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시민의숲, 함양군농민회는 4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청 산사태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윤성효
"산림청은 살인병기청인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가고, 예산만 낭비하는 산림정책 폐기하고, 산림 생태관리 전환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라."
7월 16~19일 집중호우로 경남 산청에서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환경·주민단체들이 곳곳에서 일어났던 산사태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한 마디로 산림청, 산림조합, 산청군이 진행해온 벌목, 임도, 숲가꾸기, 사방댐이 산사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시민의숲, 함양군농민회이 4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청 산사태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사람들은 앞서 지난 7월 30일 산사태 피해가 큰 산청읍 부리마을과 모고리 현장의 산사태 시작점을 답사하기도 했다. 산청 와룡산을 중심으로 부리와 모고리는 2010년 산불 후 복원 명목으로 벌목과 숲가꾸기 등의 사업이 시행된 곳인데 산 곳곳에 조림과 간벌이 진행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나무를 갱신하는 숲가꾸기 사업에 대해, 이들은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숲가꾸기 효과로 유출량이 적게는 2.75배, 많게는 318.5배까지 차이가 난다"라며 "이는 숲가꾸기 사업만으로 이미 산은 홍수 유출이 될 수밖에 없는 기폭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라고 설명했다.
산청군 정보공개청구 결과, 2024년 한 해에만 무려 60개소, 100만 평 이상의 산지에 벌채 허가가 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허가 전 산사태 위험점검 등 제대로 된 현장조사 없이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대부분은 수종갱신을 위한 모두베기이기에 이번 참혹한 산사태의 중요한 책임은 산청군에도 있음이 분명하다"라고 했다.
임도에 대해 이들은 "산불 예방 등의 목적이라기보다 산지를 개발·훼손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음이 분명하고, 무자비한 벌채와 함께 임도 조성도 이번 산사태의 원인 중 하나이다"라고 했다.
모고리에서 발생한 여러 산사태 중 현장에서 본 산사태 시작점은 임도였다고 본 이들은 "임도를 조성하게 되면 가장자리에 물을 모아서 한꺼번에 아래로 뺀다. 계곡부에 물이 집중되는데 기존의 지형을 파내고 관거를 묻어서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하부는 견딜 수 없다"라며 "계곡을 메꾸고 성토를 하게 되면서 집수정을 통해 물이 집중적으로 투입되니 숲가꾸기를 한 곳으로 산사태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방댐은 산사태 예방의 해답이 될 수 없다"
이들은 "벌목을 위해 임시로 만든 산림 작업도로에 물이 흘러가면서 산사태를 더 가속화시키기도 했다"라며 "산불이 난 곳에 벌목을 하게 되면 산사태가 날 거라고 벌목을 반대한 부리 마을 주민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주민의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돼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사방댐도 한 몫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산림청은 산청군이 시천면과 단성면 산불 피해지에 설치한 4개 사방댐이 이번 폭우 때 토사 유출을 줄이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밝혔다"라며 "하지만 벌목 지역에서 발생되는 산사태로 사면이 붕괴되기 때문에 계곡에 만들어지는 사방댐은 산사태 예방의 해답이 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들은 "사방댐은 현재 산사태의 원인과 맞지 않는 대안이다. 사방댐은 또 다른 예산 낭비이며 자연생태계 파괴에 불과하다"라며 "사방댐 준설 이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방댐 구조물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산사태 방지 기능을 하지 못하고 무너지며 산사태 피해를 가속화시킨다. 모고마을 등에서는 사방댐이 함께 무너져 마을을 덮치면서 더 큰 재난을 초래하게 되었다"라고 했다.
산불 관련해 이들은 "산림청은 2025년 산불 이후 산불 지역에 산새태가 200배 증가할 것이라 하였지만 현장에서 나온 결과는 달랐다"라며 "실제 산불이 발생하였던 시천면은 산청읍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산불이 발생한 지역에서 산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지난 봄 산청·하동에 대형 산불이 났고, 아직 해당 지역에서 대규모 벌목이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환경·주민단체들은 "일부 산불이 났던 청평마을, 서신마을에 산사태가 발생하였지만, 벌목지와 겹치면서 산사태가 크게 확산 되었기 때문에 산불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했다.
하동 두양리에에 대해 이들은 "산사태가 있었지만, 임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산불이 직접적인 원인이라 보기에는 부족했다. 산불 지역에서 확인된 산사태는 모두 벌목과 임도가 겹치면서 발생하였고, 이는 벌목지와 임도가 산사태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라며 "이로써 산불 후 벌목을 진행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라고 했다.
환경·주민단체들은 "산림청은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부리와 모고리 일대가 산불 이후 벌목과 임도 조성이 이루어진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단순히 '집중호우'만을 원인으로 규명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산림관리를 산림청에 맡겨도 될 것인가?"라며 "산을 복구하는 것이 좋은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은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문가, 지자체장, 주민들과 협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산림청에 대해 이들은 "산사태 지역에 대한 철저하고 폭넓은 현장조사를 통해 원인과 처방을 명확히 규명하여 전방위적인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의 환경적 문제를 인위적인 해결이 아니라 자연의 회복력에 기반한 산림의 생태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그 전환의 정책을 산림청이 수행할 수 없다면, 당장 해체해야 한다"라고 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시민의숲, 함양군농민회는 4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청 산사태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윤성효
"산사태 원인 제공한 측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논의"
민영권 산청난개발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산사태로 생명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빈다"라며 "그런데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 많은 마을에 복구를 위한 장비조차 투입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복구를 위해 연결을 해드리고 있다. 실제 피해 상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재앙이 있기 전에 골프장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산청군이 60개소 산지를 벌목 허가해주었다. 벌목은 허가제다. 현장조사는 실제로 없다. 불법적인 사항만 없으면 모두 허락해 준다"라며 "이번 산사태 일어난 곳 대부분은 벌채 지역이다"라고 했다.
민 집행위원장은 "산림청, 산림조합, 지자체가 결합한 인재가 분명하다. 그런데 어디에도 사과가 없다. 임도, 벌목, 숲가꾸기, 사방댐이 주요 원인이다"라며 "특히 사방댐이 산사태 막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사방댐을 만들면서 숲을 훼손한 지역이 많다"라고 했다.
민영권 집행위원장은 "산림청, 산림조합, 지자체가 산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지금은 수습과 복구가 우선이다. 앞으로 산사태 원인을 제공한 측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논의가 될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산사람들, 지리산지키기연석회의, 산청난개발대책위원회, 시민의숲, 함양군농민회는 4일 오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청 산사태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윤성효

▲산청 산사태 현장. ⓒ 정정환

▲산청 산사태 현장. ⓒ 정정환

▲산청 산사태 현장. ⓒ 경남환경운동연합

▲산청 모고마을 사방댐 붕괴로 인한 산사태 피해 현장 ⓒ 정정환

▲산청 부리·모고리 벌목 및 산사태 전경. ⓒ 경남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