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부근에서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휴일을 즐기고 있다. ⓒ 연합뉴스
전주시 교동의 풍광은 독특하다. 일제 시대를 상징하는 적산가옥의 흔적은 물론, 이곳과 인근 풍남동까지 아우르는 전주한옥마을도 두루 접할 수 있다. 그보다 시간을 더 돌리면 일제가 해체하기 전 조선의 남부권 중심지로서 전주성과 그 성곽의 위용까지도 떠올릴 수 있다. 이처럼 교동은 단순한 관광지나 왜색의 잔재로 남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보다는 전주시민의 기억과 그 삶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자,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살아 있는 마을이다.
하지만 오늘날로 다시 돌아와 보면, 교동에서 낭만을 즐기며 청년이 터전을 두고 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한옥마을의 높은 인기로 치솟아 버린 임대료는 물론, 세를 주기보다 숙박시설로 돌리는 것이 수익구조상 더 이득인 상황도 아쉬운 점에 속한다.
교동이 전주시민의 오랜 삶의 역사를 품고도 밤만 되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관광객의 발길을 따라 불빛도 사라지는 '유령 도시'가 되고 마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전주시민의 추억과 오랜 기억이 남아 있는 이 공간이, 지역과 청년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 집'이 아닌 '외지 관광객들에게 소비되기 위한 상점가'로 전락해버린 셈이다.
이와 관련, 전주시도 다양한 청년 주거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 청년들이 살고 싶은 고향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게끔 지원하려는 것이다. 바로 '전주형 사회주택'과 '청년만원주택 청춘★별채'가 있다.
먼저 '전주형 사회주택'은 비영리 민간단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공급하고 운영하는 주택으로, 입주자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공간을 직접 기획하고, 공동체 중심의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다. 특히 단기 거주가 아닌 중장기 정착을 고려한 구조이기에, '머무는 삶'을 고민하는 지역 청년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청년만원주택 청춘★별채'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전주시가 노후 주택을 리모델링해 청년 예술가나 활동가에게 월 1만 원의 임대료로 공급하는데, 단순한 거주지 제공을 넘어, 지역과 연계한 활동이나 교류를 입주 조건으로 마을과 소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정책적 시도와 더불어, 이 공간들을 직접 읽고 움직이려는 청년들의 시도 역시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교동처럼 지역민의 오래된 삶의 기억을 품은 공간에 청년들이 거주 기반을 만들기 위한 타 지역의 시도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무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산타지 프로젝트'의 사례다. 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파머스에프앤에스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무주군 무풍면의 폐교와 지역 공간을 활용, 로컬 창업과 비즈니스 실험, 청년 네트워킹을 결부한 '체류형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다.
수많은 역사와 삶의 이야기가 함축된 전주시 교동, 이제는 그 땅 위에 새로운 거주와 살림의 이야기도 함께 쌓일 수 있기를 바란다. 고향에서 살고 싶은 마음, 좋아하는 사람과 떨어지지 않고 함께 머무르고 싶은 우리 동네. 그 꿈을 지닌 청년들에게 교동은 누군가의 옛 기억이 아니라, 지금 여기 살고 싶은 청년들의 '집'으로 다시 숨쉴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터전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발행 중인 '오브젵 매거진'에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