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랑게새만금1호 방조제 밖 대항리갯벌에서 저서생물조사를 했다. 갯벌에서 달랑게를 보았다. 손에 잡았다가 놔주니 스트레스를 받아서 게거품을 물었다가 구멍속으로 들어갔다. ⓒ 김교진
"빠르다, 빨라. 쟤 잡아."
갯벌 구멍에서 튀어나온 작은 생명체는 갯벌에서 걸음아 날 살려라며 빠르게 뛰었다. 그러나 쉽사리 잡을 수 없었다. 빠르기도 하지만 뾰족한 집게손을 가진 이 날쌘돌이를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멀리 미국에서 온 다니엘씨가 몸을 숙여 한 손으로 잡았다. '와아' 보고 있던 시민 조사원들의 함성이 터졌다. 바구니에 넣고 어떤 생물인지 살펴보았다. "달랑게입니다. 갯벌에 사는 대표적인 생물이죠". 조사단원인 목포신안 갯벌 연구자 김경완씨가 말했다.

▲개맛이름은 '맛'이지만 조개와는 전혀 다른 종이다. 고생대 이후부터 존재해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 김교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6월 8일, 한 달에 한번 있는 정기조사를 새만금방조제가 시작되는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갯벌에서 했다. 2003년 12월, 1차 조사부터 시작해 이번이 243차 조사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한동안 갯벌에 오는 새(조류) 조사를 주로 했는데 이 날은 대항리갯벌에서 저서생물 조사를 했다.
새만금방조제 완공 후 방조제 안쪽의 갯벌은 갈대와 염생식물이 자라는 염습지가 되었다. 새만금방조제 안쪽의 갯벌은 바닷물을 들이기는 하나 매일 들이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물이 살 수 없다. 1호 방조제 안쪽 부안군 해창갯벌과 4호 방조제 안쪽 군산 내초도의 수라갯벌이 아직 예전 갯벌의 모습을 갖고 있다. 새만금방조제 안쪽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수질과 생물조사를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방조제 바깥쪽 조사는 많지 않았다. 방조제 바깥 갯벌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조사하는 게 필요했다.
시민생태조사단원들은 물이 빠진 갯벌을 걸어가 물 끝선 몇 미터 앞에 도착했다. 갯벌 위에 삽으로 가로 50cm 세로 50cm 선을 긋고 진흙을 30cm 깊이로 팠다. 파낸 진흙을 채에 올려 넣고 바닷물 속에서 흔들어 진흙은 빼내고 남는 것을 눈으로 조사했다. 바지락종패, 백합, 갯지렁이, 개맛 등을 보았다.

▲방형구조사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단원들이 대항리 갯벌에서 가로 50cm, 세로 50cm 선을 긋고 삽으로 파서 나온 생물을 조사했다. 미국에선 온 인류학자 다니엘씨가 열심히 땅을 팠다. ⓒ 김교진
바닷물이 들어오는 밀물 때가 되어 조사단은 몇 백 미터 밑으로 내려가 다시 선을 긋고 땅을 팠다. 결과는 비슷했다. 조개껍데기를 많이 보았다. 방조제가 완전히 막히기 전에는 부안군 대항리 갯벌에서 조개 잡이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방조제 건설 후에는 방조제 바깥 갯벌의 생물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항리 포구에는 배도 많았는데 지금은 배도 몇 채 보이지 않았다.
방조제 외해의 수질도 안심할 수 없어
새만금방조제 안쪽은 물이 오염되어 농사용으로도 적당하지 않다. 수질생태계는 좋지 않아 잡히는 것은 숭어가 대부분이며 다른 어종은 경제성 있는 양이 되지 못하고 있다. 방조제 완공 후 방조제 물이 고여 하도 썩으니 2020년 12월부터 새만금 배수갑문을 하루 2번 열어 방조제 안쪽의 더러운 물을 방조제 밖으로 내보내고 있어서 외해 오염은 피할 수 없다. 방조제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생물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
방조제 외해 수질 오염은 방조제 건설 중이었던 2006년에, 정부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이 발행한 '새만금 사업으로 인한 해양환경영향 조사연구 보고서(4차년도)'에서도 담겨있었다. 보고서에서는 방조제 안쪽 호수는 반드시 오염될 것이며, 오염된 담수를 외해로 방출할 경우 심각한 수질오염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었다.
바닷물이 계속 들어와서 조사단은 생물 채취를 끝내고 선착장에 앉아 채취한 생물 흔적을 조사했다. 조 별로 비닐봉지에 넣어둔 생물체를 종이 위에 놓고 종류별로 분류했다. 바지락, 개량조개, 분홍접시조개, 동죽, 빛조개, 황해비단고둥, 노랑조개, 개맛, 참갯지렁이 등 17종을 관찰했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 안은 이런 생물상의 군락 형태를 볼 수가 없고, 조개 종패를 갯벌에서 볼 수 없다. 해수 유통으로 수질을 개선한다고 하지만 예전 생태계로 복구되려면 오랜 세월이 걸릴 것이다. 시민생태조사단원들은 관찰 후 야외조사 기록부에 기재하고 나서 살아 있는 것과 조개껍데기는 모두 갯벌에 풀어주었다.

▲뻘흙을 채에 담아 바닷물에 흔들면 흙은 빠지고 남은 조개껍데기를 볼 수 있다. 가끔 살아있는 조개나 갯지렁이 등도 볼 수 있었다 ⓒ 김교진

▲분류채집한 생물을 기록지 위에 올려 놓고 분류했다. 갯지렁이류, 노랑조개, 개맛 등 17종을 관찰했다 ⓒ 김교진

▲방류분류하고 동정한 생물을 바닷물에 넣어 풀어주었다. ⓒ 김교진

▲달랑게의 복수달랑게를 잡다가 집게발에 손가락이 물렸다. 달랑게가 작지만 집게발 힘은 세서 매우 아프다. ⓒ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들은 염습지가 되어 살아있는 생물을 볼 수 없는 방조제 안쪽 갯벌만 보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는 방조제 바깥 갯벌에서 살아있는 생물들을 보니 모든 게 신기했다. 갯지렁이가 나왔을 때는 징그러워 소리를 지르고 달랑게를 만졌을 때 손가락을 물려 아파했지만 살아있는 것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 조사단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방조제 완공 전 새만금갯벌에서는 갯벌을 몇 센티미터만 파도 싱싱한 조개를 볼 수 있었고 수많은 칠게, 말뚝망둥어가 갯벌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갯벌에 움직이는 생명이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새만금방조제 바깥에 갯벌이 생성될까
새만금방조제 밖 대항리갯벌에 오니 예전 갯벌생성 논란이 생각났다. 2000년대 들어 정부는 방조제 밖에 새로운 갯벌이 생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조제 건설로 갯벌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갯벌이 생길 것이므로 방조제 완공 후 사라지는 갯벌을 아쉬워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새로운 갯벌이 생긴다고 주장하던 곳이 바로 여기 대항리 갯벌이다. 그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1호 방조제 주변 대항리에 갯벌이 생기고 있다"라고 정부측 주장을 전한다.
하지만 대항리 바닷가에는 방조제 건설시작 전에도 갯벌이 있었다. 방조제 안쪽 갯벌과 연결된 갯벌이었다. 지금은 방조제로 양분된 갯벌이 되었다. 예전 새만금 일대 위성사진을 보아도 갯벌인 것을 알 수 있다. 없던 갯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있던 갯벌에 적은 양의 퇴적토가 쌓이는 현상을 두고 갯벌이 생긴다고 하면 억지이다.

▲위성사진2006년에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찍은 새만금방조제 사진이다. 화살표 있는 곳이 대항리이다. 방조제 안과 밖에 흐린 부분이 갯벌이다. 이 사진으로도 대항리에 갯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미국항공우주국
2003년 6월 29일 동아사이언스에는 새만금 간척지만 한 새 갯벌은 2300년은 걸려야 만들어 질 것이라는 전승수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전 교수는 위성사진을 이용하고 해도를 비교한 결과 정부가 주장한 신생 갯벌은 없고 기존에 있던 갯벌이라고 말했다.
2020년 발행된 최태진외 3인의 "인공구조물에 의한 대항리 갯벌의 장기 지형변화" 논문은 대항리 갯벌 생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자료이다. 그들의 연구는 2000년 7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수평측량방식으로 16년간 이루어졌다. 논문에 기록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대항리 갯벌의 순퇴적률은 연평균 +1.25cm 이다. 2) 방조제에서 가까운 곳은 연간 약 +3.75cm 퇴적률을 보이지만 3) 방조제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연간 약 -2.38cm 침식률이 나타났다.
바다에서는 퇴적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해수로 인해 침식도 일어난다. 눈에 보일 정도로 갯벌이 만들어 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서해안 갯벌의 평균 퇴적토 깊이는 4~7미터라고 한다. 2006년 방조제가 막힌 지 거의 20년이 흘렀다. 20년 동안 대항리 갯벌에 연간 평균 1.25cm씩 퇴적토가 쌓였다고 해도 25cm 밖에 되지 않는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서해안 갯벌은 6000~7000년 전부터 생성되기 시작하여 수 천 년 동안 썰물과 밀물 작용과 하천 퇴적물이 유입되어 현재와 같은 넓은 펄 갯벌이 자리 잡은 것이라고 한다. 갯벌은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든 생명의 보고이지 몇십 년 만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만금방조제대항리 갯벌에서 본 새만금방조제. 바다의 만리장성처럼 보인다. 새만금방조제가 생기기 전에도 대항리갯벌은 존재했다. ⓒ 김교진
새만금 방조제가 막아서 만경강과 동진강에서 내려오는 퇴적토는 방조제 밖으로 나가서 쌓일 수 없다. 유기물이 풍부한 강 하구 퇴적토가 쌓여야 갯벌이 생성되고 바다 생물이 먹고 살 것이 많아진다. 하지만 방조제 때문에 강 하구 퇴적토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방조제 밖 갯벌에 쌓이는 토양은 해수 유동에 의해 원래 있던 곳에서 떨어져 나와 이리저리 떠돌던 것들이 쌓이는 지형 변화라고 위의 논문은 밝혔다.
이 논문의 결론은 방조제로 인해 지역적으로 퇴적물의 재배치가 이루어져 대항리 갯벌에 지형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새만금방조제 밖 대항리에 갯벌이 생성되고 있다는 정부 발표를 언론은 비판의식 없이 대서특필했었다. 하지만 의식 있는 생태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원래 갯벌이 있던 곳인데 무슨 갯벌이 생성되고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장에서 제대로 관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검은 것을 하얗다고 하는 식의 억지 주장이 새만금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반복되었다. 억지 주장을 반복하며 이루어진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여러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방조제 안쪽 물과 땅은 오염되었고, 생물은 사라졌다. 정부와 일부 개발론자들만이 폐기물 나오는 공장 지을 땅, 소음 공해 유발하는 공항 지을 땅과 놀기 위한 위락시설 지을 땅이 생겼다며 새만금 사업을 찬양하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은 속지 않는다. 정부와 개발론자들의 권력과 억지 주장에 밀려 잠시 주춤했지만 시민들의 이성과 학습으로 새만금 사업에 대한 억지 주장과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지난 22년 동안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사로 새만금 갯벌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사단원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들이 대항리갯벌에서 채취한 생물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다. ⓒ 김교진
이날 243차 정기 조사에는 14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누구는 삽질을 하고 누구는 흙을 손으로 파고 바닷물에 손을 담가 흙을 씻었다. 몸과 옷에 뻘흙이 묻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열심히 몸을 움직여 조사했다. 살아 있는 것을 많이 보지는 못했어도 힘들게 살아가는 달랑게, 개맛, 갯지렁이, 백합, 집게를 보며 앞으로도 갯벌에서 잘 살아가도록 바랐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조사는 새만금에 생명이 넘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 기자 SNS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