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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PR은 정책이라는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실'과 같다. 의미 있는 정책이라도, 이를 가치 있는 보배로 완성하려면 정책PR이라는 실이 필요하다.
정책PR은 정책이라는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실'과 같다. 의미 있는 정책이라도, 이를 가치 있는 보배로 완성하려면 정책PR이라는 실이 필요하다. ⓒ 구글 Gemini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더 나아가 정성껏 꿸수록 그 구슬은 조화롭고 아름답게 빛난다. 역대 정부의 정책들을 돌아보면, 반짝이는 구슬처럼 빛난 정책이 적지 않다. 특히, 국정과제로 추진된 브랜드 정책들은 국가 비전 아래 추진되고, 전 부처의 역량이 집중되며, 치밀한 계획에 따라 실행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공들인 정책이 단절되거나 계승·발전되지 못한 사례도 많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수소경제',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왜 단절이 반복될까? 정책 평가 차원에서 다양한 원인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정책PR 관점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혹시 그 정책들을 국민의 공감 가운데 조화롭게 꿰어내지 못했던 건 아닐까?

정책PR은 정책이라는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실'과 같다. 의미 있는 정책이라도, 이를 가치 있는 보배로 완성하려면 정책PR이라는 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을 정교하고 튼튼하게 꿰는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강하게 추진된 정책도 단절되거나 퇴색돼 결국 애쓴 노력마저 사라지고 만다.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정책이 보배가 될 수는 없다. 정책PR의 중요성은 구체적 사례 가운데 더욱 분명해진다.

정책PR은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실'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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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은 국제적으로 주목 받았으나, 국내에선 설득력이 부족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발전 비전으로 선포했다. 환경 보존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녹색성장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혁신적 정부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 정책이 4대강 사업, 원전 확대 등과 연계되면서 정책적 명분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자력이나 화석연료 기반의 신에너지를 녹색기술에 포함하면서 정책의 순수성과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커졌고, 정책의 설득력과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속가능성의 기반이 흔들렸다.

'창조경제'는 개념의 불분명함이 공감을 가로막았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처음 제안돼,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국민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과학기술·ICT와 결합하여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비전이었는데, 이 시기 홈택스, 민원24, 포돌이 등 친숙한 정책 브랜드가 개발됐다.

하지만 부처마다 해석이 다를 만큼 불분명한 '창조경제' 개념은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내지 못했다. 기존 사업에 '창조경제'라는 명칭을 단순히 덧붙이거나 실적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정이 이어지면서, 정책의 방향성과 차별성이 희미해졌고 결국 지속가능성 확보에 실패했다.

'수소경제'는 미래 비전은 있었지만, 신뢰와 안전 대응은 미흡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했다. 수소차 620만 대 생산, 발전용 연료전지 15GW 확대, 2050년 세계 1위 수소경제 달성이라는 청사진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실적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고, 장밋빛 홍보가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국민의 신뢰가 약해졌다. 특히 수소의 경제성과 안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고, 수소탱크 폭발 사고 이후엔 정책의 방향성을 잃었다.

'의료개혁'은 강한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로 출발했다. 2022년부터 전문가 등 각계 의견을 수렴했고, 2024년 2월에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인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갈등이 심해졌고, 정책 불응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 설득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공감과 소통보다는 추진력에 치중한 결과 정책의 연속성에 오히려 난제가 많아졌다.

이들 사례는 정책이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실행력을 갖추지 못하면 국민적 공감도, 정책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올바른 정책PR'에서 찾게 된다. 정책PR은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정책의 가치와 방향, 이행 과정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계되고 전달돼야 한다. 국민의 이해를 이끌고, 신뢰를 얻으며, 공감을 확산시키는 전 과정이 바로 정책PR의 핵심이다. 이를 위한 수용자 중심, 현장 중심의 PR 역량은 필수적이다.

진정성 있고 전략적인 정책PR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진단과 효율성의 확보는 물론, 창의적 해법과 민주성을 함께 담보한다. 궁극적으로 국민적 공감 속에서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원동력이 된다. 튼튼한 실로 꿰어진 정책은 모두의 보배로 빛난다. 그리고 그 빛은 국민의 신뢰 속에서 더욱 오래 지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정훈은 고려대에서 학사와 석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서 27년간 근무하고 있다. 2023년부터 한국PR협회 대외협력이사 직을 맡고 있다.


#정책PR#녹색성장#창조경제#수소경제#의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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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가치 및 공공 섹터의 역할과 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성균관대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책학회 정회원이다. 1997년부터 kobaco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 한국PR협회 대외협력이사 직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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