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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은 PR로 시작해서 PR로 완성된다.
정책은 PR로 시작해서 PR로 완성된다. ⓒ 구글Gemini

팬데믹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의 수용성과 신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정책 소통'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정부·시민·언론·민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협력의 과정으로 진화하고 있다.

핀란드는 '고(高)신뢰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과 극단주의 담론 확산으로 인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현상을 겪었다. 이에 핀란드 정부는 언론·시민단체·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팩트체크 플랫폼인 '팩트바(FactBar)'를 도입해, 정책 정보의 검증 체계를 사회적 분업 구조로 설계했다. 이는 정책 신뢰 회복을 위한 협업 커뮤니케이션의 상징적 사례이다.

뉴질랜드는 2019년 세계 최초로 '웰빙 예산(wellbeing Budget)'을 발표하며 정책 메시지의 중심을 GDP가 아닌 국민의 삶의 질로 옮겼다. 스토리텔링과 참여형 브리핑을 기반으로 시민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전환이 국제적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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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시민기술(Civic Tech) 단체인 '코드포재팬(Code for Japan)'은 지방정부와 협력해 시민이 직접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정책 솔루션을 설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들은 행정 플랫폼을 '깃허브(Github)' 기반의 오픈소스로 운영하며, 기술과 소통의 결합을 실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데이터톤(Data-thon)'이라는 협업 플랫폼을 운영했다. 이 이벤트는 보건부, 기술기업, 시민 개발자가 함께 감염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그 결과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형태로 제도화했다. 정책의 개방성과 과학성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다.

정책 커뮤니케이션, 협력의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싱가포르는 일방향적 정책 전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민 대화 프로젝트인 'OSC(Our Singapore Conversation)'를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정책 대화를 단순한 의견 수렴이 아닌, 내러티브와 실시간 미디어 협업으로 설계함으로써 정부 정책 설계의 정당성과 포용성을 강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REACH'(reaching everyone for active citizenry@home)로 변경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만의 CDC(질병관리센터)는 팬데믹 초기에 라인 챗봇, SNS, 언론 협업 등을 통해 다층적 소통 생태계를 구축하며, WHO(세계보건기구)로부터도 주목받는 위기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선보였다. 정책 메시지의 확산 속도와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한 대표 사례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동설계(Co-design)다. 시민과 전문가가 정책 기획 단계부터 함께 참여한다. 둘째, 신뢰 기반 파트너십이다. 언론과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정보 신뢰를 제고한다. 셋째, 네러티브 기반 메시지다. 즉 공감 가능한 설명 구조를 설계한다. 넷째, 기술 활용이다. 앱, 챗봇, 대시보드 등 시민 참여형 디지털 기술을 통합 활용한다. 다섯째, 제도화된 거버넌스, 즉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설계하여 운용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국 정부도 '소통24', '정책소통포럼', '국민참여예산', '서울 정책아카이브' 등 국민이 참여하는 정책 프로그램을 다수 실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높이 평가하지만, 시민참여가 여전히 수렴(consulative) 수준에 머무르거나, 부처 간 정책소통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은 개선 과제로 남는다.

이제 정책은 'PR'로 완성되는 시대다.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설득을 넘어 협력의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한국 역시 보다 전략적인 거버넌스 설계가 요구된다. 글로벌 사례는 우리에게 충분한 실천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장열은 현재 콜로라도주립대 저널리즘&미디어커뮤이케이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PR협회 공인PR전문가(APR)이자 미국PR협회 펠로우다. 편집장을 역임했다.


#정책PR#정책커뮤니케이션#팩트바#웰빙예산#한국PR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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