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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떠나지 마'라며 코로 길을 막아 선 캄보디아 꼬끼리 럭키와 사육사 씨텡 26살 코끼리 ‘럭키’와 그의 오랜 사육사 뜨리 씨텡(Try Sitheng)이 작별하는 모습을 담은 SNS 동영상이 캄보디아 전역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날 떠나지 마'라며 코로 길을 막아 선 캄보디아 꼬끼리 럭키와 사육사 씨텡26살 코끼리 ‘럭키’와 그의 오랜 사육사 뜨리 씨텡(Try Sitheng)이 작별하는 모습을 담은 SNS 동영상이 캄보디아 전역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 Try Sitheng 페이스북 영상 캡쳐

캄보디아 프놈 타마오 야생동물구조센터(Phnom Tamao Wildlife Rescue Centre)에서 촬영된 30초 남짓한 SNS 영상 한 편이 최근 캄보디아 전역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영상의 주인공은 26살 암컷 코끼리 '럭키(Lucky)'와 그의 오랜 사육사 뜨리 씨텡(Try Sitheng).

지난 6월 30일, 구조센터를 떠나기 위해 오토바이에 오른 사육사 씨텡을 향해 럭키는 울부짖으며 그 뒤를 쫓았다. 긴 코로 손을 뻗고 길을 막아서며, 마치 "날 두고 가지 말라"고 애원하는 듯한 모습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누군가를 부르듯 고개를 흔들고 트럼펫 같은 소리로 울부짖는 럭키의 행동은, 단순한 이별을 넘어선 깊은 정서적 유대를 보여줬다.

26년의 인연… "그 시절 럭키는 내 그림자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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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와 씨텡의 관계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후 6개월이던 럭키는 밀렵으로 어미를 잃고 구조돼 센터로 옮겨졌고, 씨텡은 그의 첫 돌보미가 되었다. 당시 분유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씨텡은 연유를 물에 희석해 직접 젖병을 만들고, 하루 60리터에 달하는 죽과 우유를 손수 준비해 럭키를 길렀다.

장작을 구해 불을 지피고, 끓인 죽을 식혀 먹이며 보살핀 시간들—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 시절 럭키는 내 그림자처럼 곁을 떠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산책이나 장작 나르기, 물가에 갈 때까지 항상 함께했던 둘은 서로에게 '가족' 그 자체였다.

"저는 더 이상 럭키 곁에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육사 씨텡은 최근 갑작스럽게 센터를 떠났다. 그는 현지 영자신문<크메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속 단체인 와일드라이프 얼라이언스(Wildlife Alliance) 측과의 갈등 끝에 외주 계약직 전환 제안을 거부하고 자진 사직했다"고 밝혔다. 반면 센터 측은 "일방적 해고는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씨텡에게 '수석 사육관리자(Head Keeper)'로의 승진을 제안했으나 본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코끼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육사 뜨리 씨텡의 모습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코끼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육사 뜨리 씨텡의 모습 ⓒ Try Sitheng 페이스북

그럼에도 영상이 공개된 이후, 현지 시민들은 NGO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며 씨텡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끼리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기존 관계를 유지했어야 했다"는 의견과 "개인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해당 페이스북 영상은 15만 뷰 이상, 공유 2.8만 건을 돌파하며 여전히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 "단순한 이직이 아닌 유대의 단절"

동물행동학 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단순한 직장 이직이나 퇴사로 보지 않는다. 한 캄보디아 동물학자는 "코끼리는 고도로 사회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동물"이라며 "오랜 유대관계를 맺은 보호자가 떠날 경우, 심리적 충격이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끼리들과 행복한 한 때 구조된 야생코끼리들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육사 뜨리 씨텡의 모습
코끼리들과 행복한 한 때구조된 야생코끼리들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육사 뜨리 씨텡의 모습 ⓒ Wildlife Alliance

럭키는 실제로 이별 당시 일반적인 반응보다 훨씬 강한 감정 표현을 보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럭키가 향후 우울, 분노, 식욕 저하 등 정서적 불안 증세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센터 측은 "럭키의 심리 안정을 위해 숙련된 사육사들이 돌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26년간 축적된 유대가 하루아침에 대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함께한 26년… 그 이별의 무게는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이번 영상은 단순한 퇴직 이슈를 넘어, 인간과 동물이 맺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신뢰와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고 있다. 26년을 함께한 존재와의 이별, 그 순간을 담은 짧은 영상은 수많은 이들의 눈물과 공감을 자아내며, 우리에게 생명 간의 공존과 책임에 대해 깊은 성찰을 안겨주고 있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사육사와 코끼리 럭키 사육사 씨텡이 직접 올린 이 영상은 공개 직후 페이스북 등 SNS에서 수십만 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로도 소개되었다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사육사와 코끼리 럭키사육사 씨텡이 직접 올린 이 영상은 공개 직후 페이스북 등 SNS에서 수십만 뷰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로도 소개되었다 ⓒ Try Sitheng

#캄보디아코끼리#사육사와이별#인간과동물의26년우정#캄보디아야생동물구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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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planet4u) 내방

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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