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말 |
| 민주노총이 오늘 7월 16일과 19일, 노조법 즉각개정과 윤석열 반노동정책 폐기를 위해 총파업 총궐기 투쟁을 합니다. 윤석열 파면 투쟁광장에서 손맞잡고 같이 싸웠던 농민, 청년, 대학생의 지지응원 메시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
저는 충남 예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조광남입니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농사일을 시작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현재는 농민운동에 몸담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 날씨는 정말 살인적입니다. 오전 6시에 논으로 나가 일을 시작하지만, 8시만 되면 숨이 막힐 정도입니다. 그러나 농민을 더 괴롭히는 것은 무더위가 아닙니다. 바로 '농산물 가격'입니다.
농민에게 가격은 곧 '성적표'입니다. 일 년 내내 흘린 땀과 노동의 대가가 수확기에 결정되기 때문에, 정부의 수급 조절 실패나 정책 부재로 가격이 폭락하면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합니다. 남는 건 빚과 절망뿐입니다. 생계를 걱정하는 건 비단 노동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농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우리 농민들은 너무 바쁘고 고단해서, 노동자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겨울,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함께한 투쟁을 통해 우리는 절감했습니다. 농민과 노동자의 현실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트랙터 몰고 서울로 향한 이유

▲2024년 12월 21일부터 무박 2일간 '전봉준투쟁단'이 서울 진입 투쟁을 벌이자, 민주노총은 시민과 함께 길을 열었다. 트랙터 뒤로 민주노총 깃발이 보인다. ⓒ 민주노총
저는 트랙터를 몰고 남태령을 넘어 서울로 향했습니다. 농민에게 트랙터는 단순한 농기계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계의 터전이고, 가족과도 같은 존재이며, 재산 목록 1호입니다. 그런 트랙터를 아스팔트 위로 끌고 나왔다는 건, 말 그대로 전부를 건 싸움이라는 뜻입니다.
논밭을 달리도록 설계된 트랙터는 아스팔트에서 쉽게 망가집니다. 타이어는 급속히 닳고, 다른 차량에 방해되지 않으려면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니 운전자의 피로도는 상당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서울로 향했습니다. 그것은 절박함을 보여주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저는 경복궁역에 트랙터를 기습 진입시킨 당사자입니다. 서울 진입이 원천 차단된 상황에서 "광화문에 한 대라도 세우자"는 판단 하에 전농 충남도연맹이 나섰고, 저희가 그 길을 열었습니다.
남태령에서 한남동까지 이어진 싸움 속에서, 우리는 민주노총과 함께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깃발이 도착했을 때의 감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먼저 시민들과 청년들이 자리를 지켜주었고, 민주노총이 깃발을 들고 입장하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이 싸움은 농민만의 투쟁이 아니라 민중 전체의 투쟁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한남동에서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 구속!"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한참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 순간, 농민들의 절박함과 노동자들의 고통이 겹쳐져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들의 삶 역시 우리 농민들과 비슷하게 벼랑 끝에 서 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농민과 노동자, 도시 서민이 함께 싸워야 할 때입니다. 전농과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서민과 민중의 편에 서야 합니다. 그 길만이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는 길입니다.
극우 언론은 민주노총이나 전농의 파업을 두고 '빨갱이', '귀족노조'라며 낙인을 찍습니다. 그러나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민중의 삶은 나아진 적이 없습니다. 이름만 다른 정치세력들이 번갈아 집권해도, 농민과 노동자의 현실은 언제나 똑같았습니다.
이번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은 그런 현실을 드러낸 계기였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노동자와 농민의 삶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체감했을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그 절박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싸움입니다. 저 역시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더 많은 국민들이 이 투쟁에 함께할 것이라 믿습니다.
감사와 연대

▲2024년 12월 22일 농민행진보장 시민대회. 현수막을 든 참가가 맨 앞줄에 전농 하원오 의장과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 함께 행진하고 있다 ⓒ 민주노총
며칠 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됐다는 뉴스를 아침에 접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이 당연한 정의를 우리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했다는 생각에 서글프면서도, 기쁜 하루의 시작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 여러분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투쟁은 우리 농민들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고단한 싸움 속에서도 노동자, 농민, 청년, 서민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보냅니다. 저희 농민들도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
저는 민주노총을 단순한 연대의 동지가 아닌, 형제와 같은 존재라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관계는 피로 맺은 혈맹입니다. 함께 싸우고, 함께 이깁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사무처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