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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한밭대학교(총장 오용준) 건축학과 졸업작품 전시에서 서윤지 학생(건축학과 5학년)의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 작품이 총장상을 받았다.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을 비롯해 민간인 수천 명이 군경에 의해 학살 당해 암매장된 비극의 장소로, 암매장된 구덩이가 수백 미터에 달한다고 해서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일 불리는 곳이다.

서윤지 학생은 "사건의 참상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직까지도 대전 시민들에게 낯선 역사의 장소로 남아있다"며, "대전 골령골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유해가 발굴되고 있으며, 국가와 유족, 시민사회가 충돌하고 협상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장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은 생존자들의 구체적인 증언이 아니라 이름 모를 이들의 침묵으로 남겨진 곳이며, 그렇기에 오늘날 이곳에서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행위는 단순한 과거 회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를 사유하는 태도, 나아가 미래를 구성하는 윤리적 실천이 된다"며, "그렇기에 건축가로서 이 지점에서 '과연 이름이 지워진 신체들로 쌓여진 땅에서 어떻게 기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졸업작품 전시는 6월 19일부터 29일까지 국립한밭대학교 S10동 1층 목련갤러리에서 진행됐다. 전시 마지막 날인 29일 전시장을 찾아 서윤지 학생을 인터뷰했다.

 2025학년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졸업작품 전시회장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서 서윤지 학생이 상장(총장상)을 들고 있다.
2025학년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졸업작품 전시회장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서 서윤지 학생이 상장(총장상)을 들고 있다. ⓒ 임재근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 모형사진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 모형사진 ⓒ 서윤지

- '골령골'이라는 아주 특별하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졸업작품을 만들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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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25, 26년 넘도록 산내 골령골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근데 이것도 인연이라고 해야 할지, 졸업작품 준비를 시작하는 작년 가을학기 즈음에 정말 우연한 계기로 골령골 사건 관련 기사를 접하면서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사건의 규모에 비해서 대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제 또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대전의 역사이자 이야기였어요. 대전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그리고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대전에 가려진 역사를 건축적 시도로 기념하고, 다뤄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골령골 사건을 한 번 더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 어떤 의미를 담아 졸업 작품을 준비하셨나요?

"이름이 지워진 신체들로 쌓여진 곳, 골령(骨靈)골, 여기서 이름이 지워진 그들을 기념하는 방식을 질문을 하게 됐어요. 기념한다는 것은 그것을 보거나 읽는 것이 사건이 되어 신체나 감각이 변용될, 비인칭의 '누군가'를 위한 것일 순 없을까? 과거가 아닌 미래에 속하는 기념비로서, 우리에게 잊혀지는 것들로부터 우리에게 이어지기 위한 건축적 경험을 건넬 수는 없을까? 대상으로서의 기념비에서 감응하는 기념비로, 해당 프로젝트는 '보는' 것이 아니라 감응하는 '사건'이 되며, 그곳에 도래할 누군가를 통해 이어지는 감응의 연속성으로 추모와 기념의 방식을 재고찰 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기념비적 건축물이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발을 딛고 마주하는 순간들이 이벤트가 되어 신체 또는 감각이 변용될 '누군가'에 집중하는거죠. 골령골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유해들이 묻혀있다'는 사실이 존재하는 대지에요. 이곳에 단순히 추모를 위한 건축물이 대상으로써 들어가게 되면, 그곳에 해당 목적을 위해 방문하는 사람만이 찾게 되겠죠. 그래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이 프로젝트가 일반 시민들의 일상에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고 연결될 것인가 였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해당 대지에 맞는 추모와 기념의 방식을 제 나름의 언어로 재고찰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결국 누군가를 추모하고 기념하는 행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니라 그 기억을 이어갈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건축물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들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들, 즉 본인의 신체로 느끼는 감각들을 통해 해당 대지에 얽힌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고, 기억하게 되는거죠.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각하는 것으로 공간의 경험이 신체에 흔적으로 남게 되었을 때, 그곳의 이야기가 사람이라는 대상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니까요. 그렇기에 그곳에 도래할 누군가, 제3자의 누군가를 통해 이어질 추모와 기념의 방식을 건축적으로 제안하고자 하였고, 작품의 제목을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로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의 첫 번째 단계. 등산로와 연결된 브릿지 위에서 유해 발굴지를 조망할 수 있다.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의 첫 번째 단계. 등산로와 연결된 브릿지 위에서 유해 발굴지를 조망할 수 있다. ⓒ 서윤지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의 두 번째 단계. 골령골 학살 사건에 대한 자료와 함께 만장이 활용된 전시물이 혼합되어 있다.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의 두 번째 단계. 골령골 학살 사건에 대한 자료와 함께 만장이 활용된 전시물이 혼합되어 있다. ⓒ 서윤지

- 설계한 공간을 구체적으로 소개해준다면요?

"대지가 가지고 있는 장면들을 재해석하여 건축적 언어로 추출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자료 조사를 하면서 보았던 현장 사진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긴 구덩이를 따라 끝없이 길게 이어지는 유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전통장례의 만장과 행렬이 떠오르더라구요. 한국전통장례는 3일장, 49제, 탈상과 같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망자를 추모하고 떠나보내는 방식이잖아요. 길게 이어지는 대지의 형태와 골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이곳에 놓일 건축물 자체가 대지의 척추와 같은 역할로 유해발굴지 전체를 감싸고 이어주고, 동시에 사람들이 걷고, 보고, 또 경험하면서 그곳에 묻힌 사건을 추모하고 망자를 떠나보내는 긴 여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는거죠.

공간은 크게 4개의 단계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 단계는 진입로 부분으로, 연구실과 사무실 등 기능적인 공간과 메인 진입 브릿지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사람들의 주진입로가 되는 브릿지는 기존의 산내 골령골에 위치한 등산로와 연결하여 해당 장소의 방문 목적이 없더라도 보행자로로 사용할 수 있게, 도시의 맥락을 연장시키고자 했어요. 또한 방문자들에게는 유해 발굴지를 조망할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공간을 넘어서 두 번째로 넘어가게 되면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학살 당시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와요. 첫 번째 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하는 역할이었다면, 이곳은 이제 본격적으로 골령골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곳이죠. 길게 이어지는 어두운 공간은 오직 발밑에서만 빛이 들어오기 때문에, 빛이 닿지 않는 천장 부분이 끝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공간을 따라 이어지는 만장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단어들로 새겨졌어요. 결국 이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은 누군가의 부모였고, 배우자였고, 자식이었으니까요. 현재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연관되는 단어를 사용하여 방문자와 골령골의 이야기를 다시 한번 연결하게 되는 거죠.

세 번째 공간은 유해 발굴지를 실제 스케일로 마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해발굴지 중 가장 긴 구덩이인 제2학살지의 길이를 그대로 사용했어요. 이곳은 위령제나 관련 행사같이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의 역할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문화나 교육 프로그램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실들도 함께 위치해 있어요.

마지막 네 번째 단계로 들어가게 되면, 대지를 관통하여 흐르고 있는 곤룡천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 그대로 내부에 삽입하여 활용했습니다. 또한, 한쪽 벽면은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대지의 형태를 경험할 수 있게 하였고요. 봉안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단계인 만큼, 여러 가지의 요소를 통해 전이 공간의 역할을 하는 거죠. 봉안당은 공간을 지지하는 기둥에 함께 디자인하여서 구조와 기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끔 했어요. 봉안당의 일부는 신원이 확인된 유해들은 화장의 절차를 거쳐 안치될 수 있게 하고, 아직 신원이 발굴되지 않은 유해들은 그대로 보관되어 언젠가는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하였습니다.

이곳은 대전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일반 시민들과 골령골의 유해들이 같은 공간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본인의 가족들을 보러 방문한 것이어도 자연스럽게 이곳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마주함으로써, 일상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여지를 계속해서 제안하는 거죠. 기둥 내부에는 1인 디지털 추모 공간을 만들어서 개인적인 추모가 가능한 공간을 마련했어요. 수많은 기둥들을 지나면 망자를 기리고 떠나보내는 지난한 여정을 마무리하는 공간으로, 골령골 메모리얼을 만나게 됩니다. 이후 수공간을 건너는 행위를 통해 동선을 마무리하고, 출구로 이어지게 됩니다."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의 세 번째 단계. 유해 발굴지(2학살지)를 가까운 거리에서 면할 수 있는 공간들이고, 위령제를 비롯해 추모와 교육,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의 세 번째 단계. 유해 발굴지(2학살지)를 가까운 거리에서 면할 수 있는 공간들이고, 위령제를 비롯해 추모와 교육,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 서윤지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의 네 번째 단계는 기둥 형태의 봉안당과 메모리얼 추모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의 네 번째 단계는 기둥 형태의 봉안당과 메모리얼 추모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 서윤지

- '대지의 척추'라고 표현도 하셨는데, 건축물을 또 어떻게 보면 기차가 연상되기도 해요. 전체적인 설계의 특징을 정리해서 다시 설명해주신다면?

"골령골 자체가 워낙 길고, 경사가 심한 땅이에요. 시작점을 ±0m라고 가정했을 때, 높이차가 33m 정도 나거든요. 이 경사지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경험하고 읽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죠. 동선 자체가 길기 때문에 신체적 피로도를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는 방식이어야 했고요. 그래서 선택한 게, 대지 높이의 평균값을 구해서 적절한 레벨을 산정한 후, 해당 높이로 전체 공간을 통일하는 거였어요.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하여 계산한 결과 6m의 레벨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땅이 내 발밑에 있고, 공간을 따라 걷다 보면 점점 발 딛는 바닥과 동일한 레벨로 올라오고, 계속해서 걸어 들어가면 이제 내 시야를 넘고 내 머리를 넘어가며 최종적으로는 지하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내가 걷는 레벨은 그대로인데 땅과 공간이 변화하는 방식으로 대지가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해석하고 삽입하려고 했어요."

- 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골령골' 기사를 접하고 나서 졸업작품을 준비한 거라면, 좀 짧은 시간이었을 것 같은데요, 그 시간 동안 졸업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리서치 작업을 꽤 긴 시간 동안 진행했어요. 일단 사실들을 최대한 많이 수집하고 그 데이터들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과정들을 거쳤습니다. 어느 정도 리서치가 진행된 후에 골령골 현장 답사를 시작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최소 한달에 한번 이상은 방문했던 것 같아요. 일부러 다양한 시간, 다양한 날씨, 그리고 다양한 계절에 가려고 했죠. 비 오는 날에도 갔었고, 해질 때쯤에도 갔었고, 더울 때도 갔었고, 한창 추운 날에도 갔어요. 역사적 사실 조사도 중요하지만, 대지 자체가 주는 느낌과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 무엇보다도 건축은 땅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 설명 패널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 설명 패널 ⓒ 서윤지

 2025년 봄날 골령골의 전경
2025년 봄날 골령골의 전경 ⓒ 임재근

- 이번 졸업 전시에서 총장상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총장상 받았다고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사실 처음에는 '총장상'이라고만 들어서 '상을 타서 기쁘다' 정도로 생각했었어요. 근데 친구들이 총장상이 1등상이라고 말해주더라구요. 덕분에 반박자 늦게 놀랐던 것 같아요. 대전을 거점으로 하는 대학교에서 대전의 역사와 관련된 땅을 다루어서 1등을 받았다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고, 누구에게나 알려진 그런 땅이 아니라 대전 시민들조차 잘 모르는 곳이기에 더욱 뜻깊다고 생각했어요. 심사에 참여하신 교수님들과 건축사님들이 골령골이라는 땅에서 제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낸 건축적 제안에 동의해 주시고 공감해 주셨다는 의미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 오늘로 졸업 전시는 끝났는데, 이 작품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나요?

"올해 9월 4일부터 7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대전 대학연합 건축학과 졸업전시가 진행될 예정이에요. 한밭대를 포함해서 목원대, 배제대, 충남대, 한남대 이렇게 다섯 학교가 참여합니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행사인 만큼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제 졸업작품뿐만 아니라 각 학교의 모든 졸업설계 작품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을거에요. 규모가 있는 행사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될 것 같은데, 그때도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골령골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쪼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윤지 학생의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은 9월 4일부터 7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진행되는 대전 대학연합 건축학과 졸업전시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서윤지 학생의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은 9월 4일부터 7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에서 진행되는 대전 대학연합 건축학과 졸업전시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서윤지

 2025학년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졸업작품 전시장에 설치된 서윤지 학생의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
2025학년도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졸업작품 전시장에 설치된 서윤지 학생의 ‘An Impersonal Memorial, Golryeonggol(비인칭의 기념비, 골령골)’ 작품. ⓒ 임재근

- 졸업작품이 실제 현실에 반영되기는 어렵잖아요. 그리고 작품 주제로 삼기에는 좀 무겁고, 부담되는 주제였을 텐데, 이 주제를 선정한 이유와 어려움은 없었나요?

"대전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고향에서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도록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웠어요. 아무래도 제 전공이 건축이다 보니 저만의 방식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졸업작품이 바로 떠올랐죠. 아무래도 건축학과 학생한테는 졸업 전시가 5년 과정에 있어 가장 큰 이벤트고, 또 가장 의미가 깊은 작업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의미와 무게감이 있는 과정에서 선택할 만한 땅이지 않나, 싶어서 선정하게 되었어요.

대지가 지닌 이야기 자체도 워낙 무겁지만 '골'이라는 특성과 경사지, 그리고 골을 따라 이어지는 유해발굴지의 형태가 건축적으로도 강력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땅이었거든요. 여러모로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게다가 졸업작품이면 이후 포트폴리오에서 저를 대표하는 작품이 될 텐데, 본인이 나고 자란 지역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만큼 저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어요. 덕분에 졸업 작품 진행하는 동안 내내 치열하고, 또 즐거웠습니다."

- 이제 졸업을 앞두고 계신데, 졸업 이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요?

"저는 건축 공부를 조금 더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제가 어떤 건축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싶기 때문에 대학원을 생각하고 있어요. 더 넓은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만나면서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해상도를 한 번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거든요."

- 마지막으로, 어떤 건축가가 되고 싶은가요?

"이렇게 말하려니까 너무 거창하긴 한데요. 저는 '사람 냄새나는 건축'을 하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통일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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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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