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https://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5/0703/IE003490624_STD.jpg)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성원해주셨는데 기대에 부응을 못해서 미안합니다."
또 실패했고 나는 우리팀 단톡방에 저렇게 썼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질문권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워낙 많아 올해도 하늘에 별따기라고 보긴 했지만, 질문을 8개나 준비하고 잠도 못 자면서 수십 차례 문장을 고치고 읽기 연습을 했는데 단 한 마디도 못하다니.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수석들의 분주한 움직임... 이규연은 안절부절, 봉욱은 받아 적기
3일 새벽같이 일어나 용산 대통령실로 집합했고, 다른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청와대 영빈관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내 자리는 앞에서 네 번째줄 맨 오른쪽이었다. 어차피 통 안에 기자들의 명함을 집어넣고 기자단 간사들이 질문자를 추첨하는 형식이라서 자리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자리라고는 할 수 없었다. 2시간 내내 대통령의 시선을 직접 받은 기억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바로 옆에는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포함해서 수석비서관 10여명이 도열해 앉아 있어서 더 신경이 쓰였다. 만약 운이 좋아(?) 내가 질문이라도 하게 되면 수석들이 모두 내 옆통수를 쳐다볼 텐데. 더구나 내 질문 리스트에는 그들도 포함된 인사 논란이 첫 번째 순번에 올라있었다.
그래도 수석들의 행동이나 얼굴 표정을 근거리에서 살필 수 있었던 것은 작년 소득이었다. 대통령이나 기자들과 똑같은 의자에 다닥다닥 앉아서 기자들과 대통령의 문답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했다. 대통령이 농담을 하면 같이 '빵' 터졌고,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대통령의 언급이 있을 땐 알 듯 모를듯한 '아~'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행사를 총괄하는 이규연 홍보수석은 회견 내내 편하게 앉아있지 못하고 시간을 보면서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일중독 건강체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느라 얼굴이 많이 상했다고 알려진 강훈식 비서실장은 적어도 내 눈엔 쌩쌩해 보였다. 회견 내내 흐트러짐 없이 대화를 경청했다. 그 대통령에 그 비서실장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상의할 일이 많은지 강 실장과 계속 무언가 속삭이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회견에서 자신과 관련한 인사 문제가 언급돼 맘이 편치 않았을 봉욱 민정수석은 모범생처럼 회견 내내 수첩을 꺼내놓고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 적었다.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해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이규연 홍보수석, 봉욱 민정수석. ⓒ 김경년
이날 질문은 모두 15개... 2개 외신, 4개 지역신문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내 이름이 불려지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 모른다. 외신기자들을 포함해 147명의 기자들이 현장에 있었고, 지역풀뿌리신문 기자들 8명도 영상으로 회견에 참가했다.
당초 기자들의 질문 20개 정도를 받을 것이라던 강유정 대변인의 말과 달리 이날 질문은 모두 15개에 그쳤다. 그중 외신기자가 가져간 질문 2개를 제외하면 13개밖에 남지 않는다.
오늘 회견에서 특이했던 건 지역신문 기자들의 질문이 많았다는 것. 13개 가운데 지역신문의 질문은 3개. 영상으로 질문했던 옥천신문 기자까지 합하면 4개나 됐다. 당초 이번 회견에 보다 많은 매체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게 대통령실의 방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지역신문들이 가장 큰 혜택을 본 셈이 됐다.
당연하지만 지역신문들은 자기 지역 주민들이 관심있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군소 매체들이 많이 지목됐고, 이른바 레거시매체로 불리는 중앙 거대 언론사들은 거의 '전멸'했다. 그러다보니 이 대통령이 답변하기 곤란한 주요 현안들에 대한 질문은 적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런 점을 의식했는지 이 대통령이 막판에 일부러 매체 색깔이 없는 통신사들에게 질문권을 주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 대통령의 답변이 너무 길었던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통령 본인은 회견 후 "보다 상세하게 국민께 설명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지만, 결과적으로 기자들의 질문 기회를 앗아간 결과가 됐다.
첫 기자회견인 만큼 새 정부가 나름 야심찬 시도를 했으나 당초 대변인실이 목표로 내걸었던 '가깝게', '폭넓게', '새롭게'가 잘 충족됐는지는 모르겠다. 첫 술에 배부를 리 없으니 다음엔 보다 충실한 기자회견이 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단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7.3 ⓒ 연합뉴스
이 대통령에게 닿지 못한 질문들
당초 기자는 8개의 질문 리스트를 준비했는데, 그중 일부 중복되는 내용이 있는 것을 빼고 5개만 골라 공개하려고 한다. 이중 1번과 2번은 각각 '인사 문제'와 '과거사 문제'를 예로 들어 지지자들의 반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설명을 구하는 질문이다.
나는 현장에서 아무 것도 질문하지 못했지만, 이 대통령은 첫 번째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인사 논란과 관련 "우리하고 색깔이 비슷한 우리를 지지했던 쪽을 다 골라내면 남는 게 없더라, 있는 자원을 최대한 써야 됐다"며 예의 '실용인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들은 인사권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다"며 지지층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충분치는 않지만 이 대통령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답변이었다.
2~5번 질문은 결국 이번 회견에서 대통령의 답을 직접 듣지 못했다. 부디 이 대통령 혹은 참모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물론 앞으로 쓸 기사에서도 끊임없이 되물을 생각이다.
1. 인사와 관련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게 잇따른 검찰 출신 민정수석 임명, 소녀상 설치를 반대했던 교육부장관 후보의 지명, 농업4법을 농망법이라고 했던 농식품부 장관의 유임 등인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님을 지지하고 성원했던 사람들도 상당수 인선 결과에 대해 실망감 내지 배신감까지 느낀다고 합니다.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고 걱정합니다.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시원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2. 대통령께서는 평소 대일관계에 대해 당당하고 원칙론적인 입장을 견지하셨고, 그래서 많은 지지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취임 이후에 전 정부의 친일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을 듯한 발언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일본측으로부터 매우 환영을 받고 계십니다. 한일관계는 그렇다치더라도 대통령님께 많은 기대를 갖고 계셨던 강제동원이라든지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주 실망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조만간에 대형 참사 유가족 분들을 만나신다는데, 과거사 관련 피해자나 피해자단체 분들을 만나실 계획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3. 개편된 대통령실 조직표를 보면, AI미래기획수석 아래 저출생 문제를 다루는 인구정책비서관도 있고, 환경문제를 다루는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도 있습니다. '미래기획'이란 말에 포함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지금 AI수석님은 AI에 특화된 분이라서 과연 저출생대응이나 기후환경에너지 분야도 잘 대응하실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4. 몇 달 지나면 대통령실이 이곳 청와대로 이전합니다. 그리고 선거 때 하신 말씀대로라면 다시 세종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해 이번 정권 내에는 못해도 다음 정권에는 이전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세종으로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는 게 정설로 된 것 같은데, 그러나 아직도 현 청와대 자리가 역사성으로나 효율성으로나 최적지라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세종 이전이 옳은지 그대로 있는 게 옳은지 대통령님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5. 집권 이후 주식시장이 3000을 넘어 계속 고공행진하고 있는데요. 대통령님 역시 대선 직전에 ETF에 투자하신 걸로 아는데, 얼마나 수익을 보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는지요. 그리고 최근 경제를 잘 모르는 저도 뒤늦게 주식에 관심을 가져볼까 생각하고 있는데요, 대통령께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주식 전문가인 만큼 나름의 주식 투자 비법을 하나만 가르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