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차별한다는 것은 공동체로부터 배제와 혐오를 동반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린이를 혐오하는 나라에서 환대하는 나라로'라는 부제를 단 이 <노키즈존 한국 사회>(2025년 7월)는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인식하며 차별하는 구체적인 사례로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초점에 맞추어 논의를 펼치고 있다. 즉 어린이를 동반한 이들에게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노키즈존은 한국 사회가 어린이를 대하는 방식과 태도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자 인식 틀"이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이유로 내걸린 가게의 '노키즈존'이라는 팻말을 '영업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책은 이러한 표현들에서 "엄연히 존중 받아야 할 아동의 성원권은 외면"당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장소에 대한 권리를 부정하는 상징적 행동들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에 가해지는 폭력"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노키즈존은 가장 비겁한 차별 중 하나이자 이를 방치할 경우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 가장 위험한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이 당연시된다면 "자의적 기준에 따라 특정 인구 집단을 대놓고 차별해도 된다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노키즈존 한국 사회, 공현 외, 교육공동체벗, 2025. ⓒ 책표지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지극히 자의적 논리로 포장되어, 상대방을 배제하고 혐오하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이유로도 상대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위가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권리가 소중하듯이 상대방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책은 만약 노키즈존이라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용인하게 된다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거부를 더 촘촘하게 실천하는 이기주의적 기류와 과도한 자기중심주의에도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의 필자들은 청소년 인권단체 활동가를 비롯하여 '정치하는 엄마들'과 '어린이책 시민연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 현장 곳곳에서 마주친 '어린이 혐오' 사례를 중심으로 각자 경험과 문제 의식을 수록된 글에 담아냈다고 밝히고 있다. 6명의 필자들이 참여한 '어린이를 혐오하는 사회'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통용되는 '아동 혐오 현상들'에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며 그 의미를 논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 '초딩'이나 '금쪽이'와 같은 표현들이 어린이를 낮추어 보는 '멸칭'에 다름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린이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민식이법' 등이 오히려 과도한 처벌을 유도하는 '악법'이라고 주장하는 현실에 대해 진단하는 내용의 글도 수록되어 있다.
이와 함께 이 책의 제목으로 내건 '노키즈존'이 어린이를 배제하는 현상일 수밖에 없다는 내용, 그리고 가정이나 학교 현장에서 체벌에 관대했던 문화와 그러한 인식이 바뀌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핵오염수 방류와 기후 소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어린이들에게 '악의적인 보도'로 반응했던 사례를 조명하면서, 이 또한 어린이를 무시하고 폄훼하는 현상임을 강조 한다. 한때 성평등과 성교육 서적을 금서로 지정하고 도서관에서 치워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사람들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어린이의 권리'라는 차원에서 오히려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는 내용도 1부의 주제로 포함돼 있다.
'어린이는 시민이다'라는 제목의 2부에는 모두 3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어린이를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과 함께 그들도 동등한 사회 구성원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와 함께 '어린이책 시민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한 필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토로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 입시에 초점을 맞춘 우리 교육 현실을 진단하며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주장의 글로 마무리되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에는 "어린이는 모두와 동등한 인간이며, 특별한 보호를 받는 동안에도 어린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라는 의미를 명확하게 담아내고 있다.
각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누구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억울하거나 안타까웠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이 지나 성인이 된 이후에는, 다시 어린이를 '보호와 양육'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그릇된 관습으로 어린이들을 대하는 것에서 '어린이를 혐오'하는 문화가 통용되지는 않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이 책의 기획 의도에 적극 공감하는 이유이다. 더욱이 어린이도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라는 관점에서, 그들을 환대하고 사회적 역할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