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중 중심 소통에 있어 소셜미디어 채널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오늘날의 미디어 생태계에 부합하는 전략적 소통 기획을 위해서는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 구글 Gemini
최근 대한민국은 의료개혁,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주 69시간 근무제 등 주요 국책을 둘러싼 격한 사회적 갈등을 경험했다. 이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다. 이러한 갈등은 이전 정부의 일방적이고 송신자 중심적인 정책 소통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전 정부의 정책 소통에서는 타협과 협상, 경청과 같은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 전략보다는 압박, 제재, 통보 등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부각됐다. 정책 실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으나, 정부의 일방향적 정책 소통 기조로 인해 국민의 오해와 불신이 커지고, 사회적 비용과 대정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의 정책 소통 기조 이외에도 급변한 매체환경과 국민의 미디어 이용 행동 변화는 수용자 중심적인 소통의 불가피성을 보여주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전통적인 언론)의 영향력 약화와 모바일 기기를 기반으로 한 SNS의 확산은 미디어 시장의 기존 문법을 무너뜨리고 있다. 1인 미디어의 발달과 개인으로의 의제설정 기능 이동은 국민을 뉴스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변모시켰다.
언론진흥재단이 매년 조사하는 2024년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TV를 제외한 종이 신문(9.6%)과 라디오(14.5%) 이용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SNS와 동영상 플랫폼은 가장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소통 채널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전 중앙부처 단위에서 디지털소통팀을 별도 설치해 SNS를 주요 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정보시장의 구조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루닉(Grunig, J., 김정남, & 이혜림, 2021) 등에 따르면, 과거의 정보시장은 메시지 생산 주체가 통제 가능한 '공식적·기술적 정보'(현시적 정보, manifest information)가 중심인 1차 시장이 주류였다.
그러나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SNS의 확산으로 인해 개인의 경험, 평가, 추측 등 '비공식적 해석 정보'(interpretive information)가 급증하면서 2차 정보시장이 1차 시장을 압도하게 됐다. 이로 인해 정부와 같은 기존 정보 생산 주체는 정보 유통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러한 정보시장의 변화에 따라, 정부 정책 PR의 기조는 수용자 중심적으로 변모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정부가 의제 설정권과 이슈 소유권을 독점하기 어려워졌다. 일방적 통보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을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소통의 주체 및 관계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정책PR 패러다임을 수용자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공중 중심 소통에 있어 소셜미디어 채널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오늘날의 미디어 생태계에 부합하는 전략적 소통 기획을 위해서는 소셜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특히,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어떤 동기를 갖고 소통 행위를 하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SNS 소통은 정보전달 활동에 집중돼 있다. 이용자의 관점은 배제된 상태다. 현실적으로 정부 SNS 소통 방향성은 정례적 소통 평가 기준에 맞춰 설계되기 마련이므로, 공중 중심 패러다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SNS 평가 기준부터 수정돼야 한다.
윤여전과 이유나(2023)는 정교한 척도개발 과정을 거쳐 정보 획득, 정보 확인, 정부 감시, 사회적 동기의 4차원으로 구성된 14문항의 '정부 SNS 이용동기 평가 척도'를 제시한 바 있다. 그들은 정부 SNS 이용자들이 공통적 혹은 보편적으로 지닌 소통의 목적과 기대가 존재하나(정보 획득 동기) 민간 기업 SNS를 이용하거나 인플루언서 SNS를 이용할 때와는 다른 소통의 목적과 기대를 갖는다는 사실을 (정보 감시·확인 동기) 확인했다.
장관급 24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개발된 해당 척도는 국민들의 정부 SNS 이용 목적과 기대를 밝혀 이용자 중심의 전략적 관리를 위한 상황 진단 기준을 마련했다.
한편, 남승석과 이유나(2025)는 수용자 중심적인 '정부 균형 커뮤니케이션 평가 척도'를 제안했다. 기존 척도들이 메시지 송신자 관점에서 개발된 데 반해, 본 척도는 국민의 시각에서 정책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평가하도록 구성됐다.
이들은 '존중', '포용성', '투명성', '쌍방향성'의 네 차원을 도출했으며, 엄정한 통계 절차를 통해 척도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확보했다. 정부가 대화와 경청 등 균형적 전략을 얼마나 구현하고 있는가를 국민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한 해당 척도는 공중 중심적 정책PR 전략 관리에 유용한 진단 도구가 될 것이다.
새 정부가 정책PR 실무 현장에서 국민 중심 소통 패러다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점을 반영한 평가 척도의 개발과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평가 도구는 정부 정책 소통의 질적 수준을 진단하고 전략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결과적으로 정책 수용성 증진과 정부 신뢰 회복, 나아가 국정운영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유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28대 한국PR협회장과 제20대 한국PR학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관심 분야는 정부 및 정책 PR, 구성원 커뮤니케이션이며, 다수의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자문을 수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