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윤' 검사들이 중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일자, 여당 등에서 '검찰개혁은 대통령, 장관, 국회가 추진하는 것이고 공무원은 영혼 없는 도구니 걱정할 것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류제성 변호사가 해당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다른 의견도 환영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가운데)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추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성환 경청통합수석비서관, 강 비서실장, 봉욱 민정수석비서관. 2025.6.29 ⓒ 연합뉴스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에 이어 '친윤' 검사들이 중용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자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은 유튜브에 출연해, 검찰개혁은 대통령, 장관, 국회가 추진하는 것이고 공무원은 영혼 없는 도구이므로 전혀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새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를 믿어도 좋다는 발언의 맥락과 취지를 선해하더라도 공무원은 영혼 없는 도구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하다. 먼 예를 들 것도 없이 12.3. 내란은 공무원이 마치 영혼이 없는 것처럼, 양심과 상식에 반해 위법부당한 명령에 따를 때 어떤 비극이 벌어지는지 확인시켜주었다.
헌재가 윤석열 파면 결정문에 명시한 대로, 평범한 시민들의 목숨을 건 저항과 불이익을 무릅쓴 군경의 태업 덕에 비상계엄은 신속히 해제될 수 있었다. 이는 불법체포와 사살은 물론 북한과의 국지전까지 유도해 대한민국을 공포와 폭력이 지배하는 독재국가로 전락시키려한 군 수뇌부, 자신들의 권력유지만을 위해 내란을 옹호한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엘리트 관료들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그리고 윤석열을 석방시킨 법원과 검찰의 기회주의적이고 비열한 행태와 극적으로 대조된다.
평범한 시민들과 하급 군경들에게는 상식으로 장착된 민주주의가, 정작 헌정수호 의무를 지닌 자들에게는 전혀 체화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권력기관 및 행정·사법관료 사회의 폐쇄성과 비민주성의 개혁은 새 정부의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상상하기도 두렵다
다행히 모든 고위 공무원들이 한덕수와 같지는 않았다. 윤석열의 위법부당한 지시를 거부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707특임대를 태운 헬기의 서울 상공 진입을 지연시켜 기적의 시간을 번 김문상 전 수방사 작전처장, 윤석열이 국회의원을 강제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한 조성현 수방사 제1경비단장과 김형기 제1전특전대대장 등 적극적, 소극적으로 내란에 가담하기를 거부한 이들이 있었기에, 12.3 내란은 더 큰 비극으로 비화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도 두렵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므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상급자가 아닌 민주적인 국가와 헌법에 충실해야 하고, 집권세력이 헌법질서를 훼손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시정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공무원은 위법부당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를 따랐을 경우 면책될 수 없다고 함으로써 공무원의 복종의무는 법치주의의 한계 내에서만 인정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독재의 칼날을 휘두른 자들이 영혼 없는 도구에 불과하므로 책임을 지기는커녕 중용되어도 무방하다는 주장은, 신분보장 및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통해 국가의 민주적 기능을 유지하려는 직업공무원제도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나치 전범 아이히만은 재판과정에서 자신은 그저 상부의 명령을 성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관찰한 정치철학자 아렌트는 홀로코스트와 같은 거악이 평범한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른 절대 악인이 아닌, 자신의 행위가 갖는 의미와 결과를 성찰하지 않는 보통 사람에 의해 비롯된다고 보았다. 사실 아이히만은 수동적으로 명령을 수행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유대인을 절멸시켜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적극적으로 홀로코스트를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러나 복잡한 관료제 시스템 하에서 개인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할 때 악에 가담하게 된다는 아렌트의 통찰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에서 김선수, 오경미 대법관은 별개의견으로, 법관은 국가권력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 달린 톱니 하나에 불과한 존재인가, 아니면 톱니바퀴 외부의 제동장치로서 필요한 경우 톱니바퀴의 회전을 멈출 수 있는 존재인가를 물었다. 우리가 바라는 고위 공무원 상은 전자인가 후자인가? 법관뿐만 아니라 고위 공무원들 스스로도 자신들에게 물어야할 과제이다.
12.3. 내란과 같은 헌정파괴를 막으려면,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윤리적 책임을 지는 주체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공무원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그로 인한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함과 아울러 노동권과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 헌법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엘리트들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차별과 억압 속에 일상이 계엄 상태였던 약자들이 다시 쓴 민주주의를 굳건히 다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