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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7.30 15:06최종 업데이트 25.07.30 15:06

피와 눈물로 만든 장인의 맛

[1인 자영업자들의 재난 같은 영업현장 ④] 명품 빵집도 강타한 불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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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송파구의회 의정연구회(회장: 배신정 의원)와 함께 송파구 내 소상공인들의 노동 및 영업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돕고, 응원하는 목적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단순히 송파구 상황이 아니라 국내 소상공인들 대부분이 직면한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부케도르 사장님 부케도르 사장님 대화하는 장면
부케도르 사장님부케도르 사장님 대화하는 장면 ⓒ 전진한

5500세대 잠실 리센츠 아파트, 대규모 지하상가에 있는 부케도르 빵집. 네이버 평에는 "무엇보다 나만 알고 싶은 빵집"이라는 칭찬 글이 있다. 상가가 워낙 넓어서 외부인들은 가게를 찾기도 쉽지 않다. 몇 번을 헤매다 겨우 부케도르 가게를 찾을 수 있었다.

가게 입구에는 "동물성 100% 우유 생크림 케이크 판매합니다" 라고 적혀 있다. 케이크에 휘핑 같은 첨가물을 넣지 않아, 속이 편안하고 건강에 좋다고 한다. 실제 "유화제, 개량제, 팽창제, 방부제"를 넣지 않는다고 한다.

'방문한 날 '초코 깜빠뉴, 몽블랑, 팥빵, 단호박 치아바타' 등이 나왔다고 안내되어 있다. 이 빵집을 15년째 지키고 있는 주인을 만났다. 빵을 만드는 주인은 인상은 좋지만, 깐깐한 빵을 만들게 생긴 장인의 모습이었다. 이곳은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손님들은 끊임없이 방문했고, 가게 전체가 활력이 넘쳐 보였다. 손님을 응대하는 것은 부인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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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제과점은 대형 업체가 골목상권을 장악했다. 소상공인들이 설 자리가 없는 시장이다. 15년이나 자리를 지켰다니, 상상 이상의 노력이 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죽기 살기로 했습니다. 저희가 정성을 다하니까 소비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새벽 6시 30분 정도에 출근해 빵을 만들고요. 빵은 오후 3~4시까지 계속 만듭니다. 그 이후로도 저녁 9시까지 판매합니다."

하루 평균 15시간 강행군을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량이다. 아프지 않을까? 혹시 아프면 어떻게 버티는지 궁금했다.

"아플 수밖에 없는 노동량이죠. 약 먹고 버티는 거예요. 실제 그렇게 살다 보니 잘 안 아파요. 제가 휴무가 일요일인데, 그때 아프고요. 짧게 휴가라도 가면 그때 아프고 그러더라고요. (웃음)"

사람의 몸은 위대하다. 휴일에 맞춰서 아프다니 놀랍기만 하다. 언뜻 보기에 장사는 잘되는 것처럼 보였다. 매출은 어떤지 물어보았다.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지 매출이 좋지 않습니다. 한 20% 이상 빠진 거 같아요. 힘드네요."

불경기의 여파는 지역 명품 빵집도 강타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자영업자가 시름에 빠져 있다고 봐야 한다. 정권도 교체되었는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저희 제품은 제가 여기서 만들잖아요. 그런데 그런 노동량에 대해서는 별다른 공제가 없어요. 제품 판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일괄적으로 내고 있는 거죠. 세금을 낼 때마다 이런 거에 대한 부당함을 좀 느낍니다. 최저임금이 높아서 알바를 고용할 때도 힘든 점이 있습니다."

부부가 빵집을 운영하다 보면 애로 사항이 많을 것이다. 특히 부부가 함께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걱정일 것이다.

"애들하고 여행 한번 변변하게 못 갔습니다. 어릴 때 가게로 올 때는 큰길을 건너야 하는데, 애들끼리 올 때 너무 위험하고 그랬죠. 애들이 알아서 큰 거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주인이 만든 빵을 먹어보았다. 깜짝 놀랄 만큼 깊이 있고, 건강한 맛이었다. 대형 브랜드에서 만든 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오히려 다른 측면의 맛은 뛰어났다. 이런 명품 빵집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축복 같은 일이다. 진심으로 부케도르가 오랫동안 지역 주민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살아남길 간절히 바란다.

"매일매일 전쟁터로 나가는 상인들을 응원합니다"

배신정 구의원 배신정 송파구 의회 의정연구회 회장
배신정 구의원배신정 송파구 의회 의정연구회 회장 ⓒ 배신정


이번 프로젝트에서 지역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나자고 제안했던 배신정 구의원(의정연구회 회장, 잠실본동, 잠실 2·7동)을 인터뷰했다. 배신정 의원은 2000년대 초반 참여연대 시민권리국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제정, 작은 권리 찾기 운동, 핸드폰 요금 낮추기 캠페인 등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 먼저 의정연구회는 어떤 곳인지 알려주세요. 어떤 활동을 하셨죠?
"의정연구회는 송파구의회 민주당 구의원 연구모임입니다. 정책 개발, 입법 활동, 지역 현안 해결 등을 위한 지식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구성한 자발적인 모임입니다."

- 프로젝트가 신선합니다. 보통 연구보고서를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데, 각 의원이 가게를 직접 섭외하고, 소상공인들의 일을 직접 체험까지 했는데요. 어떤 취지였죠?
"죽어가는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들을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구의원들이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 활동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구민들은 불황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구의원들이 선비같이 한가롭게 연구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 구의원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을 방문해 보니 어떤 점을 느끼셨습니까? 12·3 내란 사태 이후 경기침체가 심각해 보이던데요.
"극한 직업을 체험한 기분이었습니다. 겉으로 웃고 계신다고 그분들 사정이 괜찮은 게 아닙니다. 그냥 전쟁터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작년에는 그래도 경기가 풀리고 있었는데, 연말 대목을 준비하시던 소상공인들이 갑자기 12.3 내란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 소상공인들의 매출 저하가 가정 경제와 지역에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 송파구에 폐업하는 가게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올해 송파구 폐업 가게 수가 강남 다음으로 많습니다. 작년에 점점 줄어들던 폐업 가게 수가 연말 12.3 내란을 거치면서 올해 초에 대폭 증가했습니다."

- 소상공인들은 노동자와 달리 별다른 복지 혜택이 없고, 살인적인 노동량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이 분들에게 어떤 지원책이 필요할까요?
"저는 자랄 때 아버지가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휴가를 내고 쉬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자식들 때문에 아플 수도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장사하시는 분들에게 몸이 아프다는 의미는 곧 사업이 망한다는 의미랑 똑같다는 게 이해가 됩니다. 이런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뒷받침해 주는 제도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다른 구 의회에서도 이런 시도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상공인들을 위해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소상공인의 딸입니다. 매일매일 전쟁터로 나가시는 상인 분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합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이 불황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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