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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망원역과 홍대입구 사이, 힙스터들과 함께 프라이드 플래그가 기다랗게 걸린 5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다. 수상해 보이는 이곳의 이름은 '모두의 놀이터'다.

▲마포구 모두의 놀이터마포구 모두의 놀이터 전경 ⓒ 해빗투게더협동조합
모두의 놀이터는 (한때) 서울을 관통했던 '마을만들기'와 '사회적 경제'라는 딱딱한 정책용어보다 '서울에도 마을이 가능하다'라는 그 가치에 동의해 모였던 사람들이 시민들과 도전해 만들어낸 대안적 공간이다.
가끔 아는 사람들로부터 시민자산화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도 있지만, 이곳에 모인사람들의 목표는 보다 소박하다. 건물주 눈치 안 보고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 팔고, 한강벨트가 졸라오는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벗어나, '홍대 앞'이라는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만난 것이다.
그런 바람으로 공간이 건물이 되고 건물은 부동산이 되는 한국 경제를 해킹하겠다는 맹랑함이 이들을 엮어낸 것이다.

▲우리동네나무그늘 협동조합의 행사사진 ⓒ 준짱
이 글을 쓰는 나의 경우, 2018년 즈음 마포 부근 한 건물에서 더부살이 하는 단체에서 일을 시작하며 마포를 처음 오가게 되었다. 그리고 2년 후 마포로 이주했다. 그렇게 마포 주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그간 '도시'를 고향으로 삼아 살아가며 느끼지 못했던 동네를 마포에서 보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동네를 만들고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마을 협동조합 '우리동네나무그늘'과 '해빗투게더', '무지개의원'과 성미산마을, 성미산학교, 생협 등은 틈만나면 힘을 합쳤다. 이들의 기나긴 과거와 역경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몰라도 괜찮고, 새롭게 등장하면 또 환영받았다. 정당 활동가의 직함보다 중요한 건 마을축제나 장터에서 팔 걷고, 좌판 깔고 모객 한 명 더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우리동네나무그늘'이 마포구 염리동과 대흥동을 거쳐 현재 성산동에 뿌리를 내린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우리동네나무그늘도 긴 시간 치솟는 임대료와 임대인의 횡포의 태풍을 견디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모두의 놀이터를 만드는 일에 함께 하고 있지만 그동안 서울시장의 얼굴이 바뀌었고, 동네에선 집을 허물고 아파트를 세우는 공사소음이 멈추지 않았다.
큰 기대를 가지고 시작한 마포구의 '비건펍 슬금슬금' 영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차질이 생겼다(홍대 거리에 사람이 없었던 풍경은 지금도 아찔하다).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도 조금은 나아지고 어느 곳보다 풍부한 존재들과 함께 만나고 있지만 영업은 초짜인 우리동네나무그늘과 슬금슬금은 여전히 세상의 기준으론 '적자 운영' 중이다.

▲모두의 놀이터 펀딩안내모두의놀이터 펀딩안내 ⓒ 김혜미
하지만 또 틈을 내고 균열을 내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모두의 놀이터를 보다 더 넓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멤버십'을 모집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힘을 합치는 방식은 이렇다. 멤버 모집의 달성 비율에 따라 모두의 놀이터가 가진 6개의 공간에서 하나씩 '리워드'를 나눈다.
비건펍 슬금슬금을 운영하는 우리동네나무그늘은 목표 멤버 60%가 모이면 매일 생맥주 1잔을 멤버십에 등록한 사람에게 제공한다. 그뿐이 아니다. 슬금슬금과 같은 공간에서 운영되는 '성산커피클럽(SCC)'는 80% 달성 시 매일 커피 1잔이 무료다. 한 달에 2만 원이면 누릴 수 있는 일들이다.
다시봐도 영업은 초짜다. 그런데 우리는 당장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도 힙스터 동네로 소문난 마포구에서 세입자도, 건물주도, 자본가도, 노동자도 평등하게 '놀 수 있기'를 꿈꾼다. 그렇게 동네에서 온통 겪게되는 '희로애락도 락'이라며 사람들을 모으고 부르고 있다.
갑자기 몸이 아파 급하게 병원을 알아봐야 할 때, 반려동물에게 큰 문제가 생겼는데 찾아갈 곳이 없을 때, 당장 오늘이 이사인데 용달트럭이 계약을 취소할 때처럼 인생에 큰 고비가 찾아왔을 때도 우리는 '우리동네나무그늘'을 가끔 찾는다.
사랑하는 동료들과 만든 밴드가 공연할 장소를 찾을 때, 알리고 싶은 정보나 연구가 생겨 동네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을 때도 우리동네나무그늘과 함께 나눈다. 이런 일들 외에도 퇴근하고 맥주 한 잔 하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을 때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문턱 낮고, 곁이 되어주는 공간을 함께 잘 가꾸고 싶다.

▲우리동네나무그늘 슬금슬금우리동네나무그늘 협동조합의 슬금슬금 전경 ⓒ 김혜미
폭염으로 타들어가는 여름, 깊고 넓은 품을 내는 우리동네나무그늘과 모두의 놀이터가 마포의 아름드리 나무가 되길 바래본다. '모두의 놀이터'가 마포구를 대표하는 수식어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 과정에 함께하거나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지금이 기회다. 모두의 놀이터 멤버를 7월 30일까지 모집하고 있기 때문이다(https://www.ohmycompany.com/reward/16481).
나의 희로애락이, 우리의 희로애락으로 만나가는 과정을 함께 계속 만들어가는 중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혜미는 마포구 주민이자, 협동조합 우리동네나무그늘 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