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골령골의 산딸나무꽃은 제주 4·3의 동백꽃처럼, 각기 다른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 산딸나무꽃 뱃지. 산딸나무 흰색 잎에 '골령골'이라는 글귀를 새겼다. 글귀는 신영복 선생(대전민예총 이사장)의 민체를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기로 유명한 김성장 서예가가 썼다. ⓒ 심규상
현대사의 아픔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특정 사건의 상징이 되는 꽃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7일 산내 골령골 위령제에서는 제주 4·3 사건의 동백꽃처럼,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을 위한 새로운 기억의 상징으로 산딸나무 꽃잎이 선보였다.
제주 4·3, 아픔을 피워낸 '동백꽃'
제주 4·3 사건은 동백꽃으로 기억된다. 1990년대 초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작품과 오성찬 소설가의 채록집에 담긴 김인생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동백꽃은 4·3의 비극적인 역사를 상징하게 됐다. 특히 4·3 학살이 가장 많이 일어났던 시기가 동백꽃이 피는 겨울부터 봄 사이였고, 눈 위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은 희생된 제주 사람들의 피를 연상시켰다.
2008년 4·3 60주년을 맞아 박경훈 작가는 김영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요청으로 동백 배지를 디자인했다. 이 배지는 단순히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을 넘어, 제주 무속에서 동백꽃이 환생과 생명의 꽃으로 여겨지는 의미를 담아 부활의 메시지까지 포함하고 있다.
대전 골령골, '희생'을 기리는 '산딸나무꽃'
지난 대전 산내 골령골 위령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가슴에 산딸나무꽃 배지를 달았다. 산딸나무는 대전 산내 골령골 주변에서 흔히 관찰되지만, 별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번 위령제에 산딸나무 꽃잎이 이곳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피해자를 위로하고 기억하는 상징물로 제시됐다.
(사)대전민예총과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는 지난 6월 26일과 27일 산내 골령골 학살지에서 열린 '제4회 평화예술제'와 '위령제'에서 골령골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상징으로 산딸나무의 하얀 꽃잎 모양의 배지를 제작해 유가족에게 나누어 주었다.
산딸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 어디서나 비교적 잘 자라며, 6월 상순경 흰색의 꽃잎과 녹색 꽃을 피운다. 특히 그 휜색 잎 모양이 십자가를 닮아 '희생'과 나무 재질이 단단해 '견고'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학살 시작된 6월에 피는 꽃… 네 장의 흰 포엽이 꽃을 보호하듯
산딸나무 잎끝은 나비처럼 펄럭이는 하얀색 잎과 한 중앙에 작은 녹색으로 돼 있다. 네 장의 흰색은 꽃잎이 아닌 꽃을 보호하는 포엽(아래 이삭잎), 즉 나뭇잎이다. 진짜 꽃은 그 가운데 모이는 작은 녹색 부분이다.
네 장의 흰 이삭잎이 진짜 꽃을 보호하거나 돋보이게 하듯 여러 지역의 시민들이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돕고 위로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꽃이 피는 시기가 6월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하고 있다. 대전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제주 4·3 관련자 등 대전형무소 수감 정치범과 보도연맹 관련 민간인 등이 1950년 6월 말 부터 최대 7000여 명(최소 4000명)이 집단학살 후 암매장된 곳이다. 현재까지 8곳의 암매장지 중 1, 2, 3, 5 학살지 4곳에서 1472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동백꽃 배지- 산딸나무꽃 배지 나란히 달고 행사에 참석한 제주 4.3 대전 유가족들
배지를 보면 산딸나무 흰색 잎에 '골령골'이라는 글귀를 새겼다. 글귀는 신영복 선생(대전민예총 이사장)의 민체를 완벽에 가깝게 구사하기로 유명한 김성장 서예가가 썼다.
특히 이번 골령골 위령제에서는 제주 4.3 대전 골령골 희생자 유족들이 가슴에 동백꽃 배지와 새로 선보인 산딸나무꽃 배지를 나란히 달고 행사에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대전 골령골의 산딸나무꽃은 제주 4·3의 동백꽃처럼, 각기 다른 역사적 비극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상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