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수많은 차량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예산휴게소에서 뜻밖의 존재를 만났다. 그곳에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세 마리가 예산 상공을 유유히 날고 있었다. 대형 조류 특유의 넓은 날갯짓과 우아한 비행을, 한 여름, 그것도 휴게소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동안 황새는 늘 겨울 풍경 속에 마주해 왔다. 마른풀의 습지나 수확이 끝난 논이나 흰색 눈밭에서나 보아오던 새였다. 한여름 초록이 짙게 드리운 풍경 속 황새는 휴게소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2년 농경지에서 만난 황새 ⓒ 이경호
멸종을 걱정하던 황새
황새는 한때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사라졌던 조류로, 생각만 해도 끔찍한 기억이다. 황새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의 습지와 농경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류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개발, 농약 사용, 밀렵, 습지 파괴 등 인간의 개입이 황새를 위협했다. 그리고 결국 실제 멸종의 위험에 처했다.
그들을 멸종 위기에 놓이게 한 결정적 사건은 '과부황새'로 불리는 사건이다. 1971년 충북 음성 초등학교 앞에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번식 중이던 황새 한 쌍이 있었다. 이 중에 수컷이 밀렵꾼에게 죽임을 당했고, 결국 둥지의 알마저 도난당했다. 이 사건 이후 번식하는 황새는 한국의 야생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겨울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10개체 이내만 만날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진객이 된 것이다. 천연기념물 199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보호 받는 새가 된 것이다(
사연 많은 황새... 다시 텃새가 되는 날을 꿈꾸다 https://omn.kr/21uhg
).
다시 둥지를 틀기 시작한 황새들
황새 복원 사업은 독일과 러시아 등지에서 황새를 들여와 하나하나 사육하고 번식시키는 고된 과정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새는 생태적으로 예민한 종이다. 번식 조건이 까다롭고, 인간의 미세한 접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민감한 특성이 멸종에 이르게 한 것이기도 하다. 황새가 스스로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울 수 있으려면 먹이와 서식지, 물길, 둥지자리까지 자연 생태계가 복원되어야 한다. 단지 새만 키워 방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수많은 실패와 기다림이 필요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국내 첫 방사가 이뤄졌고, 이후 점차 야생 황새가 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번식지에서 전봇대 전선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런 시간들을 견뎌내고 2025년 충남 광시의 중학교와 전북 부안, 전남 나주 등 전국 각지에서 황새의 자발적 번식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예산황새복원센터에서는 전국에 약 180개체가 번식중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멸종을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고마운 숫자다.

▲스크린캡쳐 전국의 황새소식 ⓒ 이경호
예산휴게소에서 목격된 황새 비행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50년 전 사라졌던 종이 다시 자연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는 사실은, 우리가 자연과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김해는 황새를 텃새화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전국의 번식 소식과 예산과 교원대 김해시 등의 노력은 이제 황새복원의 성공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한때 멸종의 벼랑 끝에서 사라졌던 황새였지만, 이제는 건강한 생태계의 상징이 되어 다시 우리의 삶 속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이번 여름 예산휴게소 하늘을 가른 세 마리 황새는 우리에게 그 소중한 메시지나 다름없다.
황새의 복원 성공은 우리에게 큰 희망을 주지만, 동시에 경고를 전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새와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들의 운명은 결국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황새가 돌아온 것은 인간의 노력 덕분이지만, 애초에 사라지게 한 것 또한 인간의 무관심과 잘못된 생활 방식 때문이었다. 황새처럼 인간의 관심으로 복원되는 종이 있지만 이런 관심도 받지 못 한 채 멸종하는 동물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나주에 번식한 황새의 모습 ⓒ 홍철희
결국 우리는 단순히 복원 사업에 기대를 거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전국에는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자연을 함께 공존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로드킬 예방을 위한 안전 운전, 겨울철새들을 위한 먹이주기, 둥지상자 달아주기, 특정종의 서식처 만들기 등등 작은 관심과 행동이 야생동물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멸종위기종 보호 캠페인이나 관련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좋다.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생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 가치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함께 자연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야생생물을 지켜가는 단체의 후원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황새가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이 기적이 단순히 황새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직, 자연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만남은 당신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