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위한탈시설행동연대’는 아동, 청소년, 장애인, 홈리스, 노인, 이주민, 동물 등 집단수용시설에 수용된 존재들의 탈시설 및 지역사회의 주거권과 성원권 보장을 위해 연대해 온 단체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역사회 돌봄이 가능한 정책을 구체화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존재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령 제정과 접근 가능한 주거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자원을 만들기 위한 8화의 연속기고를 기획하였다.
한국의 탈시설운동은 장애당사자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누군가를 시설에 수용하며 만들어진 '시설과 복지'라는 시스템을 거부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에서 시작되었다. 장애인 탈시설운동은 도가니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 등 이제껏 은폐되어온 여러 시설의 인권유린 참상을 가시화하며 고발해왔다. 이러한 고발은 집단수용을 복지라고 말하는 시설의 구조적인 인권침해는 '특정 시설만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다는 문제제기였다. 하지만 운동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한결같이 묻는다.
"시설에 예산을 투자하고, 정부가 잘 관리하면 괜찮은 거 아니냐?"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면 더 안전하지 않은 거 아니냐?'"
평균적으로 5개 시설을 거치며 14.8년을 시설에 갇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장애 당사자는 한국 사회를 향해 당당하게 외친다.
"나 (시설을) 나갈랜다",
"(시설에 있는) 나를 찾아오는 이가 없으니, 당신들이 나를 데리러 오라."
탈시설 활동가들은 장애 당사자의 이러한 주장을 한국 정부와 사회를 향한 구호로, 당연한 요구로 확장시켜 나갔고, 탈시설권리를 직접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탈시설 당사자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2009년에 서울시에 자립생활 주택을 도입하고, 2010년에는 주택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주거유지서비스'와 '지원주택' 모델을 실현했다.

▲지원주택에 입주한 탈시설당사자들이 입주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이들은 2016년 서울시 지원주택 시범사업으로 지원주택에 입주했다. ⓒ 비마이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등장한 탈시설 당사자
하지만 정부와 민간 시설운영 관계자들은 '탈시설'이 아닌 '시설의 선진화'를 고집하며 탈시설권리를 외면해왔다. 그러던 중 닥친 코로나 팬데믹은 '집단 감염'으로 인한 '시설에서의 죽음'을 가시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부가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장치라고 주장했던 '정부의 관리감독',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말해온 '당사자의 권인 옹호'는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장애인, 노인, 홈리스 등 시설에서 지내는 이들의 집단 수용 실태가 그 민낯을 드러냈다.
이후 국제 사회에서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탈시설 권리'에 더욱 주목하고, 2022년 '긴급상황을 포함한 유엔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장애운동계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시설수용 당사자의 외침이 확대되었고, 2020년에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부는 2021년에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을 발표하고 '탈시설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하는데 그쳤다.
이에 여전히 복지로 치장된 집단수용시설 폐지하고, 탈시설 권리를 주장하는 2022년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가 출범하였다.
"'집단수용시설은 고문이다! 국가는 사과하고 피해생존인의 권리회복을 지원하라!"
이후 탈시설 당사자는 국회나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심의 현장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집단수용시설의 구조적인 인권침해문제를 증언하고, 이들의 권리회복을 위한 정부의 책임을 요구했다.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가 고문방지협약 심의 결과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2024년 국회 ⓒ 서미화 의원실
시설 천국이 아닌, 모두를 위한 탈시설 민주주의 사회!
하지만 정부는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미루고, '탈시설 권리'를 삭제하거나 거주 시설을 '주거서비스제공기관'으로 포장하여 시설정책을 유지시키고자 한다. 탈시설 장애인의 외침을 듣기보다, '자립생활 능력'을 평가하여 지원서비스가 더 적게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장애인을 선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설에 방대한 예산을 투자하며 리모델링을 추진 중에 있다. 이에 발맞춰 시설 관계자와 종교계는 왜곡된 정보를 대중에게 퍼뜨리고 지방정부의 '탈시설 지원 조례' 를 폐지하였다. 또한 장애운동계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22대 국회에서 제정된 '통합돌봄법'과 '자립지원법' 시행령에 시설을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설 관계자나 종교계가 말하는 '집 같은 시설'이나 '시설 천국'은 인권침해의 장소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누군가를 시설에 수용하는 사회는 나의 삶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누군가를 선별하는 것을 전제로 한 탈시설 정책은 아동, 홈리스, 동물, 노인 등을 시설에 수용하는 차별로 이어진다.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탈시설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요양시설의 어르신이 매일같이 옛 집 주소를 적으시며 "집 주소는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하실 때, 시설장의 성을 따라 '천사(4), 천오(5), 천육(6)으로 불리던 사람들이 묶여 있는 것을 목격할 때, '미등록이주민' '비가축' 등 불법적인 존재로 규정된 이들이 '하늘 열린 감옥'에서 숨어 살아야할 때, '탈시설'은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를 선별하여 배제하는 '주거선택권', '맞춤형 통합 돌봄', '거주시설 전환'은 결국, 다시, 누군가를 시설에 가두게 하는 시설정책이자, 시설 관계자들이 말하는 '시설 천국'일 뿐이다. 앞으로 우리는 노인, 장애인, 아동과 청소년, 동물, 이주민 등 다양한 존재들과 동행하는 현장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민주주의가 충실히 반영된 탈시설사회를 위해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도전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당당히 탈시설할 용기를 실천해 나가려고 한다.

▲모두를위한탈시설공동행동이 출범하여 ‘모두를 위한 탈시설사회’ 정책요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2025년 5월 20일 국회의사당 앞 ⓒ 모두를위한탈시설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