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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에는 늘 공익활동가가 있습니다. '공익활동가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전국 단위의 행사입니다. 2025년에는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국 곳곳에서 공익활동가를 응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대의 장이 열렸습니다.

공익활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조명하는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는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일과 삶 이야기를 기록하는 공모 프로젝트입니다.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과 <지리산이음>이 함께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해민 활동가가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문해민 활동가가 자기 소개를 하고 있다. ⓒ 이광호

-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니트생활자에서 일하고 있는 문해민입니다. 활동명은 해초입니다. 사단법인 니트생활자는 무업 기간에 있는 청년들의 관계 안전망을 만드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고요. 저는 커뮤니티 운영과 지원, 신규 파트너십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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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초'라는 활동명의 의미를 안 여쭤볼 수가 없네요.

"해초는 많은 생명의 집이 되어 주잖아요. 저도 해초처럼 유연하고 포용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서 짓게 되었습니다. 팔랑주머니 활동 시기부터 쭉 사용해왔고요."

- 활동하시는 단체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활동하고 있는 니트생활자는 니트 (니트 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무직 상태이면서 공부, 훈련, 교육을 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을 뜻함) 상태의 청년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입니다.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대표 프로그램인 '니트컴퍼니'에서는 '백수들을 위한 가상회사'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무업기간이 전환기간이 되도록 12주간의 가상회사놀이를 진행합니다. 니트컴퍼니 사원들은 매일 온라인 공간에 출퇴근을 외치고 자기가 직접 정한 업무를 인증하는데요. 이불 개기, 물 마시기, 나 산책시키기부터 하루 한 번 자소서 제출하기까지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니트컴퍼니에 입사하면 꾸준히 업무를 인증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사내클럽을 운영하고 종무식 전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효능감을 얻을 수 있어요.

이렇게 니트컴퍼니에서 쌓은 관계, 루틴, 소속감, 다양한 경험이 단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마련한 연속지원 프로그램이 바로 '니트인베스트먼트'예요. '내 일을 찾는 내일지망생'을 위한 가상투자회사인데요. 기존의 취창업 위주 지원 대신,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일을 실험하고 탐색할 수 있도록 12주간 소정의 지원금과 멘토링, 동료 네트워크를 지원해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고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공유회에서 발표하는 PBL(project based learing) 방식이죠. 참여자들이 자기만의 경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시도와 시행착오 자체를 의미 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내 일의 내일에 대한 상상력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해요.

'닛커넥트'는 무업 청년들이 온라인에서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는 모임 지원 플랫폼이에요. '일자리의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마지막 안전 기지'라는 콘셉트로 운영하고, 캡틴(모임장)과 크루(모임 참여자)가 우주선(모임)을 함께 만들어요. 초기에는 니트컴퍼니와 니트인베스트먼트를 수료한 청년들이 활동 이후에도 꾸준히 관계와 일실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프로그램 기참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모임에 참여할 수 있어요. 각자 다양한 관심사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소모임을 만들고 참여하며 내 일의 시야를 확장해가죠. 온라인 기반 플랫폼이기 때문에 지역이나 시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나를 이끈 한 문장 : 나로부터 출발하는 문화기획

- 최근까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을 하셨고, 이전에는 팔랑 주머니로 활동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니트생활자와 어떻게 인연이 이어졌나요? 이전의 발걸음들이 지금 활동과 어떻게 연결됐는지도 궁금합니다.

"떨어져 있는 듯한 활동들을 엮는 이음매는 당사자성인 것 같아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어요. 2022년에 하자센터라는 대안교육기관에서 문화기획실습이라는 전공수업을 들었어요. 당시 '나로부터 출발하는 문화 기획'이라는 문장이 지금의 이 길로 저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때 들었던 표현 덕에 지금 나의 필요와 열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됐어요.

제가 대학 생활을 길게 한 편인데요. 그래서인지 '갓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강한 편이었어요. 생산성 있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고요. 그 덕에 좋은 성과를 얻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마다 몸이 걸려 넘어지곤 하더라고요. 번아웃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저는 낮‧밤이 바뀌어 있고,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하루는 암막커튼이 내려온 불 꺼진 집에서 SNS를 보고 있었는데요. 타인의 화려한 하이라이트 같은 인생을 보다가 핸드폰이 꺼졌어요. 그 순간 액정에 제 얼굴이 비추더라구요. 그 당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지?', '나는 대체 뭐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남들에 비해 뒤처지고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그때 문화 기획 실습에서 생산성의 압박 때문에 하는 것 말고 쓸모없지만 재미있는 것들을 해보자면서 팔랑주머니라는 이름을 붙이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학교를 돌아다니며 씨를 심기 시작한 게 첫 프로젝트였어요."

 문해민 활동가가 캠퍼스 내에 씨앗을 심고 있다.
문해민 활동가가 캠퍼스 내에 씨앗을 심고 있다. ⓒ 본인 제공

- 씨요? 실제 씨앗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네, 꽃 씨앗을 심었어요. 캠퍼스 대로도 심고, 뒷산을 산책하면서도 심기도 했어요. 친구 중에 학교를 나오고 싶지 않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요. 저도 학교 가는 게 힘들어서 휴학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 친구의 마음이 이해됐어요. 그래서 '학교에 애정을 붙여보자'면서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경험을 했어요. 학교가 불편한 공간이었다면 나한테 와닿게 바꿔보려는 시도였죠. 회의도 재밌게 해보자면서 김포공항에 무작정 가서 수속대 벤치에 앉아 회의를 하기도 했어요. 남들이 봤을 때는 무용하다고 여겨질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했고요."

-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지점도 분명 있었을텐데요. 그럼에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을까요?

"학교 선생님께서 안부를 물으셔서 요새 활동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네끼리 재밌게 노는 거 아니냐?'고요. 그 말씀이 강렬하게 남았어요. 그 이유를 고민해보니 두 가지였어요. 첫째는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면 안 되냐는 반발심이었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재미있게 놀고 끝나는 게 내가 바라는 건지 고민했어요. 우리에게 의미 있는 활동이라도 우리끼리의 돌림 노래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던 차에 제비가 박씨 물어다 주듯 정보를 주던 친구가 창직 프로젝트를 알려준 덕에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활동을 위한 돈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이때가 2023년인데요. 당시에는 고립‧은둔 청년을 잘 모르는 분도 많았어요. 저희는 설명을 위해 고립‧은둔이라는 말을 사용하긴 했지만 신직업 명을 제안할 때에도 '눕청'(누워있는 청년들)이라는 키워드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고립‧운둔 청년이라는 표현이 주는 심리적 장벽이 있잖아요. 신청주의 시스템 안에서는 흔히 말하는 수혜자가 되기 위한 증명이 필요한데, 저는 눕청들이 청년이라는 이름의 그늘 아래 몸을 숨길 수 있기를 바랐어요.

또한 '진짜' 고립‧은둔 청년이라는 편견에 기반한 모습이 있어요. 하지만 겉으로는 괜찮아도 가까이서 함께 호흡하다보면 고립의 정도가 심화되어 있는 걸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진짜 고립 청년이 어떻게 밖으로 나와?'라고 생각하지만 도서관처럼 내가 편하게 느끼고,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 고립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제가 눕청 상태였을 때 그걸 많이 느껴서 설득해내고 싶었어요. 그 연장선으로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에서 활동을 했었고요. 니트생활자는 하자센터에서 수업을 들었던 선생님이 소개로 알게 되었고, 가치관이 잘 맞다고 생각해 직접 찾아 뵙고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일하게 되었습니다."

 문해민 활동가가 팔랑주머니 활동으로 ‘미味러쿵저러쿵’을 진행하고 있다.
문해민 활동가가 팔랑주머니 활동으로 ‘미味러쿵저러쿵’을 진행하고 있다. ⓒ 본인 제공

- 저는 활동에 있어 언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단어나 진단명, 용어로 자신을 정체화하기도 하고, 낙인 때문에 필요한 지원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한계에 가두거나 정체화하지 않는 언어를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요. '팔랑주머니'라는 단체명이나, 맛에 감각에 집중해보는 프로그램 이름 '미(味)러쿵 저러쿵' 같은 언어들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시는 편인가요? 이름을 지을 때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부분도 궁금합니다.

"이름짓기는 재미와 의미 사이의 줄타기 같아요. 일단 재밌어야 하고요. 동시에 거리두기 하고 싶은 이름이 아니라 나의 일로 느껴지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어요. 누워 있는 청년들이라는 의미의 눕청도 프로젝트를 함께 하던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에 '나는 누워있는 청년이라 눕청이야', '그럼 나는 앉아있는 청년이니까 앉청이겠네?' 하면서 장난스럽게 시작했거든요.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는 추상과 구체를 오간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팔랑주머니의 '팔랑'에는 세 가지가 들어가요. 독립과 표류라는 이중의 가능성이 하나고요. 청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고 담겠다는 의미가 하나, 마지막은 기민하게 반응한다는 의미의 팔랑입니다. 팔랑게가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처럼요."

- 청년 정책이나 단체가 10년 사이에 굉장히 많아졌는데요. 지금까지 해오신 활동이나 니트생활자의 활동이 기존 단체나 정책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것들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서 나올 것 같은데요. 아까 '눕청'이라는 단어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셨던 것처럼요. 우리가 이거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에 가까운 것 같아요. 우리가 이런 걸 하니까 들어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요즘 너는 어떤 생각을 하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어?', '어떤 걸 필요로 해?' 이런 궁금증과 호기심을 안고서 활동하려고 해요. 그래서 이걸 일로만 받아들이게 되면 소진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어요. 그 물음표를 계속 붙잡으려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지만 그 갈고리가 쭉 당겨져서 느낌표로 바뀌려고 하는 상황인 것 같아요."

- 맞아요. 일이 되기 시작하면 물음표였던 갈고리가 쭉쭉 펴지죠. 심지어는 낚싯바늘도 아니고 작살 같은 걸로 바뀌기도 해요. 피를 흘려도 한 번에 잡았으니까 됐지 하고 고민과 질문을 포기해버리는 거죠. 그게 편하니까요.

 문해민 활동가가 발표에서 눕청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문해민 활동가가 발표에서 눕청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 본인 제공

행정의 언어와 현장의 언어

- 고립‧은둔과 '눕청'을 병기하자는 제안을 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고립‧은둔을 '눕청'으로 병기하자는 건 초월 번역에 가깝다고 생각했어요. 긍정적인 의미에서요. 이처럼 현장의 언어와 행정의 언어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번역가의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아마도 해초님께서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어떤 생각에서 행정의 언어를 현장과 매치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나의 이야기라고 느끼게 하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 주변 또래나 부모님에게 눕청이라고 하면 이해가 빨라요. 하지만 고립‧은둔이라고 하면 이해가 어렵다고 하는 반응도 있잖아요. 이런 행정의 문법과 언어를 탐구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이제는 눕청이라는 표현을 병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의도와 목적과 상관 없이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행정의 성격과 색깔이 있잖아요. 그걸 통과하는 순간 하나의 프리즘처럼 다른 방식으로 굴절되는 거죠. 처음에 우리가 생각하고 의도한 것과 다르게요.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거쳤을 때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니트컴퍼니라는 가상회사놀이 모델의 확산 과정이 하나의 예인데요. 지금은 자치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벤치마킹 하고 있어요. 그런데 모델은 같다고 하더라도 시행하는 주체마다 다른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처음에 목적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이 뒤따라오더라고요. 자체적으로 할 때는 대상자 선정도 조금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었는데 예산을 받고 사업을 하게 되면 그런 게 어려워지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성과지표나 체크리스트가 있다 보니 자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 지자체나 다른 곳들에서 이 사업을 모델링하고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잖아요. 니트생활자 입장에서는 힘이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사한 사업이 많이 진행되면 니트컴퍼니가 가지고 있는 색이 흐려질 수 있으니까요. 또한 시행착오를 거쳐왔을 텐데 지금 시행하는 곳들은 일종의 테스트를 마친 모델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중간 과정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나 인정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작권법으로 보호받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의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을 거고요.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해보셨거나 어떤 아이디어 같은 게 있으신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인센티브의 필요성을 말씀해주셨는데요. 저희도 가상회사놀이라는 선도모델의 가치를 인정받아 인센티브 사업을 지원받아 왔어요. 다만 인센티브 사업의 경우 대체로 운영비로 사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단체의 고민인데요. 잘 아시겠지만 소규모 비영리 단체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물 아래서 물장구 치듯이 수많은 사업을 동시에 돌려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장기적으로 단체의 발전과 목표를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일을 할 시 부족해지는 거예요. 가용할 인력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운영비로 사용할 수 없는 인센티브가 주어졌을 때 조직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지속 가능성과도 직결되니까요.

다른 하나는 비영리에 대한 시선과도 연결이 되어 있는데 흔히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이 문장을 넘어설 방법을 항상 고민하고 있었어요. '너네 좋은 일 하는데 왜 너네 걸 지키려고 해? 확산되면 좋은 거잖아?'라고 하지만 시도와 실패, 시행착오를 거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허탈감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걸 보호하는 일환으로 특허 관련 움직임도 있지만 사실 미미해요.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광호님은 어떠신가요?"

- 기획 노동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계획서를 쓰고 지원사업에 선정되도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을 포함할 수 없고, 사업 내 인건비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아까처럼 해야 할 일은 늘어나도 인건비가 똑같으면 사람을 갈아 넣으라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그래서 활동가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하고 다녔어요. 지금은 꼭 노조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해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단체들이 있는데, 몇 년 사이에 사라지는 일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 단체만의 아이디어가 너무 대중화되어서 색깔이 사라지거나 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이게 사회 전반적으로 봤을 때도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비영리와 영리가 서로의 일을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중 언어 구사자를 만드는 거죠."

- 일종의 순환보직이네요. 모든 세상이 내가 속해있는 곳처럼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야 말이 통하죠."

나로부터 시작해 모두의 쓸모를 만드는 일

- 니트컴퍼니 시즌 19에 굉장히 많은 참여자들이 신청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 않아도 관계를 맺고 싶고, 나의 루틴을 만들고 싶다는 당사자들의 욕구와 잘 맞아 떨어졌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니트컴퍼니를 시작할 때도 이런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셨을까요?

"대표님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입을 빌려 답변드려 본다면 처음부터 반응을 예상했던 건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니트 당사자성에서 시작한 걸로 아는데요.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할 수 있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으면 자신을 어떤 소속으로 설명하는 게 어렵잖아요. 자신을 일이나 소속으로 설명할 선택지 자체가 없어지게 되는 상황인 거죠. 그러다 보면 자신을 소개하는 게 길어지고, 누군가 안부를 물으면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하고요. 나의 상태에 대해 자기 변호를 하듯 이야기하다 보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고요. 그래서 한양도성을 함께 걷는 등의 활동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던 건 아니었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죠. 하지만 요즘은 '닛케팅'이라는 단어도 참여자들이 많이 쓰거든요."

- 닛케팅? 그게 뭐죠?

"니트컴퍼니 신청이 하루 만에 끝나버리니까 이게 티케팅 하는 것 같다고 해서 닛케팅이라고 해요. 웃기죠? 누워 있다가도 닛케팅을 하려면 일어나야 하니까 모집 공고가 언제 열리는지 물어보시는 분도 있고, 카카오톡 채널 등으로 꼭 홍보해 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해요."

- 니트 생활자의 꾸준한 성장에는 참여자들의 지지와 관심이 있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유유기지 강화를 운영하게 되면서 조직도 커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어떤 시도를 해보시려고 하고 있나요?

"하나는 지역 실험이에요. 니트컴퍼니 참여자들이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많이 오시는데요. 오프라인 모임이 수도권 위주로 열리다 보니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씀하세요. 저희도 사무실이 서울에 있고, 모임도 서울에서 여는 빈도가 높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역에 있는 분들과 더 많이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요. 자발적으로 지역에서 모임을 열어보고 싶다고 문의를 주시는 참여자 분들이 계셨어요. 덕분에 참여자가 자발적인 모임을 열고 저희가 지원을 하는 방식도 가능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두 번째는 연령층의 다양화예요. 청년만이 아니라 다른 연령층도 만나보려고 해요. 예산이나 인구 구조와도 관련이 있을 거고요. 저희 구성원들도 나이를 먹으면서 관심이 가는 것도 있고요. 조직의 지속 가능성에는 내적 동기도 되게 크잖아요. 그래서 지금 나의 화두를 어떻게 활동에 녹여내면서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 무직 상태에 있는 청년들이 니트컴퍼니에 참여하시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어요. 해초님께서 느낀 인상 깊었던 순간도요.

"청년들이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거요.
너무너무 나가기 싫지만
너무너무 나가고 싶고
너무너무 나 혼자 있고 싶지만
너무너무 누군가를 만나고 싶고
너무너무 침대를 벗어나고 싶지만
너무너무 누워 있고 싶은 거예요.

상반되는 마음이 진자운동하듯이 빠르게 오가는 거죠. 다른 사람 눈에는 마치 고장난 시계처럼 보일 거예요. 하지만 만남을 이어나가다보면 점점 얼굴을 비추는 빈도가 많아지기도 해요. 누울자리라는 프로젝트를 할 때였는데요. 자신이 하는 업무나 미션을 업로드해야 하는데 한동안 글을 못 올리시던 분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50L 종량제 봉투에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를 정리한 사진을 올린 거예요. 그걸 봤을 때 마음의 울림이란... 진자운동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가운데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껴요."

 문해민 활동가가 청소 후 배출한 종량제 쓰레기 봉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문해민 활동가가 청소 후 배출한 종량제 쓰레기 봉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본인 제공

- 마음이 고정되어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평균치가 있다고 하면 그걸 넘어서면 자신의 마음을 갉아 먹고 있을 수 있거든요. 근데 일정 속도로 내려오면 마음이 움직이는 걸 자기가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그때부터는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밖으로 못 나오는 날이 있더라도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고 있다고 하면요. 근데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네요. 그럼에도 질문을 드리자면, 참여자의 변화를 어떨 때 느끼시나요? 조금 다르게 질문드리자면 50L 쓰레기봉투를 행정의 언어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종량제 봉투 크기를 지표에 넣기는 어렵거든요.

"그렇죠. 심지어는 진자 운동 속도가 너무 빠르면 남들이 보기에도 그냥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동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아니면 고장이 나서 서있는 걸로 보이기도 하고요. 사실은 그렇지 않음에도요. 그래서 이걸 어떻게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에요."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인가요?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말씀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안전한 침입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요.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많이 이야기하는데요. '나다움'은 '나'라는 사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나'라는 건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관계 속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게 침입이고요. 혼자 무균실로 도피해 살아갈 수는 없으니 결국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과 침입, 침투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걸 기꺼이 허용하고 그 시간들을 지나와야 하는 것 같아요. 그 침입의 시간들을 기꺼운 마음으로 견디고, 그 시간들을 지나고 나서 안전기지였다는 걸 회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좋은 커뮤니티가 아닐까 싶어요."

- 침입과 침투를 허용하는 것이 안전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중심이라고 하면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운영진들의 노고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경험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의 품이 많이 들어갔을 때 참여자들이 만족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기다려야 할 때와 다가서야 할 때를 분별하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 저희도 초반에는 안전한 공간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밖은 정글인데 안전한 공간에서 평생 살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로 나가게 되는 셈이고요. 과연 우리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고민이 들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지금은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고지하되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실무자가 언제 개입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것도 가이드라인으로 만들 수 없는 거거든요. 언제 개입하고 언제 지켜볼 것인가는 사실 실무자의 경험적 데이터가 쌓여야 되는 것 같거든요.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참여자에 따라서 또 달라지고요."

-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었습니다. 구성원이 단체를 떠났을 때 매뉴얼이 있다고 하더라도 매뉴얼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지점 같기도 하고요. 그럼 거의 마지막 질문인데요. 활동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계획이 있나요?

"쓸모를 발명하는 일이요. 하자센터 아키에게 일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생각했던 것이기도 하고요. 팔랑주머니를 시작했을 때 내가 사회적으로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게 너무 강했어요. 생산적인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중력처럼 늘 받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다면 생산적인 것, 쓸모 있는 것이 뭔지 탐구해보려고 탐색 중입니다. 쓸모를 발명하고, 쓸모를 발명하는 일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고 함께하고 싶어요. 그런 시간을 제 일상에 더 많이 채우는 것이 제가 꿈꾸는 모습이에요."

-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방향성은 확실히 정해졌네요. 제가 몇 년 후에 다시 인터뷰를 하게 된다면 그 방향대로 잘 오셨는지 다시 여쭙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5 공익활동가 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렸다.
'2025 공익활동가 주간'은 공익활동가들에 대한 존중과 지지를 바탕으로 사회적 인정 문화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렸다. ⓒ 공익활동가주간추진위원회

인터뷰어 : 이광호
정신질환과 고립을 경험하고 있는(혹은 경험한) 당사자들이 모여 활동을 직접 기획·운영하는 펭귄의 날갯짓 활동가입니다. 현재는 경기도 수원에서 동료지원쉼터 '친구네 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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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변화를만드는사람들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니트생활자#공익활동가주간#공익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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