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학에 사법고시 합격자가 몰려있는 것을 시정하기 위해서 로스쿨을 만들었는데, 사시 합격자에 비례해서 정원을 배정하면 로스쿨을 만든 제도의 취지가 이미 훼손되고 들어가는 거 아닙니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 과정을 지켜보며 한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이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는 특정 대학에 사법시험 합격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고 사법부의 획일주의와 순혈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사시 합격자가 많은 대학 순으로 로스쿨을 인가하고 입학정원을 배정하는 것을 보고 도입 취지대로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은 이를 알면서도 개입할 수 없음에 안타까워 했다. 당시 로스쿨 입학정원은 위원회 의결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로스쿨은 노 전 대통령이 의도했던 바와는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에서 사시 부활의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민주당의 자기 부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로스쿨, 민주당 혼자 만든 것 아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 대통령기록관
우리나라는 미국식 대학원제 로스쿨을 도입했는데 원조 미국과도, 우리보다 앞서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과 비교해도 다르다. 우리 로스쿨이 미국, 일본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로스쿨을 나오지 않고선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 사무실 등에서의 업무 경력을 인정받아 변호사시험을 치를 수 있다. 일본 또한 예비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로스쿨을 졸업하도록 해 사법부의 획일주의와 순혈주의에서 벗어나려 했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사시부활모임 관계자는 "전국 각지에 다양한 로스쿨이 있다고는 해도 로스쿨은 결국 로스쿨이다. 결국 로스쿨이라는 대학원을 나온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냐"며 "고졸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시대에 태어났으면 과연 변호사가 될 수 있었겠나. 절대 불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국의 로스쿨 제도는 노무현 대통령이 원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가고 있다"며 "돈 없는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하기는커녕 있는 집 자식들의 전유물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뜻과 반대로 가는 로스쿨은 결국 민주당의 것이 아니다"며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만들어진 것이고, 민주당이 로스쿨 제도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법시험을 부활시키는 것은 자기 부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입장 변화
사시존치(사법시험 존치) 운동이 한창이던 2010년대 중반에는 사시 출신 변호사가 로스쿨 출신 변호사보다 많았고, 당시 변호사단체들은 사시존치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그러다 사시 출신 변호사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더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변협과 변회는 사시부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게 된다.
지난 6월 25일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사법시험 부활 필요성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변협은 즉각 반대 논평을 냈다. 변협은 제도적 혼란과 사회적 갈등을 발생시키는 '해묵은 논쟁'이 아니라 현행 로스쿨 운영의 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과 보완책을 함께 모색해나갈 것을 제안했다.
변협이 제안한 것은 크게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대한변호사협회의 협의체 신설 ▲노무현 정부 사개추위(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논의된 로스쿨 도입 취지대로 로스쿨이 운영되고 있는지 전면적인 점검 ▲변호사 수 정상화 ▲인접 자격사 통폐합 ▲결원보충제 폐지 ▲부실 로스쿨 통폐합, 인가취소 등이다.
그럼에도 변협이 사시존치에서 사시폐지로 입장을 바꾼 것처럼 민주당도 사시폐지에서 사시부활로 입장을 바꿔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시부활모임 관계자는 "어떤 정책에 대한 입장의 변화는 사회·환경의 변화에 따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민주당이 로스쿨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시부활을 추진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 아니라 자기 발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협이 사시존치에서 사시폐지로 입장을 바꾼 것처럼 민주당도 사시폐지에서 사시부활로 입장을 바꿔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덧붙이는 글 | '이 대통령이 쏘아올린 공... 사시부활모임은 헌법소원 준비중' 기사의 속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