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에 열대야까지 겹친 1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연인이 달빛무지개분수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7.1 ⓒ 연합뉴스
덥다 못해 숨이 막히는 여름밤
밤에도 기온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기상특보는 연일 "열대야 주의"라고만 하는데 습하고 답답한 공기 속에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덜 더울까?'가 더 궁금하다. 낮에는 태양열이 도시를 달구고, 밤에는 습기가 열의 출구를 막는다. 반면 사막 한복판은 낮엔 살이 타도록 덥지만, 그늘만 찾아도 시원하고 밤이면 오히려 춥다. 같은 태양 아래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사막과 장마, 무엇이 다른가
핵심은 물이다. 사막은 공기 중에 수증기가 거의 없다. 낮에는 햇볕이 강해 땅은 뜨겁지만, 열을 붙잡을 물이 없으니 밤이 되면 금세 식는다. 반면 장마철 도시는 다르다. 지표면에는 증발할 물이 없고, 공기 중에는 이미 수증기가 가득하다. 몸에서 땀이 나도 잘 마르지 않는다. 증발이 막히면 열을 빼앗아갈 통로도 막힌다. 그래서 낮에 달궈진 열은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습기와 함께 열대야를 만든다.
잠열과 증발산, 손등 물방울이 알려준다
손등에 물을 묻히고 가만히 있으면 잘 마르지 않는다. 입김을 불거나 부채나 선풍기 바람을 쐬면 물이 빨리 마르면서 시원해진다. 이게 바로 잠열 덕분이다. 물이 기체로 변할 때 주변 열을 흡수해 데리고 떠나는 것, 이것이 증발산이다. 우리 몸은 이 원리를 알고 있다. 도시도 같다. 물이 있어야 하고, 바람이 통해야 한다.
덥다고 에어컨만 돌리면 더 덥다
덥다고 너도나도 에어컨을 켠다. 내 방은 시원해지지만, 그 열은 실외기로 나가 골목과 지붕 위에 쌓인다. 내가 시원할수록 도시 전체는 더 뜨거워진다. 이 악순환이 반복되면 열대야는 더 길어진다.
작은 바람길, 작은 물모이가 답이다
답은 몸이 가르쳐 준다. 손등의 물방울, 부채나 선풍기 바람, 한옥집 툇마루 뒤의 작은 문. 작은 물자리가 열을 품고, 바람이 통하면 열은 빠져나간다. 도시도 같다. 골목길과 마당에 연못과 빗물정원 같은 작은 물모이를 만들고, 도로에는 물 한 바가지라도 뿌려보자. 바람이 통하는 골목길을 막지 말자. 선풍기가 손등 물방울을 말려주듯, 작은 물모이와 바람길은 열대야에 갇힌 도시의 밤을 식힌다.
결론: 전기도 돈도 탄소도 아낀다
작은 물모이 하나, 골목길의 바람길 하나는 몸의 땀과 같다. 증발할 물이 있고, 바람이 통하면 열은 빠져나간다. 이렇게 열을 날려 보내면 에어컨을 덜 돌릴 수 있다. 그만큼 전기료가 줄고, 탄소도 덜 나온다. 습할수록 더 덥지만, 방법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몸이 가르쳐 준 상식과 과학을 동네에도 적용하면 된다. 작은 물모이와 바람길, 이것이 열대야를 식히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이다.
다음 이야기
[아, 덥다④] 도시의 열을 날려보내는 방법을 맥주컵에 맺힌 작은 물방울에서 찾아보기로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물모이 폭염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사막과 장마, 손등 입김과 선풍기 바람, 바람길 이야기를 통해 습도의 역설과 열대야를 식히는 가장 작은 실천을 풀어봤습니다. 작은 물모이와 바람길이 도시의 여름을 바꿀 수 있다는 상상을 함께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