서, 여전히 세상에 말을 걸고 있는 중입니다.
20년 가까이 방송 일을 하며 MC와 DJ의 말을 원고로 써 온 나. 그런 내가 동화를 쓰기 시작한 건 완전히 다른 결의 길을 걷는 일이었다. 보통 방송 작가들은 말을 쓰는 작가라고 소개한다. 방송 글은 즉각적이고 반응을 끌어내야 하며, 청중이 놓치지 않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동화는 달랐다. 아이의 마음을 따라가야 했다. 어른의 시선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했다. 나는 '어른의 습관'을 내려놓고 아이가 되는 연습을 해야 했다. 조심스럽게 첫 동화를 써냈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글을 쓸 때마다 마음 한편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반응과 달리, 냉담했던 출판사들
'이 정도면 괜찮은데?'
특히 우리 아이들의 반응이 힘이 되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 6학년이었던 두 아들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말했다.
"엄마, 이거 무조건 잘 될 거 같아. 다음 편 빨리 써줘!"
한 아이는 "지금 저기 공부방 가서 마무리 다 하고 들려줘!"라며 내 등을 떠 밀기도 했다. 그 반응은 단순히 '엄마 바라기' 아들의 후한 점수가 아니었다. 진짜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글쓰기 수업 중 제자들에게 살짝 들려준 내 원고에 대해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지난 번 읽어주신 직접 썼다는 글... 다음 편도 들려주세요."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거절 메일 뿐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내 원고는 아닌가 봐.'
그때부터 원고를 서랍 속에 넣기 시작했다. 두 번째 원고, 세 번째 원고... 총 세 편을 썼지만 결과는 같았다. 세 번째 원고는 실제로 내가 무인가게를 운영하며 겪은 어느 날의 사건이었다.
[관련 기사 :
아이 도둑질 CCTV로 확인한 아빠가 가게 사장에게 남긴 것]
한 아이가 몰래 물건을 가져간 사건. 그 사건을 마주한 아버지의 태도는 오히려 나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동화로 옮겨 적었다. 그 원고를 본 첫 독자는 우리 아이였다.
"엄마, 이거 진짜 재미있다. 이게 제일 좋아."
아이의 반응에 힘입어 세 번째 원고까지 출판사에 다시 투고했다. 한 출판사에서 내가 쓴 원고에 관심을 보이며 연락이 왔었는데, 하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반응은 이랬다.
"요즘 세상에 저런 부모는 없어요."
"내용이 너무 밋밋하고 재미가 없어요."
"너무 교훈적이고 읽는 내내 도덕 수업을 듣는 것 같아요."
"캐릭터가 살아있지 않아요."
그 말들이 나를 흔들었다. '나 정말 글을 못 쓰는 걸까?', '아이들의 마음에 닿을 수 없는 이야기일까?' 그러면서도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되묻고 있었다.
'정말로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원하지 않는 걸까?'
그 원고와 관련된 실제 경험. 그리고 무인 가게에서 겪었던 사건과 감정, '진짜 어른'의 태도에 대한 나의 고민을 담은 이야기를 글로 썼다. 그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고, 놀랍게도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다. 댓글들과 수많은 '좋아요'. 무엇보다도 나를 울린 건, 독자들의 진심 어린 응원이었다.

▲오마이뉴스 랭킹 30 화면나는 그 원고와 관련된 실제 경험. 그리고 그날 무인 가게에서 겪었던 사건과 감정, '진짜 어른'의 태도에 대한 나의 고민을 담은 이야기를 글로 썼다. 그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고, 놀랍게도 엄청난 반응을 불러왔다. ⓒ 오마이뉴스
"이분은 점포 운영보다는 글을 쓰는 게 더 맞는 분 같아요."
"아직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작가님과 이 내용을 공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길을 걷다 희미한 꽃 향기를 맡는 기분이랄까요?"
"요즘에도 이런 부모가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요."
"꼭 그 책을 출판하기를. 그래서 진짜 어른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랍니다."
심지어, 세 분의 독자는 "원고료로 응원합니다"하며 직접 만원 후원까지 보내주셨다. 한 분은 이렇게 응원글도 남겼다.
"의심한 적 없던 아이의 거짓말로 심장이 쿵 했었던 부모로서 기사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동화로 출판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는 이 말에서 울컥했다. 출판사에서 거절 당한 바로 그 이야기를 독자들은 가슴으로 받아들여 준 것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쪽지가 왔다
그리고 <오마이뉴스>를 통해 뜻밖의 쪽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한 아동 출판사였다.
출간 제안을 드리는 아동 출판사 입니다. 기사를 읽고 원고에 관심이 있어 쪽지 보내게 되었습니다. 현재 다른 출판사와 계약 진행 중이 아니시라면 원고를 보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물론, 아직 정식 계약이 체결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거절을 받아왔는지 생각하면, 이 제안 하나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건 단순히 출판 제안이 아니었다. "당신의 이야기는 틀리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그 말이 듣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그 말을 나는 독자들에게 이미 받은 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온 쪽지그리고 <오마이뉴스>를 통해 뜻밖의 쪽지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한 아동출판사였다. ⓒ 오마이뉴스 갈무리
출판계는 말했었다.
"너무 밋밋하다."
"사건이 다이내믹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밋밋함 속에 진짜 어른의 얼굴을 담고 싶었다. 드라마보다 더 강한 울림은 진심에서 온다. 진짜 이야기는 때론 조용히, 그러나 깊게 심장을 울린다. 댓글 하나하나가 증명해주었다. '밋밋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심장을 쿵, 내려앉게 하는 경험이 되었다는 것.
나는 아동 문학 작가의 길목에 섰다. 이 연재를 시작한 것도 다시 흔들리지 않기 위한 다짐이었다. 출판사로부터 거절 당하고 내 글은 틀렸다고 믿었던 순간들. 그때 나를 붙잡아 준 건 독자들이었다. 그 진심이 나를 다시 펜 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이 글은 그 여정의 기록이자 아동 문학 작가로서 진정성 있는 동화를 써 내려가기 위한 재출발의 선언문이다.
출판이라는 문이 열릴지 아닐지는 아직 모르지만,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 나갈 것이다. 그 문을 두드릴 용기를 이제 찾았으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 개인SNS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