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항포구, 숨죽인 새벽

▲출항을 앞둔 채 조용히 준비 중인 어선(2025/6/28) ⓒ 진재중

▲항포구‘강원 동해안의 나폴리’라 불리는 남애항(2025/6/28) ⓒ 진재중
새벽의 남애항은 고요하다. 물안개가 항구를 부드럽게 감싸고, 정박된 어선들은 물 위에서 미동도 없이 잠든 듯 떠 있다. 파도 소리도, 바람 소리도 낮게 깔린 정적에 묻혀 이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섬 같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서도, 하루는 시작되고 있다.
바다로 향하는 어부들

▲출어출어하는 어선. 새벽 어스름을 가르며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2025/6/28) ⓒ 진재중

▲남애항바다에서 바라본 어선과 남애항(2025/6/28) ⓒ 진재중
손끝에서 물비늘 같은 시간이 반짝이고, 어선들은 저마다의 옷을 갈아입은 채 옅은 안개를 가르며 바다로 나아간다. 아침이 열리고, 어부들의 하루가 바다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항구는 다시 고요 속으로 잠겨든다.
어부들의 삶터, 바다

▲저마다 다른 방향, 다른 방식이지만 그물 던지는 손끝에는삶을 일구는 공통의 진심이 담겨 있다.(2025/6/28) ⓒ 진재중

▲배가 곧 일터인 어부는 고요한 바다 위에서 한가로이 고기를 낚는다.(2025/6/28) ⓒ 진재중
잔잔한 바다 위, 고요 속에 나부끼는 바람결 하나에도 어부는 숨을 죽인다. 빈 그물이 될까 두려우면서도 또, 희망이 걸린 그물을 믿는다. 기다림은 익숙한 고독, 오늘도 바다는 말이 없고, 어부는 그 속에서 묵묵히 하루를 건진다.
다시, 항구로

▲항포구로 돌아오는 어선어선의 몸짓은 고단하지만 항구를 향한 발걸음은 한결같고, 그 안에는 바다를 품은 사람들의 치열하고도 다정한 삶이 실려 있다.(2025/6/28) ⓒ 진재중

▲남애항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어선을 기다리는 항포구.그곳엔 묵묵한 기다림이 있고, 소금기 어린 바람 속에 하루의 이야기가 배어 있다.(2025/6/28) ⓒ 진재중
그리고 아침이 깊어갈 무렵, 안개 사이로 어선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오래 기다리던 항포구는 그 모습을 조용히 맞이한다. 그렇게 남애항은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고요했던 항구는 어부들의 땀과 파도 소리에 젖은 채, 내일을 위한 쉼에 다시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