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시대, 정책 소통의 해답은 MZ세대에 있다. ⓒ 구글Gemini
많은 산업과 사회 곳곳, 그리고 일상 깊숙이 AI(인공지능)이 침투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AI시대로 초대되었다는 표현이 더욱 맞을 지도 모른다. 초대장을 받고 아직 열어보기도 전인데 매우 빠르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늘 날씨가 어때?', '가수 OOO이 부른 노래 틀어줘'와 같은 단순한 명령어 기반으로 대화형 인공지능을 활용했다.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거나, 대화라고 하기에는 무색하게 흐름이 끊기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 AI가 수면패턴과 심박수를 분석해 운동을 권하는 알림을 주고, 냉장고 속 식재료의 소비기한이나 수량을 고려해 알맞은 식사 메뉴를 추천하기도 한다. 로봇청소기는 집안에서 자주 더러워지는 공간을 파악해 적절한 시점에 집중적으로 청소한다.
업무상 필요한 자료나 새로운 소식을 일일이 찾지 않아도, AI가 뉴스를 정리하고 키워드를 추출해주며, 회의에서 오고 간 대화를 빠뜨리지 않게 정리해주는 것은 물론, 핵심을 모아 요약문까지 완성해준다.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해주는 세상, 복잡한 생각이나 반복적인 업무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다. AI 덕분에 우리는 극대화된 효율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모든 것이 편리해진 AI시대, 정책도 삶 속에 잘 스며들어 있을까? '정책'이란 이를 실제 이용하는 사람에게 잘 알려지고 활용되어 '쓰임새'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 편리한 도구와 기능, 상품과 콘텐츠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와중에, 정책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고 있다.
정책 소통의 해답은 MZ세대에 있다. MZ세대의 인구 비율이 35%를 넘어서고, 이들의 사회·경제적 활동성이 상승하며 생산과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그렇지 못한 브랜드는 씁쓸한 실패를 맛본 뒤 다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쇄신을 거듭한다.
MZ세대의 관심사와, 트렌드가 뜨고 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정책소통도 이 경쟁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정책,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정책은 목적을 잃어버린 것인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기술'보다 '소통'을 원하는 MZ세대
MZ세대의 특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선호하는 가치와 목적을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택하고, 리뷰나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브랜드 경험과 감정을 서로 나눈다. 건강, 환경, 윤리 같은 이슈에 민감하며, 본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중시한다. 또 텍스트보다 이미지나 영상 콘텐츠에 더 많이 반응한다. 이들의 소비는 곧 콘텐츠이며, 경험은 곧 공유로 이어진다.
이렇듯 MZ세대는 기술보다 '소통'을 원한다. 그리고 AI는 그런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다. 그런데 AI를 단순히 도구만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AI와 MZ세대 사이에는 놀랍도록 유사한 속성이 있다. AI가 제공하는 경험 기반의 개인 맞춤형 추천은, MZ세대가 자기 취향과 개성을 중시하는 속성에 맞닿아 있다.
AI가 기존의 장르와 구분을 탈피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습득해 진화를 거듭하듯, MZ세대도 특정 소속이나 환경에 구애 받지 않으며, 다양한 정보와 트렌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효율을 중요시하는 속성, 상호 소통하는 피드백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는 점도 AI와 MZ세대의 공통점이다.
AI를 정책 소통의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정책수립에 필요한 사람들의 기호와 니즈를 수집, 분석해 공감과 감정을 기반으로 정책 이용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한 '개체'로 활용해야 한다. AI기술의 편의성과 효율성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인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AI기술을 혁신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산업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식업만 보더라도 상권분석, 메뉴 추천, 리뷰 응답, 운영 자동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 AI가 활용되고 있다. 배달앱에서는 고객 리뷰를 AI가 분석해 음식점 운영자에게 새로운 메뉴를 제안하고, AI가 고객들이 남긴 리뷰에 답글을 써주는 서비스도 이미 보편화되었다. 단순한 운영 효율화를 넘어, 고객과의 소통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정책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정책 수요와 여론, 민원을 신속하게 수집, 분석하고 유형 분류화를 통해 개인의 관심사를 반영한 '맞춤형'으로 정책과 메시지 또한 설계되어야 한다. 정책 메시지는 시각적으로도 매력적이어야 한다.
정책 배포 이후에도 리뷰와 피드백을 수렴하는 과정도 '일방적인 응답'이 아니라 '쌍방의 공감'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여론을 요약해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개인화된 메시지로 만들어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매년 진행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외식산업박람회 'NRA Show(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 Show)'에서 올해의 화두 또한 단연 AI였다. AI에 요즘 인기있는 디저트 레시피를 알려달라고 하자 1초 만에 초코 케이크 레시피가 나왔고, 이 레시피를 토대로 만든 초코 케이크를 시식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셰프가 본인의 경험을 살려 레시피를 수정한 뒤 다시 시식을 해보니 훨씬 퀄리티가 높아졌다. AI의 놀라운 성능과 함께, 인간의 경험과 기술 또한 함께 어우러져야 함을 공감하는 시간이었다.
이밖에도 박람회를 통해 외식업에서의 AI 대세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AI가 메뉴와 식당 추천은 물론, 식재료 재고와 신선도 파악을 통한 운영 효율화, 고객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메뉴 제안과 레시피 생성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서빙로봇과 조리로봇 활용한 자동화가 외식업계에서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이 자동화를 움직이는 '두뇌' 역할을 하는 AI 중심으로 전세계 외식산업 또한 돌아가고 있다.
AI를 통해 세상에 반응하고, 세상을 움직이는 중추 역할을 하는 MZ세대. 바로 정책 소통이 가야 할 방향이다. 그리고 AI와 MZ세대는 인간의 '경험'과 '감정'으로 연결되어 있다. 인간의 경험과 감정이 지니는 깊이와, 기술의 효율이 균형을 이룰 때, 정책도 사람들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권용규는 현재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파트너성장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네이버, LG유플러스, CJE&M 등에서 광고·마케팅·제휴 업무를 담당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제고를 위한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펼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