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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은 PR로 시작해서 PR로 완성된다.
정책은 PR로 시작해서 PR로 완성된다. ⓒ 챗GPT

그동안 한국 정부의 정책 PR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첫째, 정책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러한 과정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논리로 무장할 수 없기에 이해관계자 설득부터 반드시 실패한다. 이는 국력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국가 성장에 큰 후퇴를 초래한다. 비논리적인 정책은 추진 초기부터 반대 여론에 봉착한다.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로는 졸업 정원제와 의대 증원이 있다.

'서울의 봄'으로 시작한 군사정권은 심각한 대입 경쟁 완화를 내세워 1982년부터 대입 학생 수를 2배 이상 늘렸다가, 부작용으로 인해 몇 년 뒤 철회했다. 그러나 서울 소재 대학들도 입학 정원이 단박에 2배 이상 늘어나 그 결과 지금의 수도권 과밀화, 지방 소멸, 취업난 등 한국 최대의 난제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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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의대 증원도 근거 없이 밀어붙여졌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의료 수준을 세계 최고로 드높인 전문가 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오류는 악영향의 규모와 범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수 있다. 이들의 조용한 희생 덕분에 정착했던 대표적인 한국 브랜드인 국민건강보험은 향후 국민 건강에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둘째, PR의 핵심 역량인 쟁점 관리와 전략적 PR 기획이 추진되지 않았다. 지난 정부들의 소득주도 성장, 교육 개혁, 청년 일자리, 엑스포 유치, 잼버리 개최, 저출생, 기후 위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랜드 전략을 수립하지 않았으며,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을 일방적으로 수행하였다. 쟁점이 위기로 발전했을 때에도 단발성 대책만 내놓고 우왕좌왕하였다.

셋째, 리더의 PR적 사고가 부족하고 정부의 PR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이로 인해 정부 초기부터 새로운 정책 추진이 가로막혔다. 새로운 정책을 성공시키거나 대형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는 골든타임은 위기가 발생한 이후가 아니라 훨씬 이전에 주어진다. 즉, 새 정부가 시작되는 바로 그 때이다.

정책과 혁신의 성패는 국민의 인식과 수용 여부

이명박 정부 이래 4개 정부는 정책 실패와 정부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정부는 PR 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출범하여 초기에 개혁에 실패하였고, 이는 곧 '더블 위기'로 이어졌다. 정권 동력을 상실하였는데 임기 내내 이때 상실한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였다. 정책 PR의 핵심인 쟁점 관리는 제자리에 머물렀으며, 전략적 기획과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 또는 장관의 공중관계적 사고가 부족한 경우 특히 그러하다.

정책과 혁신의 성패는 국민의 인식과 수용 여부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모든 정책과 혁신에서 여론 전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특히 정책과 혁신 시행 전에 충분한 사전 PR, 여론 관리, 쟁점 관리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는 오직 전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컨트롤 타워에 의해 가능하다.

새 정부가 성공하려면,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현장에서 지혜를 창출하는 암묵지인 PR을 정책 수행에 전략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는 정권 1년차에 이를 깨닫고 즉시 국정 홍보처를 부활시켰으며, 참여 정부는 부처의 정책 기획과 홍보를 통합했다. 이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새 정부가 빛의 혁명을 완수하려면 정책 PR을 총괄하는 혁신 커뮤니케이션부(안)를 신설하고, 지난 정부 때 폐지했던 해외문화홍보원도 확대 개설해야 한다. 모든 특정 정책이나 쟁점이 즉시 국정 아젠다로 부각되기 때문에 특정부처에서만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 정책 PR을 총괄 수행하는 컨트롤 타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종 쟁점을 해결하기 위해 세워진 정부 위원회들도 혁신 커뮤니케이션부 아래로 통합해 운영하면 일정한 성과를 내고 예산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정책 PR 고도화를 위해 공무원 시험과 행정고시에서 정책 PR을 재경직이나 외교관 후보자처럼 하나의 직렬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정책 PR 예산, 특히 전략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비)를 정책별로 충분히 배정하고, 외부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유럽에서 페스트가 창궐한 후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2020년부터 시작한 팬데믹과 방역 과정, BTS를 중심으로 한 문화 활동, 동학농민혁명에서 시작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최근의 빛의 혁명과 민주주의 회복 과정 등은 전 세계의 시선을 우리에게 집중시켜 한반도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한국 역사는 홍익인간, 인내천, 민주화 운동, 금 모으기 캠페인, 안면도 유류 피해 극복 등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빌리지, 즉 '대동세상'을 담고 있다. 이 인간 존중 대동사상으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온 국민이 단결하여 어려운 상황을 매번 극복해 왔다.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신정부에게 주어졌다. 대동세상을 담은 공공외교를 적극 펼쳐 세계 쟁점을 해결하는 리딩 국가가 될 기회이다. 정책 PR으로 개혁을 성공시켜 온전한 국민주권 정부를 완성하고 한국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기회이다. 신정부에 PR을 이해하는 리더들이 많이 참여하여 개혁을 이끌어가길 바란다.

한편, 국가 정책의 특성상 개혁이 정착되기에는 5년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 개혁은 멈춘다. 정권이 자주 바뀌면서 국민들이 사분오열되고 지지자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는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누가 정권을 잡든, 정책 PR을 이해하고 잘 수행한다면 공중, 즉 여론의 지지를 받아 그 정부는 정권 교체 없이 개혁을 지속할 수 있다. 정책 PR을 펼칠 수 있는 정부는 개혁을 완수할 뿐 아니라 국가 안정에도 기여한다.

덧붙이는 글 | 신호창은 PR전공 저널리즘 박사로 전북대·이화여대·서강대 교수를 역임했다. 2024년 3월부터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대학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공공커뮤니케이션 및 공공외교를 강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하다.


#정책PR#혁신커뮤니케이션부#국정홍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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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대학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전주고, 서강대 정외과, 오하이오대 PR전공 언론학 박사(89), 전북대 신방과(90-98),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98-02), 서강대 신방과(2002-24) 교수 역임. 한국공공외교학회, 한국PR학회 회장, ICA, Public Relations Division Chair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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