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예총이 주관한 ‘찾아가는 작은무대 열린공연’에서 러시아 출신 색소폰 연주자 바실리 브로킨이 부천시 역곡역 남부광장에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 박정길
지난 4일 오후, 부천시 역곡역 남부광장에서 열린 '찾아가는 2025 작은무대 열린공연'. 저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잔디밭 위에 색소폰 선율이 흐르자 시민들이 하나둘씩 걸음을 멈추고 자리를 잡았다. 무대 한 켠에서 만난 고형재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 부천지회장은 공연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겼다. 한국예총 부천지회는 시민 중심의 문화예술 축제로 자리 잡은 복사골 예술제를 비롯해 다양한 규모의 문화예술 행사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무대가 있어야 공연이 있죠. 무대조차 없는 곳이라면, 우리가 찾아갑니다."
고 회장은 "경로당, 요양원, 시립병원, 장애인복지관 등 문화예술로부터 소외된 공간을 직접 찾아가 공연해왔다"며 "작년에는 열 곳을 다녔지만, 올해는 예산이 줄어 여섯 군데만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전 부천시립장애인복지관에서도 공연을 펼쳤다. 장애 아동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웃는 모습을 떠올리며 그는 말했다.
"아이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춤을 추는데, 그동안 얼마나 몸을 움직이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죠."
이날 무대에는 러시아 출신 색소폰 연주자 바실리 브로킨(Vasily Brokin)도 함께했다. 그는 러시아 하바롭스크 예술대학과 국가 예술문화연구소를 졸업하고, 유럽과 아시아에서 다양한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 활동해온 실력파 연주자다.
"친구의 소개로 한국팀과 함께 연주하게 됐어요. 한국 관객들에게 제 음악을 전할 수 있어 정말 영광입니다."
바실리는 "서로 다른 문화지만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You Raise Me Up>, 케니 지(Kenny G)의 <Loving You>, 마지막 곡으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연주하며 참석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부천 역곡동에 거주하는 59세 이혜숙씨는 우연히 공연을 접한 뒤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감상했다.
"요즘 직장일에 스트레스도 많고, 아이들 가르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공연 덕분에 기분이 확 좋아졌어요. 그냥 지나가다 음악 소리에 발길을 멈췄는데, 정말 힐링이 됩니다."
이씨는 "이런 행사가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며 주변에 공연 소식을 알리겠다고 전했다.
'찾아가는 작은무대'는 부천예총이 주관하는 행사 중 하나다. 고 회장은 "공고를 내면 100팀 넘게 지원한다. 클래식, 대중음악, 무용, 합창 등 다양한 장르의 팀이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며 "교통비 수준의 실비만 제공되지만,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한다"고 말했다.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 예술가들에게는 실전 경험이 되고, 시민들에게는 위로와 즐거움을 주는 자리입니다. 그러기에 공연의 감동은 줄지 않아요."
이날 행사에는 최의열 부천시의원도 참석했다. 고 회장은 "최 의원이 '찾아가는 공연' 예산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며, 소외된 지역을 꾸준히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찾아가는 공연'은 무대 접근성이 낮은 시민들에게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소중한 창구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 지방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