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경제 영역에도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한정된 재화를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성평등은 국경을 넘나드는 문제입니다. 지구촌 여성 경제 분야 소식(女)을 우리나라로 잇겠습니다(絡).

▲재택근무하는 여성의 사진 ⓒ Pixabay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점을 찍었던 재택근무 비중은 2023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3년 5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하면서 기업들이 본격적인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흐름에서 비켜난 사람들이 있다고 지난 13일 지적했다. 바로 미국의 여성들이다.
사무실로 다시 출근하는 남성, 재택근무 유지하는 여성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재택근무율은 2023년 34%에서 2024년 29%로 5%p 하락했다. 반면 여성은 2023년과 2024년 모두 36%대를 유지하며 남성과 차이를 보였다. 이 수치는 미국 내 노동자 7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재택근무의 성별 격차 확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자료도 있다. 스탠퍼드대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 교수가 미국 노동자 5000명을 매달 조사한 결과, 2025년 여성의 재택근무율은 29.73%, 남성은 26.43%로 3.3%p 차이를 보였다. 이는 1.625%p 차이를 보인 2022년 대비 격차가 약 두 배로 벌어진 수치다.

▲스탠퍼드대 니콜라스 블룸(Nicholas Bloom) 교수가 2020년부터 재택근무에 대해 미국 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 Nicholas Bloom
재택근무의 성별 격차가 커지는 배경에는, 팬데믹 이후 여성의 사무실 복귀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점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육아와 가사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구조적인 불균형을 지적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Goldin)은 "자녀가 생기면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은 집에 대기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러한 요구는 여성에게 더 자주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를 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구조적 현실을 짚은 것이다.
유연함의 대가, 경력상 불이익은 여성의 몫
재택근무가 여성에게 항상 좋은 선택인 것만은 아니다. 커리어 측면에서는 여전히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KPMG(세계적인 회계·경영컨설팅 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임원의 86%가 "사무실 출근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버지니아대학교 엠마 해링턴(Emma Harrington) 교수는 "재택근무자는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오리건주에서 세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 카트 과다라마(Katt Guadarrama)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재택근무 중 해고된 그는 "(재택근무는) 회사가 나를 왜 해고하면 안 되는지를 보여줄 기회를 빼앗는다"며 "역량을 증명할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커리어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팬데믹 당시 대부분의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지만, 이후 대응은 엇갈리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테크 기업은 점차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트위터(현 X)는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인수한 이후 재택근무를 전면 중단했다. 머스크는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으면 회사에 남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대면 근무가 생산성과 시너지를 높인다고 주장하고 사무직만 재택근무하는 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스포티파이 창립자이자 CEO인 다니엘 예오리 에크 ⓒ BloombergGetty (Akio Kon)
반면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는 '어디서든 일하세요(Work From Anywhere)' 정책을 팬데믹 이후에도 유지하고 있다. 이 정책 도입 이후 퇴사율은 15% 감소하고 채용 속도는 빨라졌고 인재 다양성도 확대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연성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고 자율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우리 직원은 어린 아이가 아니다"라는 스포티파이 인사 총괄의 발언은 크게 회자된 바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재택근무가 여전히 기업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스탠퍼드대 블룸 교수가 참여한 국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주당 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0.5일로, 조사 대상 40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캐나다와 호주처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는 재택근무 비율이 높았던 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국가는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으로 낮은 비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