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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문학적 붓장난'은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만나는 사유와 글쓰기의 기록입니다. 사십 년 편집자의 삶이 녹아든 이 조용한 장난이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기를 바랍니다.
잃어버린 나를 부르는 물음

일상은 때로 무겁고, 하루는 단조롭게 반복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을 잃는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라는 질문은 익숙하지만, "나는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쉽게 떠올리지 않는다.

진정한 변화는 그 물음에서 시작된다. 단순한 반성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질문이다. 그 울림이 나를 흔들고,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다시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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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 은퇴한 친구와 술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자유는 처음엔 달콤했어. 근데 요즘은 하루가 너무 무료하고 허전해."

나는 충고하려다 멈췄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의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은 위로가 아니라 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아직 발견하지 못한 보물이 자네 안에 있는 건 아닐까?"

친구가 웃으며 되물었다. "그게 뭔데?"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내 삶을 돌아보니, 무료함을 밀어낸 건 거창한 변화가 아니었다. 이름 없는 들꽃, 바람 소리, 종이에 휘갈긴 글씨 한 줄. 그 사소한 순간들이 내 안에 작은 등불을 켰다.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 보물, 어쩌면 길가 풀잎 사이에 숨어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들꽃 한 송이에서 피어난 취미

산속의 다람쥐 모델 꺾인 가지 위에 앉은 다람쥐 한 마리. 산길을 걷는 내 눈을 위해, 잠시 멈춰 준 포즈 하나에 마음이 환해진다. 숲은 이렇게 조용한 방식으로 나를 미소 짓게 한다.
산속의 다람쥐 모델꺾인 가지 위에 앉은 다람쥐 한 마리. 산길을 걷는 내 눈을 위해, 잠시 멈춰 준 포즈 하나에 마음이 환해진다. 숲은 이렇게 조용한 방식으로 나를 미소 짓게 한다. ⓒ 이명수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마음은 흔들렸다. 어느 날 산길을 걷다 이름 모를 들꽃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 단아한 모습이 내 안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아, 아름다움은 이렇게 조용한 곳에 있었구나!'

그 순간, 세상의 소음 속에 묻혀 있던 내 안의 고요를 만났다. 꽃 이름이 궁금해 야생화 카페에 가입하고 사진을 올렸더니, 5분도 안 되어 누군가 답을 주었다. 그 짧은 소통에서 놀라운 기쁨을 느꼈다. 나는 꽃과 자연, 그리고 잠들어 있던 내 자신에게 빠져들었다.

솔체꽃 상주 황금산에서 보랏빛 솔체꽃을 처음 마주한 날, 산들바람보다 더 부드럽게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도 문득, 그때의 광경이 눈앞에 환하게 되살아난다.
솔체꽃상주 황금산에서 보랏빛 솔체꽃을 처음 마주한 날, 산들바람보다 더 부드럽게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도 문득, 그때의 광경이 눈앞에 환하게 되살아난다. ⓒ 이명수

그 후 산을 걷는 시간은 나 자신과의 대화가 되었다. 꽃 이름을 외우고,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걷는 길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었다. 상주 황금산에서 야생화 모임 사람들과 함께한 날, 연한 보랏빛 솔체꽃을 처음 보았다. 나는 말했다.

"이 꽃은 전생에 착한 일을 많이 했나 봐요.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곱게 피어날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웃으며 손뼉을 쳤다. 우리는 꽃을 감상하며 서로의 삶에 조용한 온기를 나눴다. 그 따뜻한 교감은 지금도 내 안에 은은히 남아 있다.

'청취미(淸趣味)'라는 말

야생화 카페 활동을 열심히 하던 어느 날, 다산 정약용의 '청복(淸福)'이란 단어를 읽었다. 벼슬의 기쁨을 '열복(熱福)'이라 하고, 소박한 삶의 고요한 기쁨을 '청복'이라 했다. 이 말을 되뇌다 내 삶에 어울리는 단어를 떠올렸다. 맑을 청(淸), 취미 취(趣味). 그렇게 '청취미'가 태어났다.

청취미는 세상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을 정돈하는 취미, 나를 되살리는 순한 기쁨이다. 산 정상에서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붓을 들었다. '자유(自由)'라는 글자를 쓰며 바람이 종이를 흔드는 순간, 어깨 위 무거웠던 세상도 가벼워졌다. 그 홀가분함이 내 안을 가득 채웠다.

청취무가(淸趣無價) 맑은 취미는 값을 매길 수 없다. 한 송이 들꽃에도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한 취미는 삶을 자유롭게 한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즐거움, 그것이 진짜 보물이다.
청취무가(淸趣無價)맑은 취미는 값을 매길 수 없다. 한 송이 들꽃에도 마음이 맑아지고, 고요한 취미는 삶을 자유롭게 한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즐거움, 그것이 진짜 보물이다. ⓒ 이명수

취미는 단순한 여가의 도구가 아니다. 마음이 비치는 거울이다. 무거운 마음은 어떤 즐거움도 담지 못하지만, 맑은 정신은 소박한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인다. 들꽃에 감탄하고, 새소리에 미소 짓는 마음이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 맑음은 화려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은퇴한 친구는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꽃을 돌보며 이웃과 나누는 인사가 그의 삶에 따뜻한 결을 더했다. 또 다른 친구는 도서관 자원봉사를 통해 젊은 세대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소박한 취미로 고립된 일상에 깊은 연결을 찾았다. 이런 취미는 값비싼 장비나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다. 오히려 소유하려는 마음이 삶을 공허하게 만든다.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내 안에서 피어나는 기쁨, 그것이 청취미다. 산에서 붓을 들며 느낀 그 가벼움처럼, 청취미는 마음을 맑게 하고 삶을 단단하게 한다.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조용한 다리다.

당신만의 보물을 찾아서

서리산 정상에서 붓끝으로 피워 올린 사색의 시간 인문학적 붓장난. ‘人文’ 사람의 무늬를 읽고, 그 결을 사유하는 일. 인간다움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 오랜 공부는, 문득 떠나는 길 위에서도 내게 쉼과 깨어남을 동시에 건넨다. 이 조용한 붓놀림이 나에게 가장 깊은 위로와 기쁨을 준다.
서리산 정상에서 붓끝으로 피워 올린 사색의 시간인문학적 붓장난. ‘人文’ 사람의 무늬를 읽고, 그 결을 사유하는 일. 인간다움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 오랜 공부는, 문득 떠나는 길 위에서도 내게 쉼과 깨어남을 동시에 건넨다. 이 조용한 붓놀림이 나에게 가장 깊은 위로와 기쁨을 준다. ⓒ 이명수

취미는 선택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태도, 마음을 살리는 기술이다. 거친 세상에서 숨을 고르게 하고, 잃어버린 리듬을 되찾게 한다. 오늘, 당신은 어떤 작은 기쁨을 만날 준비가 되었는가? 그 기쁨이 메마른 벌판에도 꽃을 피울 수 있다. 무료함을 토로하는 이에게 조용히 말하고 싶다.

"당신 삶에도 아직 찾지 못한 보물이 있어요."

내가 산에서 붓을 들며 자유를 느낀 것처럼, 당신도 동네 공원에서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오래된 노트에 마음을 적어 보는 건 어떨까. 그 보물은 작고 소박하다. 하지만 맑은 취미로 피어나면, 당신의 삶은 새로운 빛으로 채워진다. 고귀한 취미는 성품을 다듬고, 마음에 투명한 물결을 일으킨다. 지금, 그 첫걸음을 내디딜 준비가 되었는가? 당신을 기다리는 홀가분한 기쁨이 그곳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 '축성여석의 방'에도 실립니다.


#인문학적붓장난#청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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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인문학적 붓장난

이명수 (mysoo501) 내방

월간 『문학 21』 3,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어둠 속으로 흐르는 강』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를 통해 희곡작가로도 데뷔하였다. 40년이 넘도록 출판사, 신문사, 잡지사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철학하는 바보』『깨달음을 얻은 바보』『동방우화』『불교우화』『한국인과 에로스』『중국인과 에로스』 등의 저서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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