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상솟대문학상공동수상자 ⓒ 화성시민신문
제35회 구상솟대문학상을 공동 수상자로 서성윤 시인과 고명숙 시인이 선정됐다. 올해 구상솟대문학상은 서성윤 시인(본지 시민기자)과 고명숙 시인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수상작 2편은 서성윤 시인의 '동네에서 같이 살기', 고명숙 시인의 '운명의 기도'다.
구상솟대심사위원회는 강한 특성을 나타내고 있는 두 시인의 작품들 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하기보다는 두 편을 모두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것이 문학상의 취지를 풍성하게 살린다고 판단해 공동수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성윤 시인은 20세 때 뺑소니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상태에서 마우스 스틱을 입에 물고 글을 쓴다. 2006년 사고로 중단한 대학 공부를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과에서 마치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고명숙 시인은 중증의 뇌성마비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직업전문학교 시절인 1999년 <솟대문학>에 시를 보내 한 번 실린 적이 있다. 그 후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고민하는 것들을 조심조심 꺼내어 시를 썼다.
2025년 구상솟대문학상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맹문재 안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당선작인 '동네에서 같이 살기'는 '사마귀조차 귀한 인연으로 여기고 "동네에서 같이 살"려고 하는 대상애(對象愛)를 보여주고 있다. 점점 이기적 개인주의에 함몰되어 공동체의 가치가 무너지는 현대 사회의 상황에서 작품의 주제 의식은 의미가 크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공동 당선작고명숙 시인의 '운명의 기도'는 "갑인(甲寅) 생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의 의미를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차원으로 인식한 점이 눈길을 끈다"는 심사평을 받았다.
당선 소감으로 서성윤 시인은 "사고 후 대여섯 시간 동안 마우스스틱을 입에 물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혼자 온몸으로 쓴 것이라 여겼는데, 이야기가 되어주신 분들 덕분에 글쓰기가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자유롭지 못한 몸이라도 언어만큼은 어디라도 자유롭 흐르겠다. 더 깊어지고 아득해지겠다"고 전했다.
고명숙 시인은 "이 큰 영광이 주어진 데 대해 스스로 그 타당성을 부여하기가 여간 조심스럽고 낯설고 쑥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솟대처럼 하늘을 향해 묵묵히 글을 쓰는 시인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구상솟대문학상은 고 구상 시인이 솟대문학상 발전 기금으로 2억 원을 기탁함에 따라 마련됐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해 후원을 받아 올해부터 상금이 500만 원으로 증액됐다. 도서출판 연인M&B 후원으로 개인 시집을 출판해주는 부상도 주어진다.
구상솟대문학상 심사위원은 김재홍(가톨릭대학교), 맹문재(안양대학교), 이승하(중앙대학교) 위원이다.
2025년 구상솟대문학상 수상작 2편
동네에서 같이 살기 / 서성윤
카페 출입을 문턱으로 거부당한 화는
덩굴장미가 무성한 야외 테라스에서 사그라들었다
의자를 치우자 전동휠체어 넉 대는 자리가 되고
엇박으로 내쉬는 호흡으로 왁자지껄
성윤이를 국립재활원에서 처음 봤을 때
몇 년을 더 살지 동기들은 내기했다는데
이제는 트랜스포머 같은 휠체어 타고
지역에서 자립하고 일까지 한다니
연애만 하면 이번 생은 완벽하다고 웃어댔다
한숨 가득한 서로의 일상을 지지하면서
한바탕 웃다가 침울했다가 다시 웃길 반복
아직 서산이 해를 지우려면 한참이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나중을 약속할 시간
서둘러 장애인콜택시를 부르고
30분 간격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도착한 마을에 하나둘 켜지는 초저녁
귀 뒷머리로 뭔가 오르는가 싶더니
테라스에서 따라온 메뚜긴가?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어 떨어뜨렸다
슬로프를 따라 후진으로 하차하는데
사마귀가 손등으로 성큼성큼
팔 위로 어깨로 머리로
-기사님! 사마귀! 사마귀!
지구가 흔들리도록 쌀래쌀래
왼쪽 어깨에서 주춤대는 녀석을 기사님의 검지킥!
나가떨어진 사마귀를 보고
-이 친구도 같이 내릴게요
잠자리 눈처럼 휘둥그레진 기사님은
-바퀴로 밟아 죽이게요?
-아뇨, 동네에서 같이 살아야죠
운명의 기도 / 고명숙
무려
갑인 생이다
그래서인지 고맙게도
잘 살았다
잘 살고 있다
이 나라에서
갑목도 우리나라요
인목도 우리나라다
곧게 우뚝 선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이만하면
잘 나고 잘 자랐다
그러니 행여 배은망덕 말라고
내 생애에도 이렇게 버젓이 펼쳐지는
이 매국의 사태들에 위태롭다
잠 못 이루는 날들을 맞이하였나
온전치도 자유롭지도 못한 이 작은 목숨에
때마침 들어서는 계해의 굵은 물줄기야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이 마른 근간을
부디 생명수로 적셔다오
천지로써 천지를 기도한다
내가 뭐라고
아니 내가 뭐라고
아니 외려 나라서
이토록 간절할 수밖에 없구나
*갑목(甲木)과 인목(寅木)은 1974년 갑인년생인 시인 자신을 가리킨다.
**계해는 60간지의 마지막으로 끝인 동시에 시작을 의미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