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24년 12월 10일 정성우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2.3 윤석열 내란 사태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년 12월 10일 정성우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12.3 윤석열 내란 사태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12.3 비상계엄 당시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중앙선관위 건물 3곳과 여론조사 '꽃'에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고 병력을 출동시켰던 방첩사 간부는 "사령관님이 평소에 보이셨던 단호한 태도를 생각하면, 직을 던지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24일 오전에 열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은 계엄선포 당시 여 사령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복사하라, 안 되면 떼어 와라'고 지시했다는 기존 진술 그대로 증언했다. 이 부분은 여인형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정성우는 방첩사가 중앙선관위 등에 들어가서 부정선거 증거를 빼오는 임무가 주어진 데 대해 "상황평가 내용이 전혀 없었다. 왜 이런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게 전혀 없어서, 이걸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수방사나 특전사도 비슷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소극적으로 임무수행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D
정 처장은 이날 '상황평가가 전혀 없었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현재 어떤 상황이 발생했다'는 합동참모본부 등의 평가 없이 무작정 임무가 떨어져 명령을 하달받은 처지에서 고민에 빠졌고 결국 명령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임무를 받은 뒤 방첩사 법무실을 찾아가 임무의 적법성에 대해 검토를 요구했는데, 법무관 7명 전원이 위헌·위법성 등 문제가 많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자신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정성우는 증언했다.

노상원과 6차례 통화..."너희들 왜 안 오냐?"

계엄선포 직후 정성우는 전직 정보사령관 노상원과 총 6차례 전화통화를 했는데, 여인형이 전화번호를 주면서 전화를 해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12월 3일 오후 10시 50분경 정성우가 노상원에게 전화를 걸자 노상원은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성우는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고 정성우는 증언했다.

이후엔 노상원이 수차례 전화를 걸어 '너희들 왜 안 오냐'는 식으로 방첩사 병력의 출동을 재촉했다고 한다. 정성우는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고 노상원은 '넌 몰라도 돼'라고 답했다. 노상원은 또 전화해서 '왜 출발이 늦냐' '전산실을 장악했으니 서버를 복사해라'고 했고, 정성우가 '이미 검토를 했는데 우리는 할 수 없습니다'라고 대꾸하니 노상원은 '너희들이 할 수 있다던데?'라고 되물었다고 정성우는 증언했다.

정성우는 출동 중인 방첩사 병력에 선관위 등 건물로 들어가지 말고 원거리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여인형의 변호인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 여인형도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했다'고 말하면서 이에 대한 정성우의 평가를 물었다. 정성우는 크게 한숨을 쉬면서 "(작년) 8월 9월 10월, 국회에서 여러가지 (계엄 관련) 의혹을 제기했을 때 사령관님의 모습은 굉장히 단호했다"며 "너무 안타까운 것은 국회 답변 자료를 준비하시던 당시의 결기를 감안하면 사령관님은 직을 던지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을 던져서라도 내란을 수행해서는 안됐다는 것이다.

내란과 관련해 입건됐지만 처분이 결정되지 않은 정성우는 이날 증인신문 말미에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24년 12월 10일 정성우 방첩사 1처장(육군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년 12월 10일 정성우 방첩사 1처장(육군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어떻게 제가 여기 입건이 돼서 여기까지 왔는지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좀 말씀드리면 내란죄는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범죄 행위입니다. 근데 이제 선관위 출동 명령을 받은 저를 포함한 우리 인원들은 국헌 문란과 지역 평화를 해치고자 폭동을 일으키지 않았음을 깊이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방부 장관이 따르지 않으면 항명죄로 처벌한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사령관의 명령을 받고 줏대없이 따르기보다는 명령 하달시부터 위법성에 대해 고민하고 숙고했던 그런 시간과 과정을 꼭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하고자 하는 일념과 자세로 30여년 이상 최선을 다했음에도 12월 3일 당시 국방대 교육 파견생 신분에서 갑자기 1처장으로 보직이 바뀌면서 단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현실이 너무나 괴롭고 힘듭니다.

그때 그 자리 그 상황에 처했던 이유만으로 평생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것들이 허물어지는 입장에 서게 된다면 운명의 신은 저에게 너무나 가혹한 시련을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요즘도 과연 그 자리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행보였을까 생각을 자주 합니다. 상명하복을 생명처럼 여기는 것이 군대의 조직 문화입니다. 그래도 위법성에 대한 법무 검토 등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고자 노력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너그러이 정상참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군에 근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신다면 여생을 바쳐서 국가와 군에 봉사하겠습니다."

#내란#비상계엄#방첩사#노상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안홍기 (anongi) 내방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