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또다시 '외부의 적'을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초정통파(하레디) 정당인 샤스(Shas)와 통합토라유대주의당(UTJ)이 연이어 연정에서 이탈한 가운데, 네타냐후는 시리아를 전격 공습하며 여론의 시선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BBC 보도에 따르면, 7월 16일 이스라엘 공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중심부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폭격했다. 국방부 청사와 대통령궁 인근, 그리고 수웨이다(Suweida) 지역의 민간 시설까지 포격 대상에 포함됐다. 명분은 시리아 내 드루즈 공동체 보호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됐다. 이에 대해 시리아 정부는 "노골적인 침략 행위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종교학생 병역 의무 논쟁으로 촉발된 정치 위기
그런데 주목할 점은 이 공격이 하루 전 벌어진 국내 정치 격변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샤스 당은 7월 15일 "종교학생 징병 면제 보장을 받지 못했다"며 연정에서 이탈을 선언했다. 하루 전에는 또 다른 초정통파 정당인 UTJ도 같은 이유로 탈퇴했다.
이스라엘은 모든 유대인 시민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는 국가로, 남성은 32개월, 여성은 24개월의 군 복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디 공동체의 종교학생들은 토라(율법) 연구를 이유로 수십 년간 병역을 면제받아 왔다.
이로 인해 사회 전반에서는 "누구는 군대에 가고, 누구는 가지 않느냐"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최근 대법원이 종교학생의 병역 면제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연정 균열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하레디 정당인 샤스(Shas)와 UTJ는 종교학생의 병역 면제 특권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항의로 연정에서 이탈하여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심각하게 흔들고 있다. 두 정당의 이탈로 인해 네타냐후 총리의 연립정부는 120석 중 50석만을 확보한 '소수 연정'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연정 붕괴 위기 돌파 카드로 시리아 공습 꺼내 들었을 가능성 제기돼
이스라엘 정치에서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안보'를 동원한 국면 전환이 반복돼 왔다. 지금까지 수차례의 가자지구 침공이나 레바논 공격 역시, 내치 실패나 부패 의혹이 거세질 때마다 터져 나왔다. 정치 위기를 외부 군사행동으로 전환해온 과거 행보를 감안할 때, 이번 시리아 공습도 그런 '정치적 기획'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초정통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스라엘 우파 정권은 이들의 표 없이 사실상 집권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오히려 초정통파의 병역 면제를 불공평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양측의 입장을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기 국면을 잠재우기 위한 대외 충격 요법으로 시리아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궁 인근까지 타격... 선전포고 없는 침략 행위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수웨이다에서 드루즈인들을 공격한 세력에 철퇴를 가했다"고 주장하며 군사행동을 정당화했지만, 정작 공격 대상은 시리아 정부군이었다. 시리아는 공식적으로 이스라엘과 전쟁 상태에 있는 국가도 아니며, 따라서 이러한 일방적 공습은 '선전포고 없는 침략'에 다름 아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번 폭격은 유엔이 감시하는 골란고원 인근을 넘어, 다마스쿠스 중심부와 시리아 남부 내륙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국방부와 대통령궁 인근을 집중 타격했으며, 최소 3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